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죽- 목은 이색

목은(牧隱)의 죽(竹)을 소재한 시(115회)

1. 牧隱詩藁卷之二

自詠 스스로 읊다

문채(文彩) 빛난 오당에게 돌아가고 싶어라 / 斐然吾黨欲歸歟

추향은 반드시 시작에서 밝혀야 하네 / 趨向須明發軔初

터진 옷 꿰맨 곳엔 모친의 손때가 남았고 / 衣綻尙餘慈母線

책이 많아 고인의 글은 다 읽기 어려워라 / 帙多難盡古人書

봄인데도 나그네 담요엔 이가 득실거리고 / 春來客榻氈猶蝨

바람이 보낸 고향 배엔 먹을 생선이 있네 / 風送鄕船食有魚

말발굽의 먼지를 향해 절하지 않으니 / 不向馬蹄塵作拜

고상한 뜻이 한거보다 나은 게 기쁘구나 / 高情幸喜勝閑居

아득해진 성인의 학문을 얻을 수 있을까 / 聖學茫茫可得歟

천 리 길을 가려고 문을 나선 처음일세 / 欲行千里出門初

여상의 비바람은 등잔 앞의 꿈이고요 / 藜床風雨燈前夢

태학의 세월은 책상 위의 서책이로다 / 槐市光陰案上書

처음엔 가을 하늘 나는 매가 되려 했더니 / 始擬橫秋如鷙鳥

점차 대나무 오르는 메기임을 알았네 / 漸知緣竹有鮎魚

때로 일어나는 분화와의 싸움을 끝내고 / 時時罷却紛華戰

새 봄엔 하락에 자리 잡아 살고 싶어라 / 河洛新春願卜居

 

[주D-001]문채(文彩) …… 싶어라 : 공자(孔子)가 진(陳)에 있을 때에 이르기를, “돌아가야겠다. 오당(吾黨)의 소자(小子)들이 뜻만 크고 일에는 소략하여 빛나게 문리(文理)는 성취되었으나 스스로 재단할 줄을 모르는구나.” 한 데서 온 말인데, 이는 곧 공자가 사방(四方)을 주류(周流)했으나 도(道)를 행할 수 없음을 알고는, 문인들이 뜻이 지나치게 커서 과중(過中)한 결점이 있으므로 그들을 바로잡아서 도에 진취하도록 하려는 뜻에서 한 말이다. 《論語 公冶長》

[주D-002]말발굽의 …… 않으니 : 진(晉)나라 때 반악(潘岳)과 석숭(石崇)이 당시의 권신(權臣) 가밀(賈謐)을 섬기면서 아첨하여 매양 가밀이 나오기를 기다려서 서로 그 수레의 먼지를 바라보며 절을 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3]한거(閑居) : 가밀을 아첨으로 섬기던 반악이 일찍이 〈한거부(閑居賦)〉를 지었으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4]여상(藜床)의 비바람 : 여상은 명아주의 줄기로 엮어 만든 침상을 가리킨다. 당(唐)나라 위응물(韋應物)의 시에, “어찌 알았으랴 눈보라치는 밤에, 다시 여기서 침상 맞대고 잘 줄을.[寧知風雪夜 復此對床眠]” 한 데서 온 말로, 형제(兄弟)나 친구와 헤어진 후 오랜만에 서로 만나서 기쁨의 정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5]대나무 오르는 메기 : 메기는 몸이 미끄러워서 대나무를 오를 수 없을 것 같으나, 주둥이로 댓잎을 물고 펄쩍 뛰어서 대나무를 잘 올라간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곤란한 환경을 극복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비유한 말이다.

[주D-006]분화(紛華)와의 싸움 : 공자의 제자인 자하(子夏)가 일찍이 말하기를, “나가서는 번화하고 성대함을 보고서 기뻐하고, 들어와서는 부자의 도를 듣고 즐거워하여, 이 두 가지가 마음속에서 싸움을 일으켜 스스로 결정짓지 못했다.” 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 卷23 禮書》

 

2. 牧隱詩藁卷之三

用前韻。贈同游者。 a_003_541a 앞의 운을 사용하여 함께 놀던 이에게 주다.

 

옛날 그대 배냇니 갈고 나 머리 땋았을 땐 / 昔君方齔我方髫

죽마 끌고 장난하며 마음 매우 방자하였네 / 竹馬嬉游意甚驕

가을 달이 밝을 땐 말고삐 같이 잡았고 / 秋月明時同按轡

봄꽃이 좋은 곳엔 함께 말을 달리었지 / 春花好處共揚鑣

아무리 용이나 신처럼 변화한다 할지라도 / 縱然龍化稱神變

도리어 첫닭 우는 새벽 조회가 유감스럽네 / 却恨鷄鳴趁早朝

한가함과 바쁨 차치하고 한 번 취해 보고파 / 掃盡閑忙圖一醉

향기로운 술 막 거르고 고기 처음 굽노라 / 芳醪初壓肉初燒

 

3. 牧隱詩藁卷之三

思鄕 고향을 생각하다.

