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봉산/청평사(강원 춘천시)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산에 오르는 독특한 재미를 맛 볼 수 있다. 오봉산 들머리에 오롯하게 자리잡은 청평사는 맑은 물냄새와 소나무 향기가 범벅이 된 사찰. 그 청아함만큼 맑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청평사라는 이름은 고려때 청평거사 이자현(1061~1125)의 아호에서 따온것. 이자현은 권세가 이자연의 손자이다. 이자연은 세 딸을 모두 문종에게시집보내 12대 순종, 13대 선종, 15대 숙종의 외할아버지가 됐다. 집안의 권세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손자인 이자현은 세태에 대한 염증을 느끼고 도성을 떠나 청평사에 은거했다. 예종이 그를 흠모해 여러번나라일을 맡기려 했으나 “욕심없이 사는 것이 나의 삶”이라는 대답으로청평사를 떠나지 않았다. 명징한 삶을 살았던 이자현은 차를 사랑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그와 청평사의 내력이 전해내려오면서 김시습, 이황, 정선, 정약용 등 내로라 하는 거물들이 청평사에 들러 한잔의 차를 즐기곤 했다. 탄연스님이이자현의 이야기를 쓴 진락공이자현비는 우리 서예사를 빛낸 걸작으로 평가된다. 오봉산(779m)은 청평사를 굽어보는 바위산이다. 기암의 봉우리가 오밀조밀하게 늘어서 있다. 다섯개의 봉우리가 대표적이어서 오봉산이란 이름이붙었다. 소양호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10분쯤 들어가면 청평사 선착장. 본격적인 등산을 원하면 청평골-하우고개-북쪽 주능선-부용산-배치고개-오봉산-청평사로 이어지는 코스를 택한다. 약 6시간30분이 소요된다. 간단한 산행을 택한다면 청평사 앞에서 망부석, 홈통바위를 따라 오봉산에 오르면 된다.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오봉산의 또 하나의 명물은 청평사 가는 길의 구성폭포. 아홉가지 소리를내며 떨어진다고 한다. 높이 10m로 규모는 작지만 두 갈래로 나뉘어 수직으로 내리 꽂히는 물줄기가 기품이 있다. 지금 소양호의 물은 10m 가깝게빠져 있다. 만수의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