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정보를 생산하는 스마트 서예가

정보를 생산하는 스마트 서예가

 

서예는 건강에 좋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서예를 하면 힐링이 된다. 그래서인지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서예가(書藝家) 중에는 장수(長壽)한 사람이 많았다. 베이징대 왕위에찬(王岳川교수는 논문과 토크쇼에서 건강과 장수를 위한 최고의 방편이 서예라고 했다. 그에 의하면 역사적으로 저명한 서예가의 평균 수명은 78.9고승(高僧)의 평균 수명은 66황제(皇帝)의 평균 수명은 39.2세였다는 것이다

필자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역대 서예가의 평균 수명은 77.8세로 파악된다. 이는 해동서성(海東書聖) 김생(金生, 711~791)으로부터 여초(如初) 김응현(金膺顯, 1928~2007)까지 24명의 평균 수명 값이다.

이상의 예에서 보면 서예가가 어떤 직종보다 월등히 긴 수명을 누리고 있는데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도대체 서예의 어떤 특성이 건강에 도움을 줄까?

우선 서예는 마음 수행과 몸 수행이 이상적으로 결합된 예술이므로 건강에 좋다고 본다흔히 서예를 정서 순화에만 도움이 된다고만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서예는 관절운동의 연속이다붓글씨를 쓰는 일은 몸이 기중기(起重機)가 되어 벼루의 먹물을 끊임없이 화선지 위로 퍼 나르는 작업이기도 하다그리고 서예를 오래 하면 해녀의 무자맥질이나 요가에서의 풀무 호흡과 정뇌 호흡처럼 호흡이 깊고 길며 뇌를 맑게 해 주어 폐와 심장이 튼튼해진다.

그런데 당대에 와서는 서예인들의 수명이 일반인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본다. 더구나 안타깝게도 단명하거나 심지어 자진(自盡)하는 서예가도 더러 볼 수 있었다. 왜 그럴까? 이는 서예 환경이 혼자서 또는 여럿이 어울려 즐기던 문화에서 공모전이나 파벌에 의한 경쟁 풍토로 바뀜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본다. 서예가 깨우쳐주는 여백의 미학을 통하여 삶의 여유를 터득해야 할 터인데, 온갖 공모전 출품에 의한 점수 따기와 줄 세우기, 입상에 따른 끊이지 않는 금품수수의 잡음은 붓을 잡는 순간부터 가슴을 옥죄어 온다.

붓을 통한 자유의 노래를 다시 부르자. 환경에 온전히 자신을 맡기는 물처럼, 허공에 온몸을 허락하는 바람처럼, 화선지 위에 내 붓 길을 맡기자. 좋은 글귀를 만들며 심미안(審美眼)을 기름으로써 스트레스를 확 떨쳐버리자비록 소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내 삶의 먹 기록에서 행복을 찾도록 해야 한다. 기록이 쌓이면 인생의 스토리가 된다.

서예를 가르치는 사람은 따라 쓰기 기술자가 아닌, 스마트한 서예가로 길러내야 한다. 스마트한 서예가란 정보기기 활용과 타 장르와의 콜라보 등을 통한 정보 생산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말이다. 대학 학부에서 서예과가 사라지고 대학원 과정에서마저 고령화 내지 세대단절이 오고 있는 까닭은 미래지향적인 컴퓨터교육과 스마트한 인터넷 활용 교육이 커리큘럼에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발견의 아름다움과 정보 생산자가 되도록 교육했어야 하는데, 케케묵은 정보 수용자만 길러냈기 때문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선학(先學)이 보여준 것은 과거로의 회귀를 통한 현실 도피였다. 선대의 어려운 문장이나 시구를 남들이 잘 알아보지 못하게 씀으로써 어쭙잖은 현학(玄學)을 뽐내기에만 바쁘다 보니 미래를 내다볼 눈을 가질 수 없었다.

도정 권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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