웅진의 물은 하얗고 산은 그림 같고요 / 熊津水白山如畫

마읍의 산은 푸르고 물은 옷깃 같은데 / 馬邑山靑水似襟

파리한 대 한 숲은 탈 없이 잘 있는지 / 瘦竹一林無恙否

멀리 놀자니 먼지만 두건에 가득하구나 / 遠遊塵土滿簪巾

 

4. 牧隱詩藁卷之三

暴雨行 폭우행

미친 바람 먼지 불어 반공중이 시커멓고 / 狂風吹塵半天黑

번갯불은 번쩍번쩍 광채가 선명하고요 / 金蛇逬走光熠熠

천둥 벼락 요란하게 급격히 몰아치더니 / 雷聲霹霹復靂靂

바다는 뒤집히고 구름은 눈물 줄줄 흘리네 / 海爲瀾飜雲爲泣

기왓장에 어지러이 뛰는 구슬을 보자마자 / 初看屋瓦亂跳珠

은빛 창대가 이내 하늘 가득 내려꽂히네 / 已是滿空銀竹立

머리 돌리니 천지가 한 외로운 성이 되어 / 回頭天地如孤城

백만 대군이 갑자기 기습해 온 것 같구나 / 百萬雄兵忽來襲

사나운 자도 크게 놀라 어쩔 줄을 모르고 / 悍夫躑躅亦破膽

철없는 애는 귀를 막지만 방도가 있으리요 / 癡兒塞聰那可及

가련해라 우리 집에 둥지 튼 제비 한 쌍은 / 可憐吾家雙燕子

푸른 깃 젖은 채 말없이 주렴 곁에 앉았고 / 傍簾無語翠衣濕

정원에 줄지어 섰는 수많은 촉규화는 / 園中無數蜀葵花

꽃봉오리 기울어진 채 시름이 그득하구나 / 傾倒紅房正愁絶

하늘이 만물 사랑함은 인에 근본하기에 / 天公愛物本於仁

가지도 안 놀래키는데 어찌 불어 꺾으랴 / 風不驚條肯吹折

내 꽃을 불어 꺾는 건 할 말이라도 있지만 / 吹折我花尙可言

왕성이 한번 무너지면 무슨 말을 할쏜가 / 王省一缺何可說

이 미친 사람의 충심을 어느 누가 알리요 / 狂夫赤心誰得知

하늘에 하소연하다 머리가 다 셀 지경이네 / 叫徹蒼旻頭欲雪

 

[주D-001]가지도 안 놀래키는데 : 《염철론(鹽鐵論)》에 이르기를, “주공(周公) 때에는 바람은 나뭇가지를 울리지 않았고, 비는 흙덩이를 무너뜨리지 않았다.[風不鳴條 雨不破塊]”고 한 데서 온 말이다.

 

5. 牧隱詩藁卷之三

胡馬吟。新買生馬作。호마음(胡馬吟). 길들이지 않은 말을 새로 사고 나서 짓다.

오랫동안 북풍이 불어 흰 눈을 내리다가 / 朔風長年吹作雪

사초가 무성하여 사방에 신록을 펼치매 / 莎草茸茸散新綠

호인들이 말 먹이러 구름처럼 모여드니 / 胡人牧馬如雲屯

헌걸찬 말들이 일만 군대에 비길 만하고 / 霧鬣風鬃萬部曲

사막 남쪽 가을 하늘에 날아가는 응견처럼 / 秋風鷹犬幕南天

늠름한 호기로 날쌘 발을 한껏 뽐내누나 / 豪氣稜稜憑逸足

근래 중국이 사방으로 전쟁을 일삼으매 / 邇來中國事馳擊

호인들이 말 가지고 쌍백벽과 바꿔 가니 / 胡人來換雙白璧

쌍백벽이 족히 아까울 것 없어라 / 雙白璧不足惜

발굽은 유성 같고 귀는 깎은 대와 같구려 / 蹄邁流星耳批竹

화려한 마구에 놀라 서서 안절부절못하여라 / 眼驚華廏立不定

혹 제멋대로 달리던 평원을 생각함일까 / 豈憶平原恣馳逐

그러나 천성을 갑자기 바꾸긴 어려워도 / 雖然天性難遽移

장차 뜰 앞을 향해서 주인 위해 굽히겠지 / 且向階前爲君屈

사람들아 천구의 수많은 준마들을 보게나 / 請看天廏群飛龍

이 모두가 당년에 월지국에서 온 거라네 / 盡是當年來月窟

 

6. 牧隱詩藁卷之三

壽安方丈。演無說。聶伯敬在坐。수안 방장(壽安方丈)에 연무설(演無說), 섭백경(聶伯敬)이 한자리에 있었다.

수안 방장에는 털끝만 한 먼지도 없어 / 壽安方丈無纖塵

말에 내려 당에 오르니 내 마음 기뻐라 / 下馬登堂怡我神

단구 선생은 필법이 대단히 신묘하고 / 丹丘先生筆法妙

늙은 선사 죽간은 시어가 새롭구나 / 竹磵老禪詩語新

다과로 손 만류함은 절로 속세를 떠났고 / 茶瓜留客自離俗

사람 비추는 그림은 자못 실물에 가깝네 / 圖畫照人殊逼眞

다만 한스러운 건 석양에 문을 나서매 / 只恨斜陽出門去

험난한 벼슬길에 방향이 희미함이로세 / 宦途嶮巇迷路津

 

7~8. 牧隱詩藁卷之四

孤竹吟。盧龍縣作。고죽음(孤竹吟). 노룡현(盧龍縣)에서 짓다.

