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한민족의 아키타이프-그 근원을 캐다(5)

다섯째, 선생의 작품에 나타난 구도상의 특징은 장법상(章法上) 정례화된 전통서예에서 많이 벗어나 있지만, 신이(神異)한 느낌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림의 화제로 나타나는 글씨도 전통적으로는 위쪽에 배치하지만, 선생의 경우 주제가 되는 그림을 위쪽에 포치하고 글씨는 아래쪽에 쓰거나, 또는 그림을 한가운데 포치하고 글씨는 좌우로 나누어 기둥처럼 대칭으로 써 내려갔다는 점이다.

고대 의 이야기를 주제로 하는 작품에서는 잡신을 쫓고 재앙을 물리치는 의미의 붉은 빛의 부적(符籍)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아니면 아예 기원의 대상으로서 탑신과 불타 형상으로 화면을 채우기도 한다. 물론 의 오묘한 이야기는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분청자기 색깔의 토분(土粉)으로 오래된 동굴벽화의 명문이나 그림처럼 켜켜이 먼지 덮인 상태를 연출하여 아득한 시간성과 신비로운 깊이를 더하고 있다. 어쩌다 매병(梅甁)이 태양을 삼키고 있으면 그 도자기는 우주가 된다. 더러는 새나 물고기가 기억 저편의 고대 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화면에 자주 나타나는 주된 소재로는 집과 나무, 산과 탑, 새와 물고기 또는 인간 등이 있지만 한 화면에서는 한두 가지만 화면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고, 많아야 세 가지 정도의 소재가 장욱진에서처럼 간결하고 소박하게 표출된다. 여기에서 새는 하늘의 기운인 천정(天精)이요 물고기는 땅의 기운인 지령(地靈) 곧 천정지령(天精地靈)을 표상하고 있으며, 나무는 신목(神木)이나 솟대처럼 다가오고, 집은 사당(祠堂), 탑은 기원의 대상으로 비친다. 그리고 인간의 모습은 동명왕과 같은 신화적인 인물을 비롯하여 무당이나 신녀(神女)와 같은 무희(舞姬)가 등장하기도 한다.

개성이 넘치는 서체로 쓴 순수 서예 작품도 있지만, 대개 서예에 현대 비구상 회화의 옷을 입혀서 표면이 거친 분청자기의 느낌이 드는 작품이 많다.

그런데 선생의 작품을 진지하게 접근해 보면 인간이든 자연이든 그곳에는 천지상생(天地相生)과 같은 음양의 조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 상생(相生)을 일으키는 힘은 언제나 빛살에너지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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