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서와 놀자

행서와 놀자

1.

허공에서는 구름이 흘러가듯

종이 위에서는 물이 흐르듯

구름은 그냥 흐르지 않는다.

물도 그냥 흐르지 않는다.

바람결을 타고 흐른다.

구름결과 물결로 나타난다.

마음결과 몸결을 타고 흐르는 붓

붓결로 흐른다.

내 손바닥 안이 텅 빈 것은

언제나 바람이 일기 때문이다.

2.

심획(心劃)이란

心자처럼 모든 획이

눈에 보이지 않는 心中을 향하고 있다.

마치 태양을 바라보며

모든 행성이 돌듯이.

3.

오늘도 혼자 걷는다.

혼자 걸어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추억이 늘 속삭여 주니까.

붓길은 외길이다.

그리고 그 붓만의 혼자 걷는 길이다.

붓도 혼자 걷지만 혼자가 아닌 게 된다.

글씨가 늘 속삭여 주니까...

4.

안은 모지고

바깥은 둥글다.

'모지다'는 글자에는 모가 난 '네모'가 있다.

'둥글다'는 글자에는 둥근 '동그라미'가 들어있다.

영어 'square'와 ' round'에는

모나고 둥근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한자어 '方'과 '圓'에도

모나고 둥근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나 붓쟁이는 이를 알고 써야 한다.

천원지방의 동전처럼 써야 한다.

少, 仁, 國...

5.

간절기에는 건강 조심

간획기에는 건필 조심

몸이 꼬이면 안된다.

붓도 꼬이면 안된다.

6.

내 손 안에 있소이다.

진리도 붓도.

業 자의 윗부분은 위로 펼친 손가락이다.

淸 자의 '氵'은 왼쪽으로 펼친 손가락이다.

無 자의 '灬'는 밑으로 펼친 손가락이다.

예서나 초서의 影 자의 '彡'는 오른쪽으로 펼친 손가락이다.

모든 글자는 내 손 안에 있는데

왜 이를 거역하는가?

7.

늙어가는 은밀한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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