고죽국의 임금을 아무도 아는 이가 없어 / 孤竹之君人不識

내 지금 노래 지으니 마음 몹시 슬퍼라 / 我今作歌心惻惻

저 나뭇가지 멀리 뻗고 저 흐름 맑았으니 / 彼柯斯遠彼流淸

나무와 물의 근원을 진정 헤아릴 만하네 / 木水本源端可測

자조가 가훈을 몸소 실천하지 않았다면 / 子朝家敎不躬行

자식이 어떻게 저 큰 명성을 세웠으리오 / 有子何能樹大名

형 원과 아우 치가 서로 각기 마음 다하여 / 兄元弟致各盡心

피해 문왕께 가니 천하가 태평했는데 / 避紂歸文天下淸

삼천의 용사 앞에 한 치의 혀를 가지고 / 三千虎賁一寸舌

주나라 누르고 은나라 지탱하려 했으니 / 欲柅周興柱殷側

빛나는 큰 의리가 일월과도 겨룰 만해라 / 炳然大義爭日月

흰 깃발 황금 도끼는 안색조차 없었는데 / 白旄黃鉞無顔色

그 고풍이 만고에 간악한 꾀를 소멸시켜 / 高風萬古消黠奸

노만도 제후국 위나라로 생을 마치었네 / 老瞞終身藩魏國

아득한 천지가 지금 그 몇천 년이런고 / 乾坤茫茫今幾周

하수는 주야로 흘러흘러 쉬지를 않는데 / 河水日夜流不休

그 충혼과 의기는 여전히 우뚝하여 / 忠魂義氣尙崢嶸

하수와 태산이 마르고 닳기에 이르리라 / 河可枯兮山可平

저문 날에 일엽편주로 하수를 건너와서 / 扁舟日暮渡河頭

남긴 자취 방문하니 이내 마음 상하누나 / 訪問遺蹤傷我情

등잔 앞에 앉아서 고죽음을 읊고 있노니 / 燈前坐詠孤竹吟

천리와 인심은 고금이 다 같은 것이로다 / 天理人心無古今

 

 

[주D-001]자조(子朝) : 《사기(史記)》 주(註)에 의하면, 은(殷)나라 때 고죽국(孤竹國)의 임금 묵태초(墨胎初)의 자(字)인데, 그가 곧 백이(伯夷)ㆍ숙제(叔齊)의 아버지였다.

[주D-002]주(紂) …… 태평했는데 :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백이(伯夷)가 주(紂)를 피하여 북해(北海) 가에 가서 살다가 문왕(文王)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말하기를,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요. 내가 들으니, 서백(西伯)은 노인을 잘 봉양한다고 하더라.’ 하고 문왕에게로 돌아갔다.”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上》

[주D-003]삼천(三千)의 …… 가지고 : 삼천의 용사란 곧 무왕(武王)이 은(殷)나라를 정벌할 적에 혁거(革車) 300대와 호분(虎賁) 3000명을 거느리고 갔다는 데서 온 말이고, 한 치의 혀란 곧 무왕이 은나라를 치러 갈 적에 백이ㆍ숙제가 무왕의 말고삐를 끌어당기며 간하기를, “아비가 죽어서 장사도 지내기 전에 전쟁을 하는 것을 효(孝)라 할 수 있겠는가, 신하로서 임금을 죽이는 것을 인(仁)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을 이른 말이다. 《孟子 盡心下》 《史記 卷61 伯夷列傳》

[주D-004]흰 …… 도끼 : 백거이(白居易)가 당 태종(唐太宗)의 공덕을 칭송하여 지은 〈칠덕무(七德舞)〉 시(詩)에, “태종은 십팔 세에 의병을 일으키어, 흰 깃발 황금 도끼로 양경을 평정하였네.[太宗十八擧義兵 白旄黃鉞定兩京]” 한 데서 온 말로, 전하여 천자의 군사를 뜻한다.

[주D-005]노만(老瞞)도 …… 마치었네 : 노만은 삼국(三國) 시대 위(魏)의 조조(曹操)를 가리킨다. 그의 소자(小字)가 아만(阿瞞)이었으므로 노만이라 칭하는데, 간계(奸計)가 뛰어나기로 유명했던 조조는 후한(後漢) 말기에 천자(天子)로부터 구석(九錫)을 받고 위왕(魏王)에 봉해진 후, 충분히 황실(皇室)을 찬탈할 힘은 있었으나, 자신을 주 문왕(周文王)에 비유하고 끝내 찬탈을 감행하지 않았던 데서 온 말이다.

 

9. 牧隱詩藁卷之四

杏店途中風雪 행점(杏店)의 도중에 눈보라가 치다.

