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입춘첩(立春帖)

  오늘은 2월 4일 입춘(立春)이다. 대문이나 기둥에 입춘첩(立春帖)을 붙이는 날이다. 입춘은 24절후 중의 첫번째로서 오늘부터 봄이 시작된다. 아니나 다를까 영하 10도 안팎을 오르내리던 날씨가 간밤부터는 제법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立자는 大人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이고, 春자는 艸가 양기를 받아 기지개를 켜며 대지를 뚫고 나오는 형상이다.

  입춘에 가장 흔하게 쓰는 내용으로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있다.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하고,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는 내용이다. 사실 건양(建陽)은 고종 때 잠시 사용했던 연호이다. 조선 시대 최초의 연호로서, 즉위 33년부터 다음해 7월까지의 기간[1896-1897]에 사용했다. 따라서 '입춘대길(立春大吉)'은 오래 되었으나, 짝구인 '건양다경(建陽多慶)'은 고종 이후에 붙인 구절이라고 본다.

  을유년 한해도 위풍당당하게 고난을 뚫고 일어서자. 그러면 大吉이 생기리라. 건양(建陽)의 뜻은 양기를 세운다는 의미인데, 엄밀히 순우리말로 표현하자면 건양이란 '꼴림'이라 할 수 있다. 부드럽게 표현하면 '일에 대한 의욕'이다. 무슨 일이든 의욕이 있어야 성공적으로 이루어 낼 수 있다. 생기 넘치는 의욕으로 일에 열중하다가 보면 분명히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길 것이다.

  옛날부터 대궐에서는 설날에 내전 기둥과 난간에다 문신들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서 좋은 것을 뽑아 써 붙였는데, 이것을 춘첩자(春帖子)라고 한다. 연상시는 상서로움이 뻗히기를 기원하는 시로 정월 초하루를 축하하기 위하여 문관(文官)이 지어 바치던 시를 이른다. 춘첩자는 춘방(春榜), 입춘첩(立春帖), 입춘서(立春書), 춘첩(春帖), 춘첩자(春帖子), 입춘축(立春祝)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대부 집에서는 흔히 입춘첩을 새로 지어 붙이거나 옛날 사람들의 아름다운 글귀를 따다가 썼으며 서민들도 새 봄을 새롭게 맞이한다는 각오로 입춘첩을 써 붙이는 풍속이 있었다.  여기에 그 예를 들어본다.

 

수사산 덕여해(壽似山 德如海)

수명은 산과 같고, 덕은 바다와 같으리.

 

수사산 부여해(壽似山 富如海)

수명은 산과 같고, 부귀는 바다와 같으리.

 

거천재 내백복(去千災 來百福)

모든 재앙은 가고, 온갖 복은 오소서.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리.

 

천재설소 만복운흥(千災雪消 萬福雲興)

모든 재앙 눈처럼 녹아 없어지고, 많은 복 구름처럼 일어나리.

 

천하태평춘 사방무일사(天下太平春 四方無一事)

온 세상은 태평한 봄이고, 사방 어느 곳에도 탈이 없으리라.

 

당상부모천년수 슬하자손만세영(堂上父母千年壽 膝下子孫萬世榮)

대청 위의 부모님 오래 사시고, 슬하의 자손들 길이 번영하리라.

 

 참고로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오늘날에도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이는 풍습이 전해지고 있는데, 서애 류성룡 선생의 종택인 충효당(忠孝堂)의 입춘첩(春帖)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國泰民安, 歲和年豊(솟을대문의 좌우)

泰回, 三陽(중간 좌우)

取之無禁, 充隘露積(고방문)

敬天愛人(통방문)

積於外(뒤주)

靜坐看書一昧長, 忠孝之外無事業(사랑문좌우)

勝友來雲, 以文會友(사랑방 측문 좌우)

以文會友, 學優登仕(우측 사랑방문)

敢告己未立春(사당문),

立春大吉, 萬事亨通(일각문) 萬壽無彊, 財數大通(祖母房門 우좌)

笑門萬福來(祖母房 후문)

萬事如意(모방, 新婦房 앞문)

靜坐看書一昧長(新婦房 뒷문)

金帛陳陳(祖母房 다락문)

降福洋洋(안방 옆문)

萬堂和氣(안방옆문 중앙)

笑門萬福來, 家和萬事成(안방문 우좌) 

 


이 외에도 입춘첩으로 사용된 많은 예가 있다.
 

去千災(거천재) 모든 재앙 물러가고

來百福(내백복) 모든 복 들어오리.

