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를 읽다가 이런 기사가 있어서 삼가 올립니다.
사진대전이 `사진합성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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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서라면 아무리 험난한 시련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거장들의 무용담은 이제 전설이 되었습니다.
빛과 피사체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고단함을 무릅썼던 사진가의 인내는 '디지털 사진'의 위력 앞에 '괜한 헛수고'로 전락했다는 이야기지요. 6월 9일자 본보 11면에 대한민국 사진대전 수상작 중 일부가 합성됐다는 보도를 하면서 두 장의 사진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합성의 흔적은 어제 언급된 두 장의 사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수상작이라며 신문사에 전달된 거의 대다수의 작품에서 합성의 증거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장 더 사례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윤모씨의 특선작 '목장의 아침'입니다. 사진 A 부분 앞 소와 뒤에 있는 소는 같은 소입니다. 같은 소를 달리 보이게 하려는 의도에서 앞뒤 소 오른쪽 귀를 약간 다르게 처리했습니다. B 부분의 소들은 앞쪽과 뒤쪽 등 부위의 광선이 다릅니다. 오솔길 앞줄에 선 소들의 등은 광선을 받아 빛나는데 뒷줄 소들의 등은 어둡고 침침합니다. 뒤쪽의 소를 합성해 넣었기 때문입니다. C 부분의 소는 끼워 넣은 표시가 너무 뚜렷해 설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D 부분도 이상합니다. 두 마리의 소가 겹쳐 있지만 앞 소의 다리가 보이지 않습니다. 확대해 보면 누구라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진합성을 예술작업의 한 기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동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해당되는 분야는 따로 있습니다. 이를테면 컴퓨터 그래픽 등의 분야입니다. 적어도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을 건 사진대전의 수상작 대부분이 합성사진이라는 결과는 해도 너무했습니다. 합성을 거부하고 원칙을 고수하다 조작된 '그림'에 밀려 수상권에서 탈락한 '사진'의 억울함은 또 어떻습니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거지요. '합성이면 어때'라는 시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도덕 불감증을 보는 듯합니다. 차라리 사진전 이름을 바꾸면 어떨까요. '대한민국 포토샵 경연대회' 쯤 되면 시비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춘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