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교실

매화(한국문화상징사전)

 梅花1)

  어원

  ‘梅花’는 한자 ‘梅’와 ‘花’의 합성어로서, 사군자의 하나이다. ‘梅’의 古字로서 ‘某, 槑’ 등이 있다. 특히 ‘某’자는 梅實이 시고 달기 때문에 ‘甘’자와 ‘木’자를 합성한 것이다.<陳泰夏><문화상징사전>

  梅 ‘枏(녹나무 남)也. 可食. 從木 每聲.’ 매화는 가지와 잎이 번성하므로 每(草盛上出)聲을 붙였다.<漢字學總論>


  무속․민속

  [회춘] 매화는 만물이 추위에 떨고 있을 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려 주는, 삶의 의욕과 희망을 되찾아 주는 눈 속의 꽃이다. 겨울의 매화는 죽은 용의 형상인데, 여기에서 꽃이 피어남은 늙은 몸에서 정력이 되살아나는 回春을 상징한다. 매화를 집 안에서 가꾸는 것만으로도 春情을 북돋우며, 그 열매로 담근 술은 강장 효과가 있다.

  [사랑] 매화는 사랑을 상징하는 백 가지 꽃 중에서 으뜸이다. 모란이 부귀, 연꽃이 군자, 난초가 은군자와 귀녀, 국화가 은일자, 해당화가 신선인 데 비해, 매화는 꽃 중의 우두머리라고 ‘白眉故事’에서 설명하고 있다. 매화는 여성의 비녀 그림에 가장 많이 등장하고, 민화의 花鳥圖에도 즐겨 그려진다. 모두 사랑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이다.<金玟基>


  풍습

  [절개] 양가의 여인들은 대나무의 절개 상징성에 대하여 매잠 대신 梅竹簪을 사용하였다. 조선 세조 때의 성삼문은 호를 梅竹軒이라고 하였다. 단종에 대한 연군의 뜻을 눈 속에 피는 매화로 표상하고, 대나무의 절개의 뜻을 더하여 충신의 의지를 상징한 것이다.

  [덧없음] 매화도 한 철, 국화도 한 철이라는 속담이 있다. 매화가 아무리 사람들의 애호를 받는 좋은 꽃이라 하더라도, 그 생명성은 한 철에 그치므로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뜻이다.

  [약, 술] 매화의 열매는 한방에서 약으로 쓰인다. 약성은 溫하고 酸하며, 收斂, 止瀉, 生津, 鎭咳, 驅蟲 등의 효능이 있기 때문이다. 매실을 소주에 담가 매실주를 만들어 먹기도 하며, 꽃잎을 넣어 죽도 쑨다.

  [똥] 宮中에서 똥을 매화라고 하였고, 임금의 대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하였다. 왕의 신성성을 높이고자 한 데서 생겨난 상징이다.<李東歡>


  종교

  [유고: 선비의 기품, 절조] 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운다 하여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 정신의 표상으로 많이 재배하였다. 鄭道傳은 ‘梅川賦’에서 당시의 선비 河有宗의 고결한 인품을 매화로 상징해 읊었다. 다음의 시조도 고결한 기품의 선비를 상징하고 있다. 매화의 향내는 선비의 고결한 덕의 발현을 상징한다.


  매화 피었다기에 산중에 들어가니,

  봄눈 깊었는데, 萬壑이 한 빛이라.

  어디서 꽃다운 향내는 골골에서 나나니. <무명씨>


  도연명의 정원엔 소나무, 국화, 그리고 대나무뿐

  梅兄은 어찌하여 여기에 들지 못했나.

  내 이제 매형까지도 아울러서 風霜契를 만드니,

  절개와 맑은 향기 흠뻑 알겠네.  <이황, 節友社>


  천연한 玉色은 세속의 어두움 뛰어 넘고,

  고고한 기질은 뭇 꽃의 소란스러움에 끼여들지를 않아.  <이활, 湖堂梅花>


  [불교: 불교의 전래] 우리 나라에서는 불교에서 독자적으로 상징적 의미가 형성된 바는 없다. 일반적인 것은 아니나, 一然은 다음의 시에서 신라에 불교가 전파된 것을 매화로 상징하여 표현했다.