오만 구멍 부르짖어 성난 바람 몰아치니 / 萬竅呼號風怒起

털모자 여우 갖옷은 물을 뿌린 듯하고 / 毳帽狐裘如潑水

잠깐 새에 눈보라가 공중을 몽땅 휩싸니 / 須臾雪勢欲包空

바다와 산은 분주히 어둠 속으로 돌아가네 / 海岳奔走歸溟濛

흐릿해진 수레바퀴엔 긴 고드름 드리우고 / 糢糊車轂垂長氷

말굽은 옥잔 같고 갈기엔 구슬이 주렁주렁 / 玉杯馬蹄珠綴騣

구릉과 골짜기는 깎아 놓은 듯 편평하여라 / 丘陵坑坎平如削

지척에서 넘어지는 것 어이 그리 잦은고 / 咫尺倒顚何數數

평생에 가장 좋아한 건 절집에서 잠잘 때 / 平生最愛僧窓眠

송죽엔 바람 불고 하늘엔 구름 가득할 제 / 松竹蕭蕭雲滿天

화롯불에 얼굴 발갛게 비추며 차를 달이어 / 煎茶爐火照面紅

조금 마시고 모기 소리로 조용히 읊음일세 / 淺斟低唱飛蚊同

이런 낙을 아는 사람은 천하에 나뿐이니 / 已知此樂天下獨

암곡에서 소요하며 늙는 것이 합당하거늘 / 便合逍遙老巖谷

누가 멀리 달려와 벼슬하길 배우게 했나 / 誰敎遠走學爲官

요컨대 세간의 행로 어려움을 알아야겠네 / 要識世間行路難

 

10. 牧隱詩藁卷之四

還松京 송경(松京)에 돌아오다.

한산에 가선 어머니를 배알하고 / 謁母韓山下

대궐 뜰에선 임금께 조회하노니 / 朝王魏闕前

악란할 곳이 있음은 알거니와 / 握蘭知有地

읍죽할 이치는 어찌 없을쏜가 / 泣竹豈無天

충효는 의당 이렇게 해야 하나 / 忠孝當如是

행장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오 / 行藏非偶然

때마침 당 위의 제비를 보니 / 時看堂上燕

집 짓느라 좋은 자리 더럽히네 / 補壘汚華筵

 

[주D-001]악란(握蘭) : 옛날에 상서랑(尙書郞)이 손에는 난초를 쥐고 입에는 향(香)을 머금고서 대궐 뜰을 추주(趨走)하며 일을 아뢰었던 데서 온 말로, 즉 임금의 좌우에서 일을 보는 측근의 신하를 가리킨다.

[주D-002]읍죽(泣竹) : 삼국 시대 오(吳)나라의 효자(孝子) 맹종(孟宗)이 한겨울날 대숲에 들어가서 평소 자기 어머니가 즐기는 죽순(竹筍)이 없음을 슬피 울며 탄식하자, 갑자기 눈 속에서 죽순이 나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11. 牧隱詩藁卷之四

送晉州李判官。兼簡同年全記室。 二首。진주(晉州) 이 판관(李判官)을 보내고 겸하여 동년(同年) 전 기실(全記室)에게 부치다. 2수(二首)

듣자 하니 두류산은 매우 좋아서 / 聞說頭流好

푸르름이 막부의 이웃이라 하나 / 靑爲幕府隣

우선 공사가 적도록 노력할 뿐 / 但令公事少

어찌 자주 나가 놀기를 좋아하랴 / 豈善出游頻

괴이한 말은 진(晉)을 들은 듯할 게고 / 怪語如聞晉

유민들은 아직 진(秦)을 피해 있으리 / 遺氓尙避秦

그대는 그들 종적을 찾아보겠나 / 君能蹤跡否

온 천하가 정히 풍진의 속이로세 / 四海正風塵

 

전 기실은 나의 망년 친구로 / 記室忘年友

높은 명성이 천하에 드문데 / 名聲天下稀

강루는 자리 가득 서늘할 게고 / 江樓涼滿座

죽합엔 푸르름이 옷을 적시리 / 竹閤翠沾衣

홍시엔 서리가 막 흠뻑 내리고 / 紅柿霜初重

물고기는 가을에 정히 살찌겠네 / 白魚秋正肥

맑은 놀이가 응당 끝없을 테니 / 淸游應未艾

남녘 바라보며 가는 사람 보내노라 / 南望送人歸

 

[주D-001]괴이한 …… 있으리 : 진(晉)나라 도잠(陶潛)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의하면, 한 어부(漁父)가 한없이 시내를 따라 올라가다가 갑자기 도화림(桃花林)을 만나서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광활한 하나의 별천지(別天地)가 있고 그곳에는 남녀 노인들이 아주 평온하게 살고 있었는데, 그들은 선세(先世)에 진(秦)나라의 난리를 피해 이곳에 들어와 살고 있다면서, 진(秦)나라 이후로 한(漢)과 위진(魏晉) 시대가 있었음을 전혀 알지 못하므로, 그 어부가 그 사실을 일일이 갖추어 말해 주자, 그들이 모두 놀라 탄식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陶淵明集 卷6》

 

