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03월 07일 (목) 18:04
3ㆍ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독립운동가이자, 한국 미술사 연구의 시조로 불리는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ㆍ1864~1953)선생.
그가 일제 치하에서 잊혀져 가는 우리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역대 명인들의 글씨와 그림을 수집해 엮은 ‘근역서휘’(槿域書彙)와 ‘근역화휘’(槿域畵彙)가 처음으로 한꺼번에 일반에 공개된다.
서울대박물관이 8일부터 5월25일까지 개최하는 ‘근역서휘ㆍ근역화휘 특별전’은 선인들의 정신과 서예ㆍ회화의 세계는 물론 그것을 통해 민족의역사와 생활, 민속까지도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진귀한기회.
‘근역서휘’는 1,100여명에 이르는 이들의 필적이나 서찰을 37책에 집성한 서첩이며, ‘근역화휘’는 역대 유명 화가들의 그림 67점을 3책에 모은화첩이다.
서책의 제목 그대로 우리나라를 뜻하는 무궁화동산(槿域ㆍ근역)의 글씨와그림의 집성인 셈이다.
오세창 선생이 1928년 서화가 1,117명의 자료를 모아 펴낸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가 한국 서예사ㆍ회화사 연구의 주춧돌을 놓은 기념비적 저작으로 꼽히지만,‘근역서휘’는 그보다 앞서 1911년에 간행됐다.
‘근역서휘’에는 통일신라시대 김생(金生)의 글씨로 알려진 금니사경(金泥寫經)부터 강감찬 이 황윤선도 한석봉 등의 글씨가 실려있다.
‘근역화휘’에는 안견의 것으로 전해지는 산수도를 비롯해 이징 신윤복장승업 등의 그림이 모아졌다.
그동안 개별적ㆍ부분적으로만 소개됐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근역서휘’에 실린 글씨 중 엄선된 80점과 ‘근역화휘’의 그림 67점 모두를 공개한다.
“어머님의 병환은 차도가 어떠하냐? ‘서전’과 ‘주역’은 어느 곳에두었느냐. 혹은 어떤 벗에게 빌려주었느냐?”라고 아들에게 묻는 조선 초김종서 장군의 절절한 서간, 조선 전기 최고의 서예가 안평대군의 글씨,사육신의 한 사람 성삼문이 연꽃에 빗대 선비의 절개를 보여준 시 ‘연찬(蓮贊)’, 신사임당의 해오라기그림 ‘노련도’(鷺蓮圖) 등은 특히 눈여겨볼 명품들이다.
한글 세대, 일반인들도 선인의 자취와 멋스러움을 쉽게 접하고 이해할수 있도록 상세한 작품 설명과 한글 해석을 붙였다.
4월2일 오후2시 박물관 강당에서는 송하경 성균관대교수의 ‘근역서휘 특별전을 계기로 본 한국 근현대 서예’ 등 강연회도 열린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