  金橋엔 눈이 덮여 얼어붙음 풀리지 않아

  鷄林엔 봄빛이 온전히 돌아오지 않았는데,

  기특하기도 해라, 봄의 신 꾀도 많아서

  毛禮의 집 매화에다 먼저 손을 썼네.2) <李東歡>


  동양 문화

  [중국: 봄소식] 매화나무는 잎사귀가 나기 전에 꽃이 먼저 핀다. 매화나무는 추위가 한창인 중국 북방에서 유일하게 온실 보온 없이 꽃이 피는 나무이며, 새해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나무이다. 그러므로 꽃이 필 무렵에 음력으로 새해가 시작된다.

  [겨울, 미인] 매화를 ‘氷肌玉骨’이라 하여 천진하고 순결한 처녀에 비유하였다. 따라서, 매화는 겨울과 여인을 상징한다.

  달 구석 매화 몇 가지

  추운 겨울 혼자 피네.

  멀리 보아 눈은 아니니,

  은은한 향기 스스로 풍기네.<왕안석>

  [행운의 신] 매와의 다섯 잎사귀는 다섯의 상서로운 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운수를 예측하는 데 사용하였는데, 이는 철학자 邵雍에 의해 발전되었다.

  [시녀, 성희] 매화는 몸종이나 시녀 이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성적인 의미가 내포되어있다. 기생집 침상 도구에는 매화 그림이 많으며, 二度梅는 재혼을 말한다. 또, 楊梅病은 梅毒으로, 몸에 매화 같은 반점이 보인 데에 유래한다.

  [친구, 다산] 매화는 소나무, 대와 함께 ‘겨울의 세 친구’로 불린다. ‘靑梅竹馬’라 하면, 한 쌍의 연인이 어릴 때부터 의좋게 지낸 관계를 가리킨다. 또, 매화나무는 많은 씨를 퍼뜨린다 하여 다산을 상징한다. <李東歡>

  [호색 요녀] ‘龍城錄’에 이ㅡ하면 隋나라 趙師雄이 羅浮山을 구경하다가 해가 지고 추워서 민가를 찾았다. 솔밭 사이로 불빛이 보여 내려갔다. 그런데 소복 단장한 미인이 마중을 나오며 맞이하였다. 잔설이 얼어붙은 위로 달빛이 희미하게 비쳤다. 여인의 말씨는 몹시 청아하고, 향기로운 냄새는 방 안에 가득하였다. 술을 즐기는데, 홀연히 한 綠衣 童子가 나와 춤과 노래로 취흥을 돋우었다. 취해 쓰러져 잤는데, 추위를 느껴 깨어보니 큰 매화나무 아래에 누워 있었다.

  여기서 미녀는 매화나무의 정령으로, 호색 요녀를 상징한다. <金玟基>

  [일본: 영력] 곧게 자란 매화의 어린 가지에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靈力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새로 집을 지어 이사하거나 제사 지낼 때, 매화 지팡이로 집안을 두드려 악귀를 쫓는다. 또, 악마가 붙어 아픈 소는 매화 막대기로 치면 악마가 떨어져 병이 낫는다고 믿었다.

  [신성] 의식 때에 매화 지팡이를 사용하는 수가 있고, 사원에서 修法하는 사람들도 매화 지팡이를 사용한다. 또, 귀인이 땅에 꽂은 매화 지팡이에서 뿌리가 내려 큰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많이 있다. 이들 모두는 매화 지팡이에 특별한 종교적 의의가 있고 神性함을 표상한다. <金珉基>

  [양기의 전령사] 겨울은 力學的 사고로는 죽음의 상태에 있는 계절이다. 이 계절의 끝머리에 핏기 시작하는 매화는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천지의 양기의 회복을 알리는 전령사, 또는 우주 생기의 최초의 발현을 상징한다.


  천지 간에 陰氣가 꽉 차 있어

  어느 곳에서 봄빛을 찾는담.

  기특하기도 해라, 저토록 수척한 것이

  얼음, 서리 물리쳐 내네. <정도전, 매화를 읊다>


  坤陰이 힘을 부리는 것 막기 어려워,

  만물이 뿌리로 돌아가 쉬이 찾아지질 않네.

