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계소식

세종학당 공자학원 일본어센터 간디아카데미 - 문화브랜드 수출 기구

한 중 일 인 4개국 '소프트 파워' 전쟁

아프리카 케냐의 나이로비대학에 설립된 중국의 공자학원(Confucius Institute)에서는 요즘 학생들이 붓으로 한자를 그림 그리듯이 써가며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이나 영국의 명문 런던정경대학(LSE)에서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공자학원은 2004년 11월 서울에도 설립됐다. 지난해 말 호남대에 국내 두 번째 공자학원도 선보였다. 중국이 자국 문화와 언어를 지구촌 곳곳에 심고 있는 것이다.


인도.일본.한국도 이 대열에 동참했다. 아시아 4국이 자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심기 위해 전략적인 육성정책을 경쟁적으로 펴고 있다. 외국인들이 그 나라 말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곳곳에 '언어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전통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군사력 중심의 하드 파워보다 문화에서 나오는 소프트 파워가 앞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화를 통한 상품 마케팅'이라는 비즈니스 전략도 깔려 있다.


◆언어학원 설립 경쟁=중국 정부는 2002년 중국어의 해외 보급 방침을 정했다. 2년 뒤 독일의 괴테 인스티튜트를 본떠 베이징에 공자학원 본부를 설립했다. 현재 세계 78곳에서 공자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10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취더린(曲德林) 베이징 어언문화대학 총장은 "중국 전통문화의 상징인 공자의 사상까지도 전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의 움직임에 가장 강하게 자극 받은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정부는 올 초 "현재 10곳에 불과한 일본어 센터를 몇 년 안에 1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각 산하의 한 싱크탱크가 2005년 작성한 보고서가 "일본의 매력을 전 세계에 전파해 일본의 소프트 파워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건의한 것을 실천에 옮기기로 한 것이다.


워싱턴.베이징.파리.도쿄 등 22개 주요 도시에 문화센터를 운영해 온 인도도 이 기구를 30곳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인도는 공자학원에 상응하는 '간디 아카데미'를 설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한국 정부는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3월 중국과 몽골에 한글을 보급하는 '세종학당'을 신설할 방침이다. 하반기에는 중앙아시아 지역에 2~3곳을 추가하고 2011년까지 10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문화가 힘'=인도는 인도문화센터를 통해 소프트 파워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2대 도시인 뭄바이 근교에서는 '볼리우드(할리우드와 봄베이의 합성어로 인도의 영화산업을 지칭)' 열기가 대단하다. 전통음악과 춤을 가공한 멀티미디어 상품인 영화를 전 세계로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인도의 요가는 이미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 곳곳에서 뿌리내리고 있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가 인도의 방언을 문신한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다.


공자학원에서는 중국어만 가르치는 게 아니다. 서예.다도.시문학 등 중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공자학원은 앞으로 침술 등 전통문화 체험 강좌도 확대 개설할 예정이다.


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은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을 한발 앞서 깨달았다. 독일은 1951년 괴테 인스티튜트를 만들어 문화 수출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일본.인도와의 소프트 파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유능한 영어 구사 인력과 재미가 넘치는 다양한 콘텐트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프트 파워(soft power)=군사력이나 경제 제재와 같은 물리적 힘을 의미하는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미국 하버드대의 조셉 나이 박사가 1989년 창안한 말인데, 교육.학문.예술 등 문화에서 나오는 힘으로 이해하면 된다. 한류(韓流)가 좋은 예다. 설득과 매력으로 자발적 공감을 끌어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베이징=진세근.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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