12. 牧隱詩藁卷之四

憶江村 강촌(江村)을 회상하며

버들로 문정 이루고 대로 숲을 이루어 / 柳作門庭竹作林

띳지붕과 서로 비춰 강가에 곁했는데 / 茅茨相映傍江潯

배 끌고 잉어 낚아 달빛 아래 돌아오고 / 拏舟釣鯉回明月

짚신 신고 스님 찾아 먼 산을 오르기도 / 躡蹻尋僧上遠岑

말 맨 버들 소 우리엔 봄풀이 부드럽고 / 馬柳牛欄春草軟

물수리 백로 물가엔 저녁 구름 짙어라 / 鶖梁鷺渚暮雲深

은거하고 싶은 흥취가 갑자기 일어나서 / 飄然忽起滄洲興

몇 번이나 집 생각에 부질없이 읊었던고 / 幾度思家謾苦吟

 

13. 牧隱詩藁卷之四

謁告省親韓山。途中有感。휴가를 내어 한산(韓山)으로 어버이를 뵈러 가는 도중에 느낌이 있어 읊다.

 

갑자기 높이 오른 게 이 어찌 내 마음이랴 / 欻爾飛騰豈我心

오늘 아침 나도 몰래 눈물이 옷깃 적시네 / 今朝不覺淚沾襟

계원에 이름 적음은 비길 데 없는 영화요 / 題名桂苑榮無比

성균관 좨주 된 데는 감개가 다시 깊구나 / 祭酒芹宮感更深

침석의 바람 차가워라 대숲 곁에 자리했고 / 寢席風寒依竹展

축수 잔 물결 다스워라 꽃 앞에서 잔질하네 / 壽觴波暖對花斟

가련하여라 거울 속의 외로운 난새 그림자여 / 可憐鏡裏孤鸞影

채의로 춤추는 당전엔 거문고 가득 달빛이리 / 舞彩堂前月滿琴

 

14~15. 牧隱詩藁卷之四

扶桑吟 부상음(扶桑吟)

 

부상의 동쪽에서 여섯 용이 해를 받들고 / 六龍捧日扶桑東

한밤중엔 바다에 목욕해 파도가 붉은데 / 夜半浴海波濤紅

영대 태사가 뜨는 해를 공경히 인도하여 / 靈臺太史政寅賓

중국과 오랑캐가 다 왕춘을 함께하였네 / 華夏蠻貊同王春

서생이 누선에 올라 선약을 청탁한 뜻은 / 徐生樓船托仙藥

이역이 아니라 광진을 도피키 위함이었네 / 不有異域逃狂秦

들으니 왜놈도 글을 읽을 줄 안다 하는데 / 似聞椎髻知讀書

그 서책은 곧 갱회의 나머지가 아니리니 / 竹簡不是坑灰餘

삼분 오전이 일월처럼 게시되어 있거늘 / 三墳五典日月揭

어이해 민속이 미친 개 같을 수 있단 말가 / 豈有民俗狂如猘

해마다 우리 변방은 왜놈에게 침략당하는데 / 連年我邊被腥膻

깨진 솥 한 줌 좁쌀까지 침을 흘린다네 / 破鐺握粟垂饞涎

우리 집은 진강의 어귀에 자리 잡고 있어 / 吾家住在鎭江口

대창살 부들자리가 강 연기 머금었는데 / 竹窓蒲席含江煙

나졸이 달려와서 남촌이 격파됐다 하기에 / 邏人馳報南村破

온 가족이 쏜살같이 북녘으로 올라왔네 / 擧室北行如一苛

절규하는 미련한 백성들 참으로 가련해라 / 愚氓嗷嗷誠可憐

곤궁한 노약자들 하늘에 슬피 호소하누나 / 老幼赤立哀呼天

산더미 같은 큰 고래의 괴물이 많은 데다 / 長鯨嵯峨海怪多

동해는 예부터 긴 바람 파도도 거세었지 / 東溟自昔長風波

계림에는 이견대가 우뚝이 서 있건만 / 鷄林突兀利見臺

천추의 지난 자취가 이끼만 남았네그려 / 千秋往躅空莓苔

사람들이 주 자가 상책인 줄을 몰랐다면 / 人如不知走上策

왜놈들이 어찌 감히 미쳐 날뛸 수 있으랴 / 椎髻安敢猖狂哉

 

 

[주D-001]여섯 …… 받들고 : 태양의 신이 수레를 탈 적에 여섯 용을 수레에 채운다는 신화적(神話的)인 전설(傳說)에서 온 말로, 여섯 용은 또한 천자에 비겨 말한 것이다.

[주D-002]영대(靈臺) : 천문 성상(天文星象)을 관측하는 대(臺)를 말한다.

[주D-003]중국과 …… 함께하였네 : 왕춘(王春)은 《춘추》 은공(隱公) 원년 조(條)에, “원년 봄, 왕의 정월[元年春 王正月]이라.” 한 데서 온 말로, 즉 중국이나 사방의 오랑캐들이 모두 중국의 한 천자(天子)를 떠받듦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4]서생(徐生)이 …… 뜻 : 서생은 진 시황(秦始皇) 때의 방사(方士) 서복(徐福)을 가리키는데, 그가 일찍이 진 시황의 명에 의해 동남동녀(童男童女) 각각 3000명씩을 배에 싣고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선약(仙藥)을 구한다 칭탁하고 동해(東海) 가운데로 들어가서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5]갱회(坑灰) : 진 시황이 선비들을 다 생매장하고 경적(經籍)을 모두 불태웠던 이른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이른 말이다.

