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교실

處暑(처서) 이야기

處暑(처서) 이야기


일년을 24절후로 나누고, 계절마다 6절후가 있으며, 처서는 가을의 두 번째 절후로 입추 다음에 온다. 여기서는 문자학적으로 처서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살 처; -11; chù,chǔ)자는 쓰기에 다소 고약하게 생긴 글자이다. 이 글자의 금문 형태는 '호랑이가 발을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양''호랑이()''()'의 합자 밑에 '자리'를 뜻하는 '안석 궤()'자를 더한 모양이다. 결과적으로는 '호랑이()(곳 처)'의 합자가 된 셈으로 지금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호랑이가 한 자리에 머물다에서 또는 머무르다의 뜻에서 출발하여, 나중에는 ’, ‘살다’, ‘결정하다(처리하다)’, ‘부서(중앙 관서의 하나)’ 등의 다양한 뜻으로 발전한다.

예로서 處地(처지), 處身(처신), 處女(처녀), 處理(처리), 措處(조처), 對處(대처), 處事(처사), 處分(처분), 處遇(처우), 處罰(처벌), 部處(부처) 등을 들 수 있다.

일본식 한자 간지는 , 중국식 한자 간체자는 로 쓴다.

 

(더울 서; -13; shǔ)자는 '()''삶다()'의 합자로 '햇살이 삶듯이 덥다'는 뜻에서 출발한다. ()자는 해()가 있기 때문에 外氣(외기)에 의한 자연적인 더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는 밑에 불()이 있기 때문에 원래는 가열(加熱)에서 보듯이 人工(인공)에 의한 열의 의미였으나, 나중에는 태양열(太陽熱), 열정(熱情) 등의 예에서 보듯이 '', '열성' 등의 의미로 확대되었다. ()()의 반대자이고, ()()의 반대자이다.

 

여기에서 (놈 자; -9; zhě)의 본뜻이 '사람'이 아니라 삶다라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그런데 ()의 금문을 보면 '()을 삶는 모습'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콩은 날이 더워서 축 늘어지고, 짐승들은 혀를 내두르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나중에 ‘~하는 것’ ‘~하는 사람의 뜻으로 쓰이자, 본뜻을 살리기 위해 만든 글자가 '(삶을 자; -13; zhǔ)'자이다. 회자(膾炙)라고 할 때의 (고기 구울 자; -8; zhì)자의 우리 발음도 자와 같다. 우리말에서 삶거나 구울 때 나는 소리를 흉내 낸 자글자글도 발음상 상통한다.

小暑(소서), 大暑(대서), 寒暑(한서) 등의 예가 있다.

 

그렇다면 處暑(처서)는 무슨 뜻일까? 處暑(처서)의 어원 해석은 학자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이 문제는 24절기 순환에서 處暑(처서)가 여름철이 아닌 立秋(입추)가 지난 다음에 온다는 사실에 힌트를 얻어야 한다. 處暑(처서)의 의미를 혹자는 더위가 處理(처리)되었다.’, 혹자는 더위가 멈추었다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필자는 아직도 곳곳에 머물러 있는 더위로 풀이하고자 한다. 왜냐하면, 아직 못다 익은 알곡을 위해, 곳에 따라서는 어느 정도의 더위는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여름의 뙤약볕을 생각하면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제법 느껴진다. 올가을에는 육신의 건강을 위해 미루어 두었던 운동도 좀 하고, 생각의 근육을 위해 게임 대신에 책을 펼쳐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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