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명쾌한 초서 원리(미친 초서 길들이기) - 초서의 기본 원리 1

명쾌한 초서 원리 (미친 초서 길들이기)

 

초서의 기본 원리 1

규칙을 알면 자유로워지는 초서. 초서에도 수학처럼 틀에 박힌 방식인 공식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저절로 정해진 일정한 법칙인 규칙이 있다. 글씨의 비구상화라고 할 수 있는 초서, 처음에는 무슨 글자인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글씨도 스포츠처럼 규칙을 알고 보면 재미있게 다가오고, 그림이나 음악처럼 감상법을 익히면 본인이 쓰면서 즐길 수 있다. 무질서해 보이는 강의 흐름에도 나름의 규칙이 있듯이 초서에도 초서 나름의 규칙이 있다. 기본이 되는 이치나 법칙을 원리라 한다. 원리를 알면 짧은 시간에 초서가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다. 높은 산에 오르거나 드론을 띄우면 넓은 공간이 한눈에 들어오듯이 초서도 높은 안목으로 그 규칙의 세계를 내려다보면 난수표와 같은 복잡한 초서도 비로소 입을 열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대학과 서예원에서 초서 이론과 실기에 대하여 강의를 해 왔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지금까지의 작품 활동과 강의 경험을 통하여 깨달은 초서 원리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쓴다.

세상의 모든 일에는 규칙이 있다. 운전에도 규칙이 있고 초서에도 당연히 규칙이 있다. 운전 규칙을 알면 운전이 쉬운 것처럼 초서도 그 규칙을 알면 짧은 시간에 보다 쉽게 익힐 수 있다.

초서를 공부해 오면서 느낀 가장 큰 잘못은 초서의 근원을 행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행서를 생략해서 더 빨리 쓰면 초서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인식의 오류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초서는 행서가 아니라 예서에서 탄생했다. 따라서 초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서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왜 이렇게 쓸까 하고 의문이 가면 무조건 예서 형태를 찾아보라. 그러면 그 속에 답이 나온다.

흔히 해서에서 행서가 나오고, 행서에서 초서가 나왔다고 생각하여 서예 3체를 ‘해-행-초’라 말하는데, 이는 점획의 동태(動態)를 보고 하는 말이다. 서체 발생의 순서로 보면 ‘초-해-행’이라 해야 맞다. 만약 5체를 탄생 차례로 말하자면 ‘전-예-초-해-행’이라 해야 한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초서의 부모는 예서이고, 행서는 초서의 손자뻘이 된다.

초서는 문자의 추상화 과정이다. 모든 문자가 사물의 추상화(抽象化) 과정에서 출발하지만 초서는 추상화 과정이 극대화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초서를 공부하면 누구나 다 비구상 화가가 된 기분에 젖을 수 있고 또 차별화된 문자 권력도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선조들이 남긴 초서 간찰과 초서 현판 및 주련을 판독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간찰은 거의가 난해한 초서로 씌어져 있는데 이는 일 처리의 수월성이라기보다 문자권력의 한 단면으로 보인다. 우선 초서 전반에 걸쳐 널리 적용되는 규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평행하는 획은 생략한다.(평행생략) -貝(贝), 世, 長(长), 春, 書(书), 幸, … 

2. 왼쪽 획은 되도록 생략한다.(왼쪽생략) - 宇, 舟, 羽, 南, … 

3. 삐침은 끝까지 삐치지 않는다.(삐침중절) - 生, 隹, 千, 手, 年, 毛, 香, 乎, 午, … 

乎 - 午, 平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4. 수월성에 따라 필순이 바뀌기도 한다.(필순변화) - 干, 平, 半, 圭, 卉, 拜, … 

干 - 초서에서는 2, 3획의 필순이 바뀌기도 한다.

平 - 초서의 평화는 平 자가 깨고 있다. 점을 연결하여 획으로 보이게 하며, 나중에는 一과 木을 연결한 모양이다.

