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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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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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내 나이와 엇비슷한

느티나무 한 그루 서 있다.

 

별말이 없이 지내다가

늙어가면서 수다가 늘었다.

 

오늘은 내가 혼났다.

너는 무얼 쫓아 그리 바쁘게 쏘다니느냐고.

 

돈이 좋아서

명예가 좋아서...라고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했다.

 

셀 수 있는 돈은 돈이 아니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명예는 명예가 아니야... 라고

하늘도 술에 취해 별빛을 잃은 밤에

나는 주() 보퉁이가 된 채

흐린 눈에 꺼져가는 불을 붙인 적이 있지.

 

이 늦은 나이에 이제는 알 듯하다.

너는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찾아와 세상 이야기 들려주고

가지로는 하늘과 대화하고

뿌리로는 땅속 세계와 속삭임을.

 

오늘은 해 질 녘 가을 햇살에

내 그림자 길게 밟고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느티나무처럼.

 

[이 게시물은 권상호님에 의해 2015-10-07 18:08:13 도정동정에서 복사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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