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볼 게 많아 봄이로구나

볼 게 많아 봄이로구나

도정 권상호

지내기 겨운 겨울이 지나고 볼 게 많은 봄이 보이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으면 누드의 겨울산은 계곡의 부끄러운 속살부터 가리고자 연두색 새싹 속옷을 살짝 걸치고 부끄러움에 연분홍 진달래로 화장하겠지. 동네 어귀와 고삿길엔 봄소식을 전하고자 종처럼 생긴 진노랑 개나리로 종을 울리고 화사한 불꽃잔치는 벚꽃으로 대신하겠지. 방안에서는 봄 내음에 취해 두 코는 발씸발씸 두 눈은 말똥말똥에서 멀뚱멀뚱 하다가 마침내 춘기를 이기지 못해 두 눈 부라리다 이윽고 부릅뜨고 봄 문을 발로 박차 밝은 바깥으로 나가지 않을 수 없으리라. 발에 밟힌 대지는 부끄러움에 꽃 웃음 피우고 새 노래로 화답하겠지.

우리말 중에 겹다라는 말은 정도나 양이 지나쳐 참거나 견뎌 내기 어려울 때 쓰는 말이다. 그래서 겹다겨울은 말뿌리가 같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보다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한다.

봄을 알리는 입춘(立春), 우수(雨水) 지나며 흙은 보드라워지고 경칩(驚蟄)이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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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보고 싶은 계절이다. 볼 게 많아 봄이라고 한다. 얼마나 바라보고 부르던 봄인가.

 

봄은 부르고 싶다. 거짓부리라도 부르고 싶다.

봄은 밝다.

봄은 보람이다.

봄 보지 가을 좆.

 

보람이란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정신적 만족감을 일컫는다.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를 말한다.

삶의 보람

보람을 느끼다

아무 보람도 없이 허송세월만 했다.

 

의 어원은 무엇일까.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그 한 가지는 보다라는 동사의 명사형 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다. 입춘, 우수를 지나 경칩에 이르면 대지에 생명의 힘이 솟아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풀과 나무에 물이 오르며, 꽃이 피고 벌나비가 옮아 다니면 볼 것이 많아진다. 모든 것이 갖히고 얼어붙었던 겨울에서 봄이 오면 볼 것이 많아짐으로 볼 것이 많아 봄이라 한다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계절 이름 중에 유독 봄만이 일음절인 것은

 

밤 닮은 뺨

 

한편 불의 옛말 과 오다의 명사형 이 합하여 +에서 받침이 떨어져 나가면서 이 된 것으로 본다. 이는 봄이란 따뜻한 불의 온기가 다가옴을 가리킨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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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afe.naver.com/littleliterature/7993

 

대지는 간지러움에 꽃 웃음 피우고, 속살 부끄러워 새 옷을 입으리니.

봄임을 알리는 立春(입춘)이 지나고, 봄비 내리자 싹이 튼다는 雨水(우수)도 지나고,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 절기가 돌아왔다. 대개 35~6일에서 春分(춘분)까지가 경칩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봄 춘)’ 자와 놀아볼까.

(봄 춘) 자의 갑골문, 금문, 전서 등을 살펴보면 지금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원래 () 자는 (풀 초)+(언덕 둔)+(해 일)’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진 멋쟁이 글자였다. 태양[]의 온기를 받아 언덕[] 위에 풀[]이 돋는 그림 같은 글자이다.

여기에서 ()은 풀이 지상으로 나오려고 하지만 남은 추위 때문에 웅크리고 있는 모양이다. 주역 64() 명칭 중의 하나이기도 한 (언덕 둔)’은 새싹이 발아는 했지만 아직 땅을 쉬이 뚫고 나오지 못하므로 주저하다’, ‘조아리다등의 뜻이 있다. 머리를 조아리는 것은 頓首(돈수), 그러면서 두 번 절하는 것은 頓首再拜(돈수재배), 과장하면 頓首百拜(돈수백배)가 된다.

말을 주저하면 (말 분명치 못할 둔), 벌레가 주저하면 (벌레 꿈틀거릴 준)이 된다. ()의 의미는 더욱 확대되어, ‘둔하다는 의미도 있으니, 여기에서 (무딜 둔) 자가 탄생한다. 둔한 말은 鈍馬(둔마)요 둔한 붓은 鈍筆(둔필)이다. 聰明不如鈍筆(총명불여둔필)이란 총명함도 둔필만 못하다는 뜻이다.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그때그때 메모해 두어야겠다. 사람을 상해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몽둥이 따위의 기구를 鈍器(둔기)라 한다. 鈍才(둔재), 鈍濁(둔탁), 愚鈍(우둔)이로다.

그런데 주저하던 새싹이 한꺼번에 힘차게 돋아나오는 모습에서, ()진 치다. 주둔하다의 의미로 확대된다. 예컨대, 駐屯軍(주둔군)은 한 곳에 진 치고 있는 군인을 말한다. 보통사람들이 진 치고 살아가는 곳(마을 촌)’인데, 지금은 읽기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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