[주D-006]삼분 오전(三墳五典) : 고서(古書)의 이름으로, 삼분은 삼황(三皇)의 책이고, 오전은 오제(五帝)의 책이라 한다.

[주D-007]이견대(利見臺) : 경주(慶州) 해안(海岸)에 세워진 대명(臺名)인데, 속설(俗說)에 의하면, 왜국(倭國)이 자주 신라(新羅)를 침범하자, 문무왕(文武王)이 이를 걱정하여, 자신이 죽으면 용(龍)이 되어 나라를 수호하고 도적을 방비하겠다고 맹세한 나머지, 임종시에 유언하기를 “나를 동해(東海) 가에 장사하라.” 하였으므로, 신문왕(神文王)이 그 유언대로 장사를 지내고, 뒤에 그를 추모하여 그곳에 대(臺)를 쌓고 바라보았더니, 과연 큰 용이 바다 가운데 나타나 보이므로, 이를 인하여 그 대를 이견대라 명명했다 한다.

[주D-008]주(走) 자가 상책(上策) : 고어(古語)에, “서른여섯 계책 중에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 한 데서 온 말로, 즉 다급할 때는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라는 뜻이다.

 

16. 牧隱詩藁卷之四

 

寄沔州郭員外 翀龍 면주(沔州) 곽 원외랑(郭員外郞) 충룡(翀龍) 에게 부치다.

면주 사군은 일개 봉액 입은 선비로서 / 沔州使君一縫掖

군문의 홍말액은 전혀 알지도 못하나 / 不識軍門紅抹額

충의로운 마음은 구름 위에 치올라서 / 忠肝義膽薄層雲

맨손으로 범과 들소를 잡으려고 하는데 / 欲搏虎兕雙手赤

더구나 이젠 부절 받아 해변 성에 나가서 / 況今分竹海邊城

만백성의 안위가 모두 나의 책임임에랴 / 萬口安危皆我責

적의 배가 갑자기 나는 듯이 빨리 달려 / 賊船忽至疾如飛

바람 돛이 푸른 강 하늘을 가로질러와서 / 風帆截斷江天碧

번갯불처럼 번쩍번쩍 칼날을 휘두르며 / 電光閃閃揮劍鋒

언덕을 내려 외치면서 그대로 돌격하니 / 下岸叫呼仍突擊

아녀자들은 허둥지둥 달아나고 넘어지며 / 倉黃兒女走且僵

오리 갈매기 구별 않고 수택에 숨어들 제 / 不辨鳧鷖藏藪澤

사군은 막 밥을 먹다 밥상 밀치고 일어나 / 使君方食推起

머리털이 곤두선 채 군사들을 호령하여 / 髮上衝冠呼伍佰

몸소 궁시를 메고 말 위에 뛰어올라서 / 身佩橐鞬躍上馬

창을 비껴들고 벼락같이 앞으로 나가매 / 橫槊直前如霹靂

군중이 모두 일당백의 용기를 얻어서 / 軍中勇氣一當百

적의 예봉을 꺾고 요해처부터 차단하니 / 折得賊鋒先截隘

장군의 뛰어난 재능 창졸간에 발휘함을 / 將軍錯愕驚異才

태사는 죽 연결지어 사책에 기록했네 / 太史牽聯書史冊

권하노니 그대 힘써 앞의 공적 이어서 / 勸君努力繼前績

성주가 앉아서 오랑캐 감복시키게 하소 / 聖主垂衣致苗格

 

[주D-001]홍말액(紅抹額) : 군용(軍容)을 나타내기 위하여 붉은 깁으로 이마를 싸매는 것을 가리킨다.

 

17. 牧隱詩藁卷之五

許文敬珙,李判樞尊庇。俱以征東事出慶尙道。共訪同年秀才朴▣於宜春田舍。各留詩一篇。문경공(文敬公) 허공(許珙), 판추(判樞) 이존비(李尊庇)가 함께 정동(征東)의 일로 경상도(慶尙道)에 나갔다가, 의춘(宜春)의 전사(田舍)로 동년(同年)인 박 수재(朴秀才)를 함께 방문하여 각각 시 한 편씩을 남겼다.

급제하고 한 번 가서는 구름 가에 누워서 / 登科一去臥雲邊

무궁화로 울 만들고 대로 서까래 만들었네 / 槿作藩籬竹作椽

이 벽 위에 시 써서 남겨 두지 않는다면 / 不是題詩留壁上

조정에 동년이 있었던 걸 그 누가 알리오 / 誰知廊廟有同年

 

18. 牧隱詩藁卷之五

微雨 가랑비

몸을 백이 유하혜 사이에 두었노니 / 置身夷惠間

누가 능히 마음 자취를 분변할꼬 / 誰能辨心迹

수많은 서적들을 두루 섭렵하고 / 涉獵書五車

쓸쓸한 텅 빈 집에 휴식을 취해라 / 偃息家四壁

향 사르고 가랑비 소리 들었더니 / 焚香聞細雨

소나무 대나무에 빗방울이 남았네 / 松竹有餘滴

이 또한 내 마음 씻기에 넉넉하여 / 亦足淸我心

저녁이 다하도록 조용히 읊노라 / 微吟竟日夕

 

19~20. 牧隱詩藁卷之五

竹枯歎 대나무가 말라 죽은 데 대하여 탄식하다.

