논단

[서예논단] 코로나 19, 때 아닌 유배생활 하는 서예가 - 월간서예 2020. 04월호

[서예논단]

 

코로나 19, 때 아닌 유배생활 하는 서예가

추사 김정희는 세한도를,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를,

손암 정약전은 산어보를,

안중군은 단지서를 남겼다.

우리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코로나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자가 격리(隔離) 생활을 경험하고 있다. 자유롭게 다닐 수 없고, 외부와 접촉을 금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위리안치(圍籬安置)와 비슷하지만, 다만 스스로 선택한 삶이므로 의지적 유배생활(流配生活)이라 할 수 있겠다. 유배생활이라 해서 꼭 나쁠 건 없다. 문제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큰 학자나 예술가가 될 수도 있음을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 서귀포 대정에서의 9년간의 유배생활을 통해 추사체를 완성하고 완당세한도를 비롯한 많은 서화를 남겼다.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의 긴 전남 강진 유배생활을 통하여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등과 같은 혁명적인 저서를 남겼고, 그의 형 손암 정약전은 흑산도 유배생활 16년 동안 ()산어보를 남기고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자암 김구 선생은 13년간의 경남 남해 유배생활을 통하여 화산별곡을 남겼으며, 서포 김만중은 평북 선천 유배지에서 구운몽, 남해 노도 유배지에서 사씨남정기를 각각 남기고 남해 유배생활 3년 만에 생을 마감했다.

 

하늘, 오늘, 그늘(3)’과 더불어 살아가고자 한다면, 반드시 이름값, 밥값, 나잇값(3)’을 치러야 한다. 공간과 달리,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가치 있는 시간 창출(創出)을 위한 대안으로 문자를 글로 남기기를 권한다.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 문자라고 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훈민정음없는 세종대왕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난중일기를 빼면 이순신 장군의 성가(聲價)는 주저앉을 것이고, 감옥에서 붓을 잡지 않은 안중근이라면 총잡이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남편이 죽은 날 밤에도 한 장의 편지를 남긴 원이엄마, 우리나라 최초의 요리책 음식디미방을 남긴 장계향, 개성 기생 명월 황진이, 부안 기생 매창 이향금 등, 모두 글과 함께 그들의 가명(佳名)이 영원히 세상에 남아 있다.

 

죽는 순간 자신의 모든 재산은 상속, 증여와 함께 남의 이름으로 바뀐다. 그러나 내가 쓴 글씨와 그림은 영원히 내 이름으로 남는다. 그래서 예술은 영생을 약속한다. 코로나도 붓을 막지는 못한다. 유배생활 중에 생각의 근육을 기르고, 창의적 발상을 글로 남겨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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