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교실

동문선 죽

 동문선 죽


古今一丘貉1) 예와 이제는 한 언덕의 담비[丘貉]요,

天地眞蘧廬 하늘과 땅은 진정 여관집이로다.

此君獨酩酊 대[此君] 홀로 취하여,

兀兀忘所如 정신없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네.

江山雖有異 강산은 비록 변했지마는,

風景本無殊 풍경은 예와 다름없다.

不用更醒悟 다시 술에서 깨어날 필요 없으니,

操戈便逐儒 창을 들고서 술 못 먹게 하는 도학자를 쫓으리라.

司馬嘗客遊 사마천도 일찍 먼 데 놀았고,

夫子亦旅寓2) 공자도 또한 나그네 되었네.

新亭相對泣3) 신정에서 마주 대해 울었거니,

數子眞兒女 그들은 실로 아녀 같았네.

此君恥匏繫4) 대가 박처럼 매달려 있어 부끄러워하여,

所適天不阻 어디가도 하늘이 막지 못하네.

何必登樓吟 구태어 누에 올라 읊조리는고?

信美非吾土5)6) “실로 아름다우나 내 땅이 아니다.”라고 읊조릴 것 없느니.


  貉(오랑캐 맥{담비 학})

  蘧廬(거려) 여사(旅舍). 여관. [莊子] 仁義, 先王之--也.

  阻(조) ① 험하다. 사이가 멀다. 걱정하다. 괴로워하다. 의심하다. *말리다. 의지하다. 믿다. 가지다. *막다. 험한 땅. 경계. ② 비스듬히 걷다.

  苽(고) 眞苽. * 다 자란 줄기는 돗자리를 만드는 데 쓰인다. 苽瓠 표주박.




竹徑趂溪開 대숲 길은 시내 좇아 열렸고,

茅廬依崦結 초가집은 언덕을 의지해 섰네.

窮冬墐北戶 한겨울에 북쪽 봉창 흙으로 막는 것은

意欲防風雪 바람과 눈을 막고자 함이려니.

尙能知傲寒 그래도 추위를 겁내지 않고

鷹犬出遊獵 매와 개를 데리고 사냥 나가네.

馳騁狐兎場 여우와 토끼를 쫓아 달릴 때,

短衣涴流血 짧은 옷에는 흐르는 피 묻었네.

還家四隣喜 집에 돌아오자 온 이웃이 기뻐하고,

促坐爭哺啜 모여 앉아 실컷 먹네.

茹毛何足怪 날고기 먹는 것 무엇이 이상하랴.

居處壯巢穴 거처하는 곳이 큰 둥우리와 굴이거니,

晶熒枯木卉 火 마른 석장이에 불을 붙이니,

滿室互明滅 온 방이 어두었다 밝았다 하네.

兩股亂赬豆 두 다리에 (온돌방에 깔아 말리는) 붉은 팥이 어지러우니,

襟裾從破裂 옷깃과 옷자락 그 따라 찢어지네.

布衾擁衆兒 베이불에 뭇 아이들 끼고 누우니,

窮若將雛鴨 궁하기가 새끼 거느린 오리와도 같아라.

竟夜眠不得 한밤이 다하도록 잠 들지 못해,

農談逮明發7) 농사 이야기로 새벽에 이르렀네.


……

時當春雨後 때마침 봄비 개인 뒤이라,

布穀8)閒關鳴 뻐꾹새는 뻐꾹뻐꾹 우는구나.

不見田頭饁 밭머리에 들밥 볼 수 없으니,

誰從水際耕 그 누가 물가에서 밭을 가는고.

我欲買山去 나는 산을 사러 가서

鑿翠開風欞 푸른 잔디 파헤치고 집이나 지으련다. 欞; 櫺(격자창 령)과 동자

園中養松竹 동산에는 소나무 대나무 기르고,

門外種稌秔 문 밖에는 찰벼와 메벼 심으리. 稌(찰벼 도)

茂樹坐鬱鬱 무성한 나무 밑에 앉아도 보고,

淸泉飮冷冷 차디찬 맑은 샘 마셔도 본다.

日讀洗心經 날이 날마다 세심경이나 읽어,

無令世故嬰 세상살이 얽혀 들지 않으리라.

尺地入金穴 자만한 땅도 돈구멍으로 들어가니,

何處安柴扃 어느 곳에 가시나무 사립문을 편안히 할꼬.

所以事奔走 그러므로 분주히 돌아다니며,

終歲不得寧9) 해를 맞이하도록 안정을 얻지 못한다.

……


……

北軒名積翠 북쪽 마루의 이름은 적취인데,

一面千竿玉 한 쪽에는 천간 옥이로세.

月夜梅梢寒 달밤에 매화 가지 차갑고,

秋風橘柚熟 가을 바람에 귤과 유자 익는다.

東望孤雲臺 동쪽으로 바라보면 고운대,

揷海翠峯矗 바다에 솟은 푸른 봉우리 뾰족하여라.

暫時寄遊賞 잠깐을 노닐어도,

平生心意足 한 평생 마음에 흐뭇하리라.

我本箇中人 나는 본래 그 곳 사람,

長江遶茅屋 긴 강이 초가집을 끼고 흘렀다.

謬學功名流 공명을 그릇 좇아

塵土空碌碌 부질없이 진토에서 허덕이지만,

至今淸夢裏 지금도 꿈속에

遙想滄浪曲 멀리 창랑 구비를 그리어 본다.

再拜送皇華 이제 황화를 전송하여 보내노니,

爲我護松菊10) 날 위하여 소나무와 국화를 보호하소.


