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저녁 8시 2009년
노원역 근처 먹자 골목
소리가 들리지 않는 식당 안 티브이에선
몇몇 정치꾼들이 비리에 연루되고
잠실 롯데 백화점 신축 허가가 확정되었다고
초고층 건물 사진이 남의 나라 일처럼 비쳐지고
그리고, 그리고, 드디어
김 연아가 금의환향하는 인천공항 화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잠시 맘 훈훈해지는 동안
비싼 갈비탕 국물이 다 식었다
식은 국물을 홀짝거리며
욕심껏 썰어 놓은 김치 깍두기가
남을까 주인 눈치가 보였다
왜 난 이런 작은 일에도 눈치가 보일까
눈치밥 오십 여 년!
뻔뻔한 얼굴들에게 얼마나 더 공부를 해야
눈치 보지 않고 밥 한그릇 먹을 수 있을까
자판기 커피 한 잔 뽑아들고
초록색 푸라스틱 이쑤시개
하나 물고 어물쩡하게 식당문을 나서니
아직 바람이 차다
낼쯤은 봄이 오려나! 隱泉
권상호
참 좋습니다.
역시 맛깔스런 시
갈비탕은 식었지만
詩意는 후끈 달아오르네요.
이제사 무엇이든
건드리면 모두 시로 변하니
그대는 진정한 시인이십니다.
그대의 시를 위하여
오늘까지도 추울 겁니다.
만우절...
김민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