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북경에서 전시 중인 기괴한 글씨 중 임군거호렴경명(86×46㎝), 종이에 먹, 개인 소장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천지일보 2019.8.16
* 현재 북경에서 전시 중인 기괴한 글씨 중 사서루(27×73.5㎝), 종이에 먹, 개인 소장 (제공: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천지일보 2019.8.16
------------------------------------------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 원장
전 국립박물관 관장
전 이화여대 초빙교수
전 문화재 위원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展
대담무쌍한 국제적 사기극과 같아
‘괴의 미학’이란 해괴한 이론 조작
괴이한 작품들 옹호
최완수·유홍준, 작품 진위 구별 못해
추사가 말한 ‘괴(怪)’에 대한 몰이해
‘추사전’ 국격까지 떨어트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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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은 중국미술관과 공동으로 지난 6월 18일부터 베이징에 위치한 중국미술관에서 ‘추사 김정희와 청조 문인의 대화’展을 개최했다. 예술의전당과 중국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괴(怪)의 미학(美學)과 동아시아 서(書)의 현대성(現代性)’을 주제로 열리고 있다. 이런 해괴한 주제는 있을 수 없다. 이 모두가 출품작 90%를 차지한 해괴한 글씨들을 진품으로 뒷받침하는 계획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 대담무쌍한 국제적 사기극이다.
추사체 글씨라고 부르는 글씨들은 모두 정상적인 글씨가 아닌데 왜 그럴까. 나는 20년 전부터 추사에 관한 모든 전시와 저서를 지속적으로 통렬히 비판해온 유일한 학자다. 그러면 이번 중국 전시에 나서는 까닭을 써 보고자 한다.
최완수씨와 유홍준씨는 우리나라 추사 김정희 연구의 권위자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추사 연구 저서들을 내면 추사 연구의 권위자가 되고 대중들은 글씨나 그림을 모르니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 필자는 추사의 연구자는 아니나 글씨와 그림을 볼 줄은 안다. 추사가 임서(臨書)했다는 전국시대의 금석문이나 한나라 예서(隸書)와 북위의 예서와 행서 그리고 구양수의 법첩은 물론 누구보다 열심히 10년 가까이 임서했고,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를 오래 그려보기도 하여 추사의 글씨와 난 그림을 이해하고 진위를 가릴 수 있다. 추사는 학예일치(學藝一致)의 학자라고 말한다. 즉 학문과 예술을 함께 연마한 학자라는 말인데, 필자 역시 학문과 예술을 함께 연마하여 온 학예일치를 실천해 오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그런데 가까이 지내서 잘 알지만 최완수씨와 유홍준씨는 붓글씨를 올바로 써보거나 사군자를 그린 적이 없어서 작품의 진위를 구별할 줄 모른다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아 왔다. 그들은 이른 바 ‘작품 조사’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미술사학에서 작품을 조사할 줄 모른다는 것은 과학자들이 실험이나 관찰을 할 줄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두 사람은 묘하게도 추사에 대한 논문은 한 편도 없고 모두 개설서다. 작품조사를 하지 않으면 논문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웅변한다. 작품을 철저히 관찰하여 이루어진 새로운 연구 성과가 있어야만 논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은 학예일치의 삶을 살지 않았으므로 추사의 학예일치의 삶의 세계를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요즘 두 사람의 저서들에 출몰하는 추사의 글씨의 많은 수가 왜 그리 서체가 괴이(怪異)하고 괴상(怪狀)하고 해괴(駭怪)하고 기괴(奇怪)하고 파격적(破格的)인가. 처음 보는 괴이함이어서 사람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며 당혹케 한다. 특히 이번 중국의 권위 있는 중국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추사전에는 유난히 괴이한 글씨가 많다. 210년 만에 중국을 찾아간 추사의 작품전 기획을 주도한 자는 유홍준과 최완수 두 사람이다. 그리고 학술발표에서 유홍준씨는 ‘괴의 미학’을 주제로 들고 나와 전시 성격을 주도했다. 왜 추사글씨의 핵심은 ‘졸박청고(拙朴淸高)’인데 그것은 간데없고, 괴의 미학, 파격, 반역, 조형미의 파괴 등 해괴한 논리들이 난무하는가. 그러면 누가 작품을 선정했을까. 책임질 작품심위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최완수, 이완수, 김규선, 권창륜, 김양동, 김영동. 우찬규 등 7명이다. 유홍준씨는 들어있지 않지만 그가 주도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의도가 들어있다
그러면 특히 유홍준은 왜 그토록 ‘괴의 미학’이란 이론에 집착해오고 조작까지 하고 있는 것일까. 그는 추사체의 특질을 오래전부터 ‘괴(怪)’라고 한 마디로 단정해왔으며 이번 북경전에서도 그것을 캐치프레이즈로 들고 나서고 있다. 그는 19세기의 유최진의 추사체론을 취하여 “추사의 글씨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는 자들은 괴기(怪奇)한 글씨라 할 것이요” “험악하고 괴이하여… 그러나 거기엔 아무 잘못이 없다”라는 언급을 인용하고 있다(‘추사 김정희’, 창비, 2018년). 그러나 추사는 “글씨가 고(古)하고 졸할(拙)지언정 기(奇)하거나 괴(怪)하면 안 된다”는 모순된 주장도 인용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자신의 글씨를 괴(怪)하다고 떠드니, 이처럼 말한다. “(상략) 그들이 비웃건 꾸지람해도 그것은 그들에게 달린 것이외다. 해명하여 조롱을 면할 수도 없거니와 괴(怪)하지 않으면 글씨가 되지 않는 것을 어떻게 하나요”라고 추사가 자신의 괴의 가치를 적극 옹호했다고 유홍준씨는 썼다. 그러나 문맥을 살펴보면 추사가 말한 괴(怪)는 자기를 조롱하는 자들이 말하는 괴(怪)이지 자신의 글씨를 두고 말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추사가 말한 괴(怪)의 정체를 알 수 없다. 추사가 말했다는 “구양순은 괴(怪)하고 저수량은 아름답다”라고 말한 것을 크게 내건다. 그런데 구양순의 방정(方正)한 글씨에 어디 괴(怪)한 데가 있는가! 그러므로 추사가 말한 괴(怪)의 실체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면 알 수 없다고 말해야 학자의 태도이다.
출처 : 천지일보(http://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