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피어나라 4·19 정신이여! 타올라라, 통일의 불꽃이여!

피어나라 4·19 정신이여! 타올라라, 통일의 불꽃이여!

 

도정 권상호(문학박사, 라이브 서예가)

4·19혁명 제 53주년 기념 국민문화제가 서울시 강북구 삼각산(북한산) 언저리에 있는 국립 4·19 민주묘지 및 강북구청 일원에서 유난히 긴 겨울 끝에 피어난 진달래, 개나리, 벚꽃의 함성 속에 펼쳐졌다. 이 행사는 4 18~20, 3일간 펼쳐졌는데, 각각의 주제는 ‘울려라, 민주의 노래여! 피어나라, 자유여! 정의여, 오천만의 가슴에!’였다.

4·19혁명은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정의·국민의 역사이다. 억압과 독재로부터 자유와 민주를 쟁취하고, 불의와 절대 권력으로부터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정의를 세우고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되는 숭고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리고 4·19혁명 국민문화제는 4·19혁명 정신이 부활하는 새 출발점이 되었다. 4·19 정신을 되새기고 통일로 나아가는 비전을 제시하였으며 나아가 이제 우리 민족은 세계 강국, 선진국으로 다시 한번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금으로부터 53년 전 부패한 독재 정권에 맞서 일어난 4·19혁명은 중고등학교 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전 국민이 궐기하여 이승만 정권을 바꾼 역사적 사건이다. 대한민국이 민주국가로 도약하는 과정에 초석이자 큰 획을 그은 사건이며 민주화의 길로 가는 효시이기도 하다.

이토록 큰 역사적 의미에도, 그동안 4·19혁명은 정부 차원의 기념행사, 기념사업회 차원의 소규모 행사로 명맥만 유지되고 있어서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서 잊혀 가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뜻을 같이해 주신 분들의 도움으로 4·19를 널리 알리고 그 정신을 계승할 수 있는 4·19혁명 국민문화제를 개최한 것은 다행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수준 높은 문화 공연과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 시대를 초월한 전시 체험을 통하여 화합의 장이 마련되었다. 강북구의 각 동과 노원구, 성북구 등지에서 동참한 1960년의 거리 재현 퍼레이드, 대형 태극기 아트페스티벌, 전야제 행사의 하나로 화려하게 펼쳐진 록 페스티벌, 학술토론회, 4·19 희생 영령 추모 소귀골 음악회, 전국 초등학생 통일그림 그리기대회,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순례길 트래킹 등 다양한 행사가 즐비하게 이어졌다. 이러한 행사를 통하여 후손들에게 4·19 정신을 알려준다는 것은 대단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 행사에서 나는 라이브 서예로 참가했다. 내용은 ‘4·19혁명 국민문화제 - 피어나라 4·19. 타올라라, 통일의 불꽃이여!’이었다. 라이브 서예 행사에는 풍덩예술학교 관계자, 먹을 믿고 따르는 신묵회 회원 외에도 나를 아는 여러 지인이 함께했다.

혁명(革命)이란 무슨 뜻인가. 문자학적으로 보면 혁()이란 ‘가죽’이라는 뜻이다. 가죽과 혁명과는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가죽의 종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우리말 ‘가죽’은 ‘갖’에서 왔다. ‘갖신, 갖옷, 갖바치, 살갗’ 등의 용례에서 살펴볼 수 있다.

한자에는 가죽을 가리키는 한자로 皮(가죽 피), (가죽 위), (가죽 혁) 등이 있는데, (가죽 피)는 짐승의 가죽을 가리키거나 벗기고 있는 모습으로 ‘털이 붙어 있는 가죽’ 또는 ‘껍질, 겉’을 가리키고, (가죽 위)는 가죽을 밟으며 빙빙 돌고 있는 모습으로 ‘다룸가죽’을 뜻한다.

그러나 革命(혁명), 改革(개혁), 革新(혁신)이라고 할 때의 革(가죽 혁) 자는 ‘완전히 벗겨서 햇볕에 말린 가죽’을 가리킨다. 가죽을 벗겨서 뒤집은 놓은 모습에서 ‘고치다, 완전히 바꾸다’의 의미로 발전했다. 따라서 혁명(revolution)이란 기존의 사회 체제를 변혁하기 위하여 헌법의 범위를 벗어나 국가 기초, 사회 제도, 경제 제도, 조직 따위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일을 가리킨다. 정의를 위하여 개인이나 집단이 의로운 일을 도모한다는 점에서는 의거(義擧)와 상통하고, 체제의 변혁은 없이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으며 지배 계급 내부의 단순한 권력 이동인 쿠데타와는 다르다.

사실 내가 글씨를 쓰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번 행사의 엠블럼(Emblem)과 포스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체가 주는 힘과 비전의 메시지가 부족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라이브 서예 글씨체는 힘과 비전을 살리는 필체로 가닥을 잡았다. 넓은 광목 두 폭을 펼치고 하나는 시민의 목소리를 적고, 한 폭은 내가 라이브 서예를 펼치기로 했다. 천의 사면에는 일월성신(日月星辰), 산천초목(山川草木), 천문지리(天文地理), 지수화풍(地水火風) 등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이미지를 그려 넣었다. 이유는 4·19로 희생된 분들의 넋이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존재하고, 그들의 아름다운 뜻이 영원히 이 땅에 전해지기를 바라는 뜻에서이다.

우리에게 자유와 민주는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본다. 국민의 힘에 의한 대의 정치도 뿌리를 내렸다고 본다. 그리고 정의와 진실도 조금씩 진작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단 한 가지 숙원이 있다면, 그것은 남북통일(南北統一)과 나아가 외세에 의한 실지(失地)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올라라, 통일의 불꽃이여!’라는 글씨를 특별히 강조했던 것이다. 전통 풍물놀이의 반주에 맞추어 힘차게 써 내려가고, 느낌표의 마지막 점은 점프한 뒤에 내리찍었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은 절대로 강해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번 문화제를 통하여 4·19 정신을 오늘에 되새기고 통일로 나아가는 비전을 찾아야 한다. 작게는 서울시민을 비롯한 모든 국민에게 문화의 향연을 즐길 기회를 제공해 주고, 크게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슴에 오롯이 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날, TBS 교통방송에서 4·19혁명 국민문화제의 의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인터뷰를 요청해 왔다.

4·19 자체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 정신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학생들은 까마득히 잊어가고 있는 형편입니다. 올해에 본격적으로 시작한 4·19혁명 국민문화제는 이 땅에 혁명이념과 민주주의 발전, 나아가 남북통일의 미래를 위해서도 계속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항상 민족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전 국민이 함께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제로 성장시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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