牧隱 李穡의 詩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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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豪放의 詩風을 중심으로 -

                                崔光範(본회상임연구원, 고려대강사)

1. 머리말

  高麗末 정치적으로뿐 아니라 문학과 사상면에서도 당대를 대표할 만한 인물로 단연 牧隱 李穡(1328-1396)을 꼽을 수 있다. 공민왕을 도와 정치·제도적인 개혁을 주도했고, 누차에 걸쳐 知貢擧로 科試를 주재하였으며, 공민왕이 창건한 成均館의 大司成으로 학문을 중흥시켜 우리나라 性理學이 확고히 뿌리내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이성계 일파가 정치세력을 장악하자 위태로운 고려 국운을 부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항하다가 수차례 유배를 당했고, 조선건국 후에도 은거하며 절의를 지키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된다. 

  그의 문집에는 6천수에 가까운 한시와 2백편에 이르는 산문이 남아 있는데, 이것은 고려시대 최대의 巨帙이요, 이후 조선조에도 보기 드문 분량이다. “우리 동방에 문학이 있은 이래로 선생보다 성한 자가 없었다.”고 한 權近의 찬사와 “圃隱 鄭夢周의 雄俊함, 陶隱 李崇仁의 簡潔함, 三峯 鄭道傳의 豪邁함, 陽村 權近의 典雅함이 다 목은 선생의 틀 안에서 나왔다.”고 한 徐居正의 평을 보더라도 우리 문학사에서 그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목은 시의 風格(문학 예술 작품이 전체적으로 드러내는 특징으로, 작가의 개성이 작품 중에 구체적으로 표현된 것)에 대해서는 후인들이 매우 다양한 평을 하였는데, 이는 그의 시가 내용과 형식면에서 풍부하고 衆體를 구비하였음에 기인한다. 그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豪放이라 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목은 시의 가장 두드러진 風格을 豪放으로 보고, 그것이 잘 드러난 작품 몇 편을 통해 목은 시의 특질을 살피고자 한다.

2. 浩然之氣의 充溢

  豪放은 호기 있고 분방하다는 것이니, 시에 있어 豪放의 풍격은 “참된 힘이 가득 차 있고” “온 누리를 삼켰다 토했다” 할 정도로 충만한 기상이 느껴지는 시를 가리킨다. 시인이 지닌 기상은 선천적 자질이 중요한 바탕이 되지만 孟子가 도덕적 실천에 의한 浩然之氣의 확충을 강조한 것과 같이 후천적인 수양에 의해서도 길러진다. 다음 시는 豪放이란 목은 시 풍격의 특징과 그 원류를 엿볼수 있게 해 준다.

<對月遣興>

高秋河漢澄      높은 가을 하늘에 은하수는 맑은데

金波政如此      금물결 달빛 정녕 이와 같구나

始知天壤間      비로소 알겠도다 천지간에

浩然一氣爾      호연한 하나의 기운뿐임을.

此身一虛舟      이 몸은 한척의 빈 배

泛泛適萬里      둥실둥실 만리를 떠 가네.

高游太素中      始原의 세계에서 노닐며

淨洗物欲累      물욕의 얽매임을 깨끗이 씻네.

微吟興不淺      나지막이 읊조려도 흥은 얕지 않으니

達者或同軌      깨달은 자가 아마도 함께 가리라.

  맑은 가을달을 대하고 일어나는 흥취를 읊은 것이다. 온 누리에 퍼지는 금물결 같은 달빛을 통해 천지간에 가득 찬 호연지기를 감지한다. 목은은 호연지기를 천지의 시초요, 만물의 근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