曉日出海赤 새벽 해가 바다에서 붉게 솟아

直照孤島中 바로 외로운 섬 가운데 비치니,

夫子一片心 부자의 한 조각 마음이,

正與此日同 바로 이해와 같도다.

相去曠千載 시대가 서로 떨어지기 천 년이 넘었는데,

嗚呼感予衷 슬프게 내 마음에 느껴진다.

毛髮竪如竹 모발은 대 같이 일어서고,

凜凜吹英風11) 영풍이 늠름하게 불어온다.


鳳凰何飄飄 봉황은 어찌 그리 표표한고,

高逝不可望 높이 날아서 바라볼 수도 없도다.

飢食靑琅玕 주리면 푸른 낭간을 먹고,

渴飮天池潢 목마르면 천지의 물을 마신다.

俯視塵世窄 굽어보니 티끌 세상은 좁으며,

嗷嗷雞牧鳥場 닭 오리들이 끽끽거리는 마당이로다.

所以久不下 그러므로 오래도록 내리지 않고,

徘徊千仞岡12) 천 길 멧부리에서 빙빙 돌고 있다.


愛物多成癖 물건을 사랑하는 이 많으면 벽이 되는데,

幽人所其竹 숨어사는 사람이 대로써 거처를 삼는다.

居諸對此君 언제나 차군을 대하면,

可使食無肉13) 먹는데 고기 없어도 좋다.

與可14)付之墨 여가가 먹에 붙이니,

精神脫塵俗정신이 진속을 벗어나고,

子瞻詠於詩 자첨이 시에 읊으니,

珠璣光潤玉 구슬(시의 아름다움에 비유함)이 윤택한 옥 같이 빛나고.

七賢醉蘭亭 죽림의 칠현이 난정에서 취하니,

千載誰繼躅 천재에 누가 자취를 이었는가.

二妃泣湘梧15) 이비가 상오에서 우니,

萬竿血染觸 대 줄기마다 피로 물들었다.

飛泉灑松頂 폭포수의 안개는 솔이마에 뿌리고,

蒼筠蔭茆屋 푸른 대는 띠집을 덮었다.

撫琴坐中堂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중당에 앉아,

彈成大古曲 태고의 곡조를 탄다.

有客抱琴來 손이 거문고를 안고 와서,

溪橋自相矚 시내 다리에서 서로 마주 본다.

相對兩相忘 마주 대하자 서로 잊으니,

千秋一碁局16) 천추가 한 바둑판이로다.


仙山鬱岧嶢 신선의 산이 울창하고 높으니,

雲氣連蓬瀛 구름 기운이 봉래와 영주에 연하였도다.

茅亭隱巖下 띠 정자는 바위 밑에 숨어 있고,

綠竹繞簷楹17) 푸른 대는 처마에 둘려 있다.


金多令人貴 금이 많으면 사람을 귀하게 만들고,

無詩令人俗 시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만든다.

石頑固不害 돌은 완하여 해를 입지 않지마는,

桂香終見伐 계수나무는 향기로우므로 마침내 베임을 당한다.

絲染不須悲18) 실이 물든다고 슬퍼할 것 없고,

岐多何必泣 갈림길 많다고 울 것은 무엇인가.

竹看君子操 대에서는 군자의 지조를 볼 수 있고,

松愛歲寒骨19) 솔은 추운 때의 골격이 사랑스럽다.


火雲燒空金石焦 불구름이 허공을 사르니 쇠와 돌이 타는데,

此君風韻寒蕭蕭 그대(此君, 竹)의 이 풍채와 운치는 차서 쓸쓸하여라.

窮冬凜冽膠欲折 한 겨울이 몹시 차서 아교도 부러지려 하지만,

此君顔色誠難凋 그대의 얼굴빛은 진실로 시들게 하기 어렵도다.

此君素節堅如鐵 그대의 본 절개는 쇠처럼 굳고,

此君空腹渾無物 그대의 빈 배엔 전연 아무 것도 없다.

吟風嘯月守長齊 바람에 읊고 달에 휘파람불면서 긴 재를 지키고,

玉瘦瓊寒氷自潔 옥처럼 여위고 구슬처럼 차면서 얼음처럼 조촐하다.

天工用意眞兒戱 천공의 마음 씀은 아이 장난과 같아,

欲試此君聊一醉 그대를 시험하고자 일부러 한 번 취하게 하였다.

宛宛虹霓垂半天 둥그런 무지개를 반 하늘에 드리우더니,

倒捲酒泉20)千斛水 술샘의 천 섬 물을 거꾸로 걷어 올려,

朝來細雨滴空階 아침에 오는 보슬비가 빈 뜰에 들으니,

淨滑眞是蒲萄醅 깨끗하고 미끄럽기 맑은 국화 술이네.

此君臨風成一嘯 그대 바람 앞에 한 번 휘파람 내니,

窪尊不用黃金罍 큰 두루미나 황금 술항아리가 필요치 않다.

腰支偃亞醉正熟 허리가 구부러지도록 한창 취했는데,

身世何殊浮海粟 이 몸은 바다에 뜬 좁쌀과 무엇이 다르랴.

扶路歸來數里餘 길을 따라 몇 리 남짓 돌아오니,

滿身尙帶苔痕綠 온 몸에는 아직도 푸른 이끼 흔적이 있다.

嬰兒忘客土21) 비단 포대기의 어린아이가 객토임을 잊고,

頭角森然犀玉露 머리의 뿔은 구슬 같은 이슬에 함초롬히 젖어 있다.

惺然一罷醉鄕眠 취향의 꿈을 한 번 번쩍 깨어나니,

谷變陵移眞朝暮 어느새 골짝이 변하고 언덕이 옮겨졌더라.

君不見莊生立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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