半, 圭 - 半은 米가 되기 쉽다. 圭는 오른쪽의 글자가 적당한 호흡 조절과 함께 여유가 있어 보인다.

卉, 拜 - 두 글자 모두 약간의 필순 변화에 의한 아름다움이 크다. 그러나 마지막의 王羲之 초서처럼 평행선 생략을 극대화하면 두 글자가 같아진다.

 

5. 윗점은 미루어두었다가 나중의 획과 연결하여 쓴다.(연결의점) - 方, 立, 守, 安, 客, 家, 空, … 

立 - 두 가지 경우가 다 가능하다.

守 - 守備隊가 집 안팎을 S자로 순회하듯이 썼다.

安 - ‘편안할 安’ 자만큼 불안한 글자는 없다.

客 -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돌아오는 손처럼 썼다.

家 - ‘집 家’ 자 초서는 매우 허술해 보인다.

空 - 두 가지 경우가 다 가능하다.

 

6. 삐침과 파임이 글자의 첫머리 또는 방의 위(珍)에서 만날 때, 삐치다 말고 파임으로 방향을 바꾸되 짧은 가로획으로 처리한다. 그 결과는 한글의 ‘ㄴ’처럼 된다.(첫삐파 ‘ㄴ’) - 今, 令, 合, 念, 僉(佥), 全, 金, 食, 會, 珍, … 

삐침은 파임을 만나는 부분에서 파임으로 이어지되 거의 가로획으로 변한다. ‘삐파니은’이란 삐침과 파임은 니은의 모양으로 쓴다는 뜻이다.

丙 - 글자 가운데의 작은 人도 ‘ㄴ’처럼 처리한다.

 

7. 삐침이나 파임이 글자의 중간에서 만날 때는 ‘一’로 처리한다.(중삐파‘一’) - 谷, 俗, 容, 春, 秦, 奉, 泰, 卷, 券, 拳, 倦, 寥, …

谷, 俗, 容 - 

春, 秦 - 

奉, 泰 - 

卷, 券, 拳, 倦 - 

寥, - 

 

8. 삐침이나 파임이 글자의 마지막에서 만날 때에는 ‘짧은삐침+짧은파임’으로 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ㄴ’ 또는 ‘두 점’ 등 비교적 다양하게 나타난다. - 大, 火, 木, 未, 米, 美, … 

大 - 필순도 두 가지로 나타난다.

火 - 마지막 두 글자처럼 ‘ㄴ’ 형태로 쓰는 것이 맞다. 타오르는 불길을 나타내느라 두 번 구부린 것은 이론상으로는 틀리다.

木 - ‘ㄴ’ 또는 ‘두 점’으로 처리했다.

未 - ‘두 점’으로 처리했다.

米, 半 - 앞의 두 글자는 ‘米’, 뒤의 두 글자는 ‘半’이다. 米의 마지막 삐파는 ‘ㄴ’으로 처리했다. 그 결과 ‘半’ 자와 모양이 비슷하거나 똑같다. 문맥으로 파악해야 한다.

美 - 전서에서 ‘羊+大’로 썼는데, 어찌하여 예서에서 美자의 받침이 火의 형태가 나타났는지 의문이다. 네 개나 되는 가로획에 질려서 멋으로 바꾸었을까? 어쨌든 美의 초서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9. 획을 줄이거나 생략하되 실획과 허획을 잘 구분하여 써야 한다. - 如, 路, 海, … 

뒤의 글자가 虛實 표현 더 뚜렷하다.

 

10. 좌우 대칭의 부분은 세 점으로 줄인다. - 品, 學(学), 興(兴), 擧(举), 榮(荣), 櫻(樱), 皆, 對(对), … 

品 - 아랫부분이 좌우대칭이므로 3점으로 처리했다.

學(学) - 윗부분이 좌우대칭이므로 3점으로 처리했다.

興(兴) - 윗부분이 좌우대칭이므로 간체자 선정에 영향을 주었다.

