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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안 하는 이유

질문 안 하는 이유
- 한국대학의 비효율적인 강의시스템도 문제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6/14/2009061400756.html

9일자 A20면 양세욱 한양대 교수의 일사일언 "질문 안 하는 학생들"을 읽었다. 그는 교수가 자문자답하는 강의는 최하급 강의고, 학생들 스스로의 토론으로 답을 찾는 강의야말로 최상급 강의라고 했다. 학생들이 숨죽인 강의실 풍경이 떠오르며, 강단에 선 그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필자가 보기에 한국 학생들이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럿 있다. 양 교수의 지적대로 온라인 '지식in'이 오프라인 '지식인'(교수)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하지만, '질문 봉쇄형' 교수법이 '질문 안 하는' 학생들을 재생산하기도 한다. 한국 대학의 비효율적인 강의 시스템도 문제다.

유학했던 호주의 대학에선 교수(lecturer)와 조교(tutor)가 각각 이론 설명과 토론 주도를 맡아 시너지 효과를 냈다. 예컨대 200명이 듣는 수업을 맡은 교수가 '글로벌 미디어와 아시아문화'에 대해 이론적인 배경을 설명하면 현직 저널리스트인 조교들이 20개 팀에 10명씩 학생을 맡아 구체적인 사례를 놓고 토론을 이끄는 식이다. '글로벌 미디어는 아시아의 게이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같은 파격적인 주제를 놓고 한달에 걸쳐 소논문을 작성하는 동안 교수·학생 간 의견 교류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반면 교환학생으로서 접했던 한국 대학 강의실은 마치 '연출된 세트장' 같았다. 교수님의 고견은 물론, 어렵사리 나온 다른 학생의 의견에 대해서도 반론하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시험 문제는 어차피 교수님 '말씀'에서 출제되는 상황이라 학생들은 열정적인 토론 대신 '필기'를 택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시험마저 외운 것을 쏟아내는 식으로 진행됐고, 쏟아낸 지식의 부족함을 채워 줄 피드백 과정도 없었다. '좋은 질문'을 생각해낼 줄 아는 능력도 소통을 장려하는 강의 시스템에서 길러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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