 

대를 내가 매우 사랑하기에 / 竹吾愛之甚

대숲이 바로 나의 집이라네 / 竹林是我屋

풍로 속에 죽순이 응당 자랄 텐데 / 風露笋應長

나는 지금 도성에 홀로 있다 보니 / 京華我今獨

매양 꿈속에서 대를 찾노라면 / 每向夢中尋

낭랑하게 패옥 소리 들리었네 / 琅琅聞佩玉

산승이 중생의 마음 꿰뚫어보고 / 山僧他心通

빗속에 한 묶음을 나누어 주기에 / 帶雨分一束

반갑게 받아 좌우에 두고 보니 / 倒屐置座右

예전의 우리 집 대처럼 푸르렀네 / 依然舊時綠

담장 밑엔 흙이 곱고 부드러워서 / 牆陰土脈密

새로 목욕한 듯 윤기가 흐르기에 / 濯濯如新浴

긴 바람이 구름을 불어 날리고 / 長風吹雲飛

가을 더위가 또한 혹심해지거든 / 秋熱亦云酷

마치 위 무공에 대해서처럼 / 謂言如衛公

아름다운 기욱 대를 읊으렸더니 / 猗猗詠淇澳

어찌하여 소갈병을 앓아서 / 胡爲病消渴

문득 상여의 자취를 이었는고 / 却繼相如躅

하늘 뜻은 하도 아득하기만 하니 / 天意杳茫茫

그 누가 내 의혹을 해명해 줄꼬 / 誰能辨吾惑

 

[주D-001]낭랑(琅琅)하게 …… 들리었네 : 대나무를 옥(玉) 비슷한 미석(美石) 즉 낭간(琅玕)에 비유하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2]위 무공(衛武公)에 …… 읊으렸더니 : 《시경》 위풍(衛風) 기욱(淇澳)에, “저 기수의 후미진 곳을 보니, 푸른 대나무가 아름답도다.[瞻彼淇澳 綠竹猗猗]” 한 데서 온 말인데, 이 시는 위(衛)나라 사람이 위 무공의 높은 덕을 아름답게 여겨 부른 노래이므로 이른 말이다.

[주D-003]소갈병(消渴病)을 …… 이었는고 :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가 일찍이 소갈병을 앓았으므로 이른 말이다.

 

21. 牧隱詩藁卷之五

悶甚又作

몹시 걱정이 되어 또 짓다.

 

장성도 쳐부수어 넘어뜨릴 수 있고 / 長城踢可倒

겹겹의 험새도 편평히 깎을 만하네 / 積險鋤可平

지붕에 병을 세운 듯 대가 칼날을 맞이한 듯 / 立瓴高屋竹迎刃

저 당돌한 형세 막아서 그 누가 싸울쏜가 / 沮遏逆勢誰能兵

임금님 마음 타서 연기가 하늘을 그으르니 / 君心如煙上薰天

하늘빛 변하고 또한 애처롭게 여기누나 / 天色爲變天意憐

서경은 성이 작기가 마치 감옥 같아서 / 西京城小似犴狴

뱀 돼지 갇히어서 누린내를 풍긴 듯한데 / 桎梏蛇豕屯腥膻

펄럭이는 깃발들이 산과 들에 비치어라 / 旌旗翩翩照原野

지기를 분발하매 참으로 당할 자 없도다 / 奮迅志氣眞無前

바람 소리 진동하여 초목이 다 쓰러지고 / 風聲振盪靡草木

햇볕이 무색하니 구름 연기도 시름하누나 / 日光慘惔愁雲煙

구중궁궐에선 한밤중에 제목을 내리어 / 九重半夜批下目

장군과 장교들을 대폭 높이 영전시켰네 / 將軍部領多高遷

한 번 질타하면 유혼을 흩어 버릴 만해라 / 游魂一叱可四散

우리의 기세는 정명하여 충용이 온전하네 / 我氣精明忠勇全

극성진의 군영에는 대장기를 세웠으나 / 棘城柵壁立牙纛

군령은 적적하여 떠들썩함이 없거니와 / 軍令寂寂無喧闐

쌍성의 철갑 기병은 가장 날래다 하니 / 雙城鐵騎最輕捷

격문 돌릴 기한을 어찌 감히 어기리요 / 羽檄有期何敢愆

지체하다 우리 계책 알려질까 염려로다 / 稽留政恐知我謀

눈 속에 오원제를 누가 먼저 체포할런고 / 雪縛元濟誰能先

임금님 마음은 만리 밖을 환히 비추고 / 君心洞照萬里外

밝고 밝은 태양은 하늘 가운데 걸리었네 / 明明白日天中懸

장군이여 장군은 나라 운명을 맡았으니 / 將軍將軍國司命

계책 판단 잘하여 문무의 권변에 통달해야지 / 好謀善斷文武之通權

맨손으로 범 잡는 게 훌륭함이 아니라네 / 赤手搏虎非英賢

 