擧(举) - 참으로 재미있는 초서이다. 머리의 과감한 왼쪽생략의 결과가 한 마리 새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받침 未의 2점은 중간의 삐침과 파임이 내려온 형태이다. 그러나 간체자에서는 3점 형태를 택했다.

榮(荣) - 뜻밖에도 간체자는 3점 형태를 취하지 않았다.  

櫻(樱) - 

皆 - 머리가 좌우대칭으로 3점으로 처리했다. 

對(对) - 왼쪽 머리가 좌우대칭으로 3점으로 처리했다.

 

11. 초서는 예서에서 왔다. - 乍, 兆, 節, 昃, 助, 叔, … 

乍 - 오히려 전서를 보면 이해가 더 빠를 수 있다.

兆 - 거북 껍질이 갈라지는 모양을 나타낸 글자이다. 소전에서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卜’ 자를 덧붙였으나 예서에서는 갈라지는 조짐만을 강조했다. 초서는 다분히 예서에서 왔음을 알 수 있다.

節(节)- 우리에겐 왕희지 초서보다 마지막의 조맹부 글씨에 더 익숙하다. 간체자는 초서보다 한 수 더 나아갔다.

昃(기울 측; zè) - 

助 - 대부분의 초서는 예서에서 와서, 다소 낯설다. 해서는 마지막 智永의 초서에 근거했음을 알 수 있다.

叔- 다음 항목 참조

 

12. 추상화, 부호화한다. - 七, 叔, 甚의 비교

叔 - 예서에서 초서의 근원을 찾을 수 있다.

甚 - 초서는 극대화된 평행선 생략의 결과물이다. 3rd, 4th, 5th의 王鐸, 沈粲, 啓功의 고민이 보인다.

 

13. 부분으로 전체를 나타낸다. - 與(与)

與(与) - 마지막 두 글자는 孫過庭의 초서이다. 독특한 이력을 가진 글자이다. 일본에서도 与로 쓰고 있다.

 

14. 직선이나 꺾음을 굴림으로 나타낸다. - 到, 掛 … 

到(이를 도; dào) - 마지막은 毛澤東의 초서이다.

掛(挂. 걸 괘; guà) - 간체자는 마지막 두 글씨, 원대 鮮于樞 (1254~1322)와 明 후기 董其昌(1555~1636) 초서에서 따 온 것으로 보인다.

 

15. 초서 필의의 특징: - 人, 大, 犬, 文, … 

① 예서의 파세가 사라짐 - 파임은 젖힌 획을 엎어 쓴다.

② 예서의 直勢에서 曲勢가 많이 나타남

③ 긴 획은 비교적 짧아지고, 짧은 획은 점으로 처리

④ 점획 사이의 공간이 넓어짐

⑤ 자형은 원형에 가까워짐

⑥ 結構의 느낌은 內虛外室

⑦ 횡획은 절제하고 종획은 방자함(세로쓰기의 특징) - 글자의 좌우 끝은 가늘게 빼지 않고 단정하게 마무리한다. 

⑧ 縱的인 筆脈이 매우 중요함 – 字間의 脈絡이 끊어지면 죽은 글씨이다. 점획의 呼應도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⑨ 글자의 크기다 자유로움. - 세로획이 상대적으로 굵고 길다. 橫書가 많은 소위 캘리그라피는 이와 반대이다.

 

초서 자형에 대한 생각의 출발은 예서 자형에서 비롯해야 한다. 예컨대 艸와 竹이 전서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이지만 예서체에서는 ‘艹’로 똑같이 썼기 때문에서 이 둘의 초서체도 똑같다. 

부수 위치를 가리키는 명칭은 전통적으로 ‘변, 방, 머리, 발, 받침, 엄, 몸’ 등의 용어를 사용해 왔다. 여기에서도 원칙적으로 이에 따르지만 되도록 文과 字를 그대로 나타내 보이면서 설명하고자 한다.

 

초서

https://namu.wiki/w/%EC%B4%88%EC%84%9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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