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각교실

전각과 낙관법(도곡 김태정)

      ‘전각’ - 김태정 著

  전각(篆刻)은 서화(書畵)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용구이자, 하나의 예술품이다. 잘 쓰여진 서예작품이나 그림에 전각이 찍혀있지 않으면 미완성 작품으로 인식될 정도로 그 중요성이 크다.

  전각이란 말은 전자(篆字)의 글씨를 이용하여 새겼기 때문에 불리어지고, 흔히 낙관(落款)이란 말로 많이 불리어진다. 낙관이란 낙성관지(落成款識)의 준말로 낙관은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린 뒤 관지(款識)를 하고 작가의 도장을 찍는 전체를 이르는 것을 말한다.

  예로부터 도장에는 전서 외에도 해서와 예서, 그림이나 동물 따위의 형상을 새겨왔었다. 인물이나 동물의 형상을 도형화시킨 것은 초형인(肖形印)이라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작품에 사용하는 낙관용 전각은 일반적으로 중국 명나라 문팽(文彭:字는 壽承, 別字는 三橋, 文徵明의 長男으로 江蘇省 長洲 사람이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문팽은 전각에 관한 학술적 논거(論據)를 처음으로 확립한 사람이다. 또 전각을 하나의 예술적 기호(嗜好) 및 필수품으로 등장시키는데 크게 공헌했다.

  그 후 전각은 새로운 예술로 점차 확대 인식되어졌으며, 전각이 지닌 문자학적(文字學的), 서사적(書史的), 예술적 가치의 중요성이 시대가 갈수록 분명하게 인식되고 있다.

  전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장법(章法)이다. 서예에서 결구(結構)라고 하는 것이 장법이다. 이 장법을 등산목 같은 이는 목수가 집을 짓기 전에 해야하는 기초공사인 '정지 작업'에 비유했다. 기초공사가 제대로 되어야 그 위에 세워지는 건물을 생각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논리이지 실제는 그와 같지는 않다. 도장이란 한눈에 들어오는 작은 형태에서 파악해야 하는 직접적인 것이며, 건물은 수용능력과 기능에 따른 연구들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예술은 장식성을 떠날 수 없다. 우선은 항상 정감이 가도록 해야 한다. 모처럼 제작된 것이 한두 번 보는 사이에 싫어지게 되면, 그만큼 그 작품은 조형성이 결려되어 있다는 증거다. 좋은 것은 항상 옆에 두고 보거나 사용해도 정감이 끈끈하게 흐르고 애착이 생긴다.

  일반적으로 도장은 모두 적색으로 찍혀 있다. 물론 붉은 문자는 주문(朱文), 백색의 문자는 백문(白文)으로 구분한다. 또 이것을 양각과 음각으로 구별한다, 그러나 음양각으로 말하기보다는 주백문(朱白文)으로 구분하는 것이 더 올바른 방법이다. 

 

* 낙관법

  어떻게 하면 전각으로 인하여 작품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하면 적당한 위치를 찾아 찍는 것도 인격(印格)을 높이게 되는 것이 된다.

  서예작품에서는 본문을 다 쓰고 난 말미가 아니면 행을 달리하여 작가가 표시하고자 하는 곳에 낙관을 하게 된다. 그리고 도장은 이름자나 아호 밑에 음각된 백문의 성명인을 먼저 찍는다. 그 다음에 양각된 주문(朱文)의 아호인을 그 아래에다 찍는 것이 상례이다. 물론 이러한 朱.白의 순서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으나 겸손의 뜻으로 이름 도장을 먼저 찍고, 나중에 雅號印이나 자인(字印) 및 堂號印을 찍는다.

  그렇다고 해서 이 두 개의 도장을 다 찍을 필요는 없다. 때에 따라서는 성명인이나 아호인, 아니면 수결인(手決印), 또는 字印을 하나만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작품의 크기가 쓰여진 모양새에 따라 주문, 백문의 도장을 사용하게 된다.

  그리고 간혹 유인(遊印)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작품상 비어있는 공간에 적당한 의미의 도장을 朱白에 관계없이 작가의 판단에 의해 찍게 된다. 많은 이들이 이런 경우를 여백 처리라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여백이란 남은 자리일 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남은 자리에 도장을 찍는 것이라면 필요 없이 동원되는 도장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구성상 계획하여 얻는 장소이지 여백처리가 아니다.

  최근에는 전각 그 자체를 감상적 차원의 예술품으로 새기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는 실용성에 바탕을 둔 전각의 본래 목적과는 상반되는 것인데, 전각을 방촌(方寸)의 세계에서 탈피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대접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표현이라 생각한다. 이럴 경우 작품을 하고 난 후 글씨를 곁 들이는데 전각 작품에 쓰여진 글씨 또한 격이 높아야 한다. 모처럼 애써 만든 전각 작품이 부연 설명으로 곁들인 문장에서 훌륭한 서사(書寫)가 되지 않는 다면 그만큼 전각 작품의 질도 동시에 격하되는 것이다.

  예술은 기법이나 지식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기법과 지식만의 예술이라면 초기 단계에서는 다소 빛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에 가서는 큰 발전 없이 양적 확대만 이루어질 것이다. 작품이 격이 있고 넓어지려면 모든 사물을 마음의 깊은 눈으로 보아야 하고, 그 깊은 눈에 따라 손이 따라가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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