나의 삶은 항상 가난을 즐기어서 / 我生常樂貧

몸이 홀가분해서 거리낌이 없기에 / 身輕淡無累

구름 위를 날아가는 외로운 새에게 / 孤鳥入雲飛

하염없이 나의 뜻을 부치었다오 / 悠然寄予意

위로는 백발의 어버이가 계시고 / 上有白髮親

아래로는 아내와 자식이 있어 / 下有孥與稚

거친 음식이나마 즐기기에 족하니 / 菽水諒足懽

위아래로 아무런 일이 없었다네 / 俯仰無一事

이젠 산하가 온통 병란에 휩싸여 / 山河兵燹中

조정과 사방이 피란을 해야 하는데 / 朝四當避地

부잣집 마판 위의 천리마는 / 富家櫪上驃

바람을 쫓듯 힘차게 달리건만 / 追風插雙翅

우리 집의 병들고 지친 둔마는 / 我家病駑駘

급한 때에 어찌 의지할 수 있으랴 / 緩急安足倚

단계의 말굽을 구하고는 싶으나 / 欲求檀溪蹄

천금으로도 쉬 구하지 못한다네 / 千金亦不易

그대는 보아라 저 험난한 길은 / 君看彼險途

절뚝발이 양은 밟을 곳이 아니로세 / 跛牂非所履

한 치의 땅이 푸른 하늘 같아라 / 寸地如靑天

가난이 재앙임을 자꾸 한탄할밖에 / 三嘆貧作祟

 

나무 베어 성에 올라 잔교 높이 만들고 / 斫樹登城高作棚

대동강의 굳은 얼음을 내려다보노라니 / 下臨大同江上氷

홍안은 도량의 그물에 걸려 퍼덕거리고 / 稻粱羅網困鴻鴈

곤붕은 남북의 풍운을 헤쳐 날아가누나 / 風雲南北騰鯤鵬

일조에 의기 합하면 천지도 작을 수 있고 / 一朝氣合天地小

만리에 소리 슬프면 눈서리가 어린다오 / 萬里聲哀霜雪凝

내가 가면 저가 망함을 어찌 다시 점치랴 / 我往彼亡何更卜

원수가 강개하여 형세 한창 탔으니 말일세 / 元戎慷慨勢方乘

 

적 무찌르려 용장 많이 모였으니 / 却敵多驍將

막 흥기할 제 누가 노고를 원망하랴 / 方興誰怨勞

가벼운 바람에 깃발은 번득이고 / 風輕旗閃閃

하늘 멀리서 전마는 울어 대누나 / 天遠馬蕭蕭

지는 해에 충성심은 장하거니와 / 落日忠心壯

뿌연 먼지 속에 살기는 하 높아라 / 黃雲殺氣高

성공하려고 좋은 꿈을 꾸었으니 / 成功夢卜吉

대장이 바로 용감하기 때문이로다 / 大將是嫖姚

 

[주D-001]유혼(游魂) : 오랑캐들을 유령(幽靈) 같다 하여 이른 말이다.

[주D-002]눈 …… 체포할런고 : 당 헌종(唐憲宗) 연간에 오원제(吳元濟)가 회서(淮西)에서 반란을 일으키자, 승상(丞相) 배도(裴度)의 지휘 아래 장군 이소(李愬)가 눈 오는 밤에 쳐들어가서 오원제를 사로잡았던 것을 이른 말이다.

[주D-003]단계(檀溪)의 말굽 : 촉한(蜀漢)의 유비(劉備)가 일찍이 번성(樊城)에 주둔하고 있을 때 한번은 유표(劉表)로부터 연회(宴會)에 와 달라는 초청을 받고 참석했다가, 이때를 틈타 유비를 잡으려던 괴월(蒯越)ㆍ채모(蔡瑁) 등의 계략을 미리 알아차리고 유비가 먼저 연석(宴席)을 몰래 빠져 나왔다. 당시 유비가 타던 말의 이름은 적로(的盧)였는데 적로를 타고 양양성(襄陽城) 서쪽의 단계수(檀溪水)를 건너다가 물의 한 중앙에 빠져서 나갈 수가 없게 되자 유비가 적로에게 말하기를, “적로야, 오늘 재액을 당하게 되었으니, 노력해야 한다.”고 하니, 적로가 이에 세 길 높이의 언덕을 단번에 뛰어오름으로써 마침내 그곳을 통과하여 위기를 면하게 되었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주D-004]절뚝발이 …… 아니로세 : 양(羊)은 본디 험준한 산을 잘 타지만, 절뚝발이 양은 갈 수 없다는 뜻으로, 산이 매우 험준함을 뜻한다. 《한비자(韓非子)》 오두(五蠧)에, “천 길의 높은 산에 절뚝발이 양을 치기 쉬운 것은 위가 평탄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2. 牧隱詩藁卷之六

 

雪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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