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초서원리 1 - 世(丗), 賁, 堯, 老, 桑(桒), 冓, 暮

초서 원리 1

 

오랫동안 대학과 서예원에서 초서 이론과 실기에 대하여 강의를 해 왔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까지의 작품 활동과 강의 경험을 통하여 깨달은 초서 원리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규칙이 있다. 운전에도 규칙이 있고 초서에도 당연히 규칙이 있다. 운전 규칙을 알면 운전이 쉬운 것처럼 초서도 그 규칙을 알면 짧은 시간에 쉽게 익힐 수 있다고 자부한다.

초서를 공부해 오면서 느낀 가장 큰 잘못은 초서의 근원을 행서로 보고 있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행서를 생략해서 더 빨리 쓰면 초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인식의 오류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초서는 행서가 아니라 예서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초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흔히 해서에서 행서가 나오고, 행서에서 초서가 나왔다고 생각하여 서예 3체를 --라 말하는데, 이는 점획의 동태(動態)를 보고 하는 말이다. 서체 발생의 순서로 보면 --이라 해야 맞다. 만약 5체를 탄생 순서대로 말하자면 ----의 순서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초서의 부모는 예서이고, 행서는 초서의 손자뻘이 된다.

초서는 문자의 추상화 과정이다. 모든 문자가 사물의 추상화(抽象化) 과정에서 출발하지만 초서는 추상화 과정이 극대화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초서를 공부하면 누구나 다 비구상 화가가 된 기분에 젖을 수 있고 또 차별화된 문자 권력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선조들이 남긴 초서 간찰과 초서 현판 및 주련을 판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간찰은 거의가 난해한 초서로 씌어져 있는데 이는 일 처리의 수월성이라기보다 문자권력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우선 초서 전반에 걸쳐 널리 적용되는 규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평행하는 획은 생략하고 또 어긋나게 쓴다. (, , , )

둘째, 왼쪽 획은 되도록 생략한다. (, , , )

셋째, 삐침이나 파임과 같은 긴 획은 짧은 획 또는 점으로 처리한다. (, , )

넷째, 획을 줄이거나 생략하되 실획과 허획을 반드시 구분한다. (, , )

다섯째, 좌우 대칭의 부분은 세 점으로 줄인다. (, , )

여섯째, 필순을 바꾼다. (, , , , , , )

일곱째, 추상화, 부호화한다. (, 의 비교 )

여덟째, 부분으로 전체를 나타낸다. ()

점획의 호응은 초서의 모든 경우에 절대적이다.

 

초서 자형에 대한 생각의 출발은 예서 자형에서 비롯해야 한다. 이 전서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예서체에서는 로 똑같이 썼기 때문에서 이 둘의 초서체도 똑같다.

우선 (), , , , (), , 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의 여덟 자는 모두 자형초서에 해당한다. 바로 평행하는 획은 생략하고 어긋나게 쓴다라는 첫째 원리에 해당하는 글자들이다.

 

(대 세; -5; shì) 世界

(클 분; 꾸밀 비; -12; bì,bēn) 孟賁(인명) 賁飾(비식)

(요임금 요; -12; yáo) 堯舜

(늙은이 로{}; -6; lǎo) 百年偕老

(뽕나무 상; -10; sāng) 桑田碧海

(짤 구; -10; gòu)

(저물 모; -15; mù) 暮秋

 

우선 앞의 (), , (), 등의 글자는 3개의 공통점이 있어서 쉽게 이해가 간다. 그리고 역시 자가 겹쳐 있어 같이 쓴다.

따라서 다음의 글자들도 쉽게 초서로 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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