  어젯밤 남쪽 가지에 흰 송이 하나 생겨났기에,

  향 사르며 단정히 앉아 天心을 보네. <이숭인, 매화>


  [순결한 미녀] 시에서 옥, 선녀, 달 등의 이미지와 관련해 표현된 데서 알 수 있듯이, 매화는 미녀 중에서 순결의 감각을 주는 미녀를 상징한다. ‘天香國艶’은 원래 모란을 상징하였으나, 조선 시대 이황에 이르러서는 매화를 가리키게 되었다. 모란과 매화는 대조적인 꽃이다. 그런데 도학적 美意識은 盛粧한 미녀의 이미지인 모란 대신에 淡粧한 미녀의 이미지인 매화를 최고의 미녀로 상징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옥 같은 살결엔 아직 맑은 향기 있네(이규보, 매화), 곱고도 아리따운 玉仙의 자태여(김구용, 매화 그림), 더불어 같은 것이 없는 천향국염이로다(이황, 지인 우연히)’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李東歡>

  [선비 정신] 매화는 사군자의 필두로서 고결한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시조에 나타난 최초의 매화는 이색의 작품이다.


  백설이 잦아진 골에 구름이 머흘러라.

  반가운 매화는 어느 골에 피었는고.

  석양에 홀로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매화는 落木寒天에 홀로 서 있는 傲霜孤節의 국화와 더불어 선비들에게 오랜 사랑을 받아 왔다. 그것의 속성이 아담한 운치와 높은 절조에 있기 때문이다. 조선 말 안민영은 ‘詠梅歌’ 8수로 梅花贊의 대미를 장식했다. 여기에 1수를 본다.


  어리고 성긴 가지 너를 믿지 않았더니,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燭 잡고 가까이 사랑할 때, 暗香조차 浮動터라.


  송나라 임포의 시 ‘暗香浮動月黃昏’에서 따온 제6구는 人口에 오래 회자되어 왔다. 안민영은, 서호에 은거하며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아들로 삼았다는 고사를 염두에 두고 시를 썼을 것이다.

  [조국 광복의 염원]  근대 시에 보이는 매화로는 이육사의 ‘광야’가 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일제 강점기에, 이육사는 매화 향기를 환각하면서 조국 광복의 꿈을 싹틔웠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지사로서, 문사로서 높은 정신적 경지를 보여 준 작품이다.

  [선구자] 김진섭은 ‘매화찬’에서 매화의 교훈적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즉, 매화는 초지상적, 초현세적인 인상을 주는 꽃이고, 이 세상에서 가장 超高하고 절개가 굳은 꽃이며, 한때를 앞서는 선구자의 영혼에 피어나는 꽃이라고 하였다. <洪起三>


현대․서양

  [생식력] 북아메리카 인디언 중에는 야생의 매화를 생식력의 상징으로 삼는 부족이 있다. 야생 매화는 번식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꿈에 그 열매가 나타나면 에로틱한 의미를 띠며, 성적 쾌락의 욕망을 보여 주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秦炯俊>

도상

  [군자] 매화는 고려 이래로 우리 미술에서 다양하게 다루어진 소재이다. 고려 때에는 歲寒三友 또는 四君子라 일컬어지는 梅, 蘭, 菊, 竹이 묵화로 즐겨 그려졌다. 이에 따라, 고려 도자기에서도 그러한 소재가 의장 무늬로 많이 쓰여졌다. 이러한 花卉는 繪畫에서 그 고결함으로써 君子를 상징한다. 우리 나라는 일찍이 풍속이 아름답고 예절이 발달한 나라라 하여 君子國으로 불렀다. 조선 시대 회화와 도자기, 나전 칠기 등 각종 공예 미술에도 의장 요소로 많이 쓰여졌다.

  [겨울날의 세 벗] 고려 회회로서 현재 일본에 있는, 海崖의 ‘세한삼우도’ 등이 있다. 北宋의 영향을 받아 墨竹과 墨梅 등이 유행했다.

  [선비의 아취] 고려 상감 청자로서 매화, 대나무, 소나무가 그려진 梅甁 등이 있다. 조선 시대에는 청화 백자 매조문 항아리[靑華白磁梅鳥紋壺] 등에서 매화가 즐겨 施紋되었다. 이러한 매화는 선비의 아취를 상징한다. <林永周>


  참고 문헌

  일연, 삼국유사

  김천택, 靑丘永言

  안민영․박효관, 歌曲源流

  이육사, 陸史詩集, 서울출판사, 1946.

  柳宗元, 龍城錄

  日本大百科全書, 小學館,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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