 

壽似山(수사산) 산처럼 장수하고  

富如海(부여해) 바다처럼 부유하게.

 

立春大吉(입춘대길)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建陽多慶(건양다경) 따스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으리라.

 

立春大吉(입춘대길) 입춘이 되니 크게 길할 것이요

民國多慶(민국다경) 백성들의 나라엔 경사가 많으리라.

 

國泰民安(국태민안)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며

家給人足(가급인족) 집집마다 풍족하고 사람마다 넉넉하리.

 

雨順風調(우순풍조) 비바람이 순조로우니 

時和年豊(시화연풍) 시절이 화평하고 풍년이 되겠네.

 

千災雪消(천재설소)  모든 재앙 눈처럼 녹아 없어지고

萬福雲興(만복운흥)  많은 복이 구름처럼 일어나리.

 

天下太平春(천하태평춘) 온 세상 태평한 봄이요

四方無一事(사방무일사) 사방 어느 곳에도 탈 없기를

 

天上近三陽(천상근삼양) 하늘은 삼양에 가깝고

人間來五福(인간래오복) 인간에겐 오복이 오리니.

 

鳳鳴南山月(봉명남산월) 봉황은 남산의 달 아래서 울고

麟遊北岳風(인유북악풍) 기린은 북악의 바람에 노닌다.

 

父母千年壽(부모천년수) 부모님께선 오래 사시고

子孫萬歲榮(자손만세영) 자손은 길이 영화를 누리리.

 

天增歲月人增壽(천증세월인증수) 하늘은 세월을 늘리니 사람은 수명을 늘리고

春滿乾坤福滿家(춘만건곤복만가) 봄이 온 천지에 꽉 차니 복이 집집마다 가득하네.

 

時時掃地黃金出(시시소지황금출) 때때로 마당을 쓸면 황금이 나오고

日日開門萬福來(일일개문만복래) 날마다 문을 열면 만복이 들어온다.

 

堂上父母千年壽(당상부모천년수) 집의 부모께서는 오래 사시고

膝下子孫萬歲榮(슬하자손만세영) 슬하의 자녀는 오래도록 번영하네.

 

春滿乾坤福滿家(춘만건곤복만가) 봄은 천지에 차고 복은 집안에 가득한데

和氣自生君子宅(화기자생군자가) 온화한 기운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로다.

 

和氣自生君子宅(화기자생군자댁) 화기가 스스로 생기니 군자의 집이요

春光先到吉人家(춘광선도길인가) 봄빛이 먼저 이르니 길인의 집이로다.

 

春光映物生長促(춘광영물생장촉) 봄빛이 만물을 비추어 생장을 재촉하고

瑞氣滿家福祿連(서기만가복록연) 상서로운 기운이 집에 가득하니 복록이 이어지네.

 

不老草生父母國(불로초생부모국) 불로초 자라는 부모님의 나라요

無窮花發子孫枝(무궁화발자손지) 무궁화 만발하는 자손들의 가지로다.

 

雲開萬國同看月(운개만국동간월) 온 세상에 구름 걷히니 달을 보는 것 같고

花發千家共得春(화발천가공득춘) 꽃이 모든 집에 피니 함께 봄을 얻었네.

 

長生不老神仙府(장생불로신선부) 장생불로하니 신선의 마을이요

與天同壽道人家(여천동수도인가) 오래 살 수 있으니 도인의 집이로다.

 

積善堂前無限樂(적선당전무한락) 선을 쌓은 집 앞에 즐거움이 끝없고

長春花下有餘香(장춘화하유여향) 긴 봄 꽃 아래엔 향기가 넉넉하네.

 

兄友弟恭喜滿家(형우제공희만가) 형은 우애롭고 동생은 공손하니 기쁨이 집에 가득하고

夫和婦順敬如賓(부화부순경여빈) 남편은 화애롭고 아내는 유순하니 손님같이 공경하네.

 

吉地祥光開泰運(길지상광개태운) 길한 곳의 상서로운 햇빛 큰 운수를 열고

重門旭日耀陽春(중문욱일요양춘) 중문에 해가 솟으니 밝고 따스한 봄이라.

 

身健功成有福人(신건공성유복인) 몸이 건강하고 공을 이루니 유복한 사람이요

春到門前增富貴(춘도문전증부귀) 봄이 문 앞에 찾아오니 부귀가 더하겠네.

 

立春大吉吉無窮(입춘대길길무궁) 입춘대길하니 길함이 무궁하고 

建陽多慶慶有餘(건양다경경유여) 건양다경하니 경사가 많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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