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맘 때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어버이 날이다 스승의 날이다 해도
찾아뵙지도 못하는 못난 아들이고
언제나 모자라는 못난 학생이기에,
또 이제는 못난 아버지가 되었기에
더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것을 배웠고,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도 많음을
언제나 말이 아닌 당신의 노력으로
좋은 글과 실천으로 보여주셨는데,
아직도 제자보다 더 많이 노력하시는
그 모습에 너무 모자람을 느낍니다.
선생님의 제자라고 말하기가 부끄러워
그저 그분의 학생이었노라고 말해왔고,
남의 스승이라는 말이 아직도 부끄러워
그저 그 학생을 가르쳤다고 이야기하는
아직 많이 부족한 배우는 '學生'입니다.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그 말조차도
제대로 한번 드리지 못한 그런 학생이라
이제 그런 표현을 하기에도 부끄럽습니다.
붓을 잡고 선생님 마음가짐을 배울 때처럼
그저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는 노력을 할뿐
아직 용기가 날만큼 그런 사람이 못되었죠.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저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늘 길이 되고 힘이 됨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름에 찾아뵙겠습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에서
박진규 드림.
권상호
어떤 선물보다도
더 고귀한 선물을 받은
부끄러운 선생이구나.
산골짜기에서 야생화처럼
어렵게 자란 네가
어느새 네 가족을 이루어
그것도 태평양 건너 저 먼 이국땅
미국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 든든하구나.
다음에 만날 때는
'박박사'라고 부를 수 있겠지?
권상호
스승의 날 행사를 마치고,
이메일을 살피던 중
예상치 못했던 향기다발.
그리고 먹을거리.
부담만 주는 못난 선생이 된 꼴이라
할 말이 없구먼.
박선생,
투박한 시골 분위기를 바탕으로
시인으로 다시 만났는데,
이질적인 첨단 사이버로
어엿한 석사로 다시 태어나다니......
우리 것을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면서도
전공은 영문학을 택하더니만
그 이질감을 예술과 학문으로
잘 융화해 나가는 모습이 진정 자랑스럽네.
스승으로서
삶의 예술가로서
학자로서
하모니의 마술사가 되어
항상
사랑하는 아내와 자녀와 더불어
아름다운 가정 꾸려나가길 비네.
영혼의 아름다움으로 폼을 잡는 그대,
사랑의 찡한 울림을 나의 가슴에 박다니.
권상호
건강하십니까?
저 박진규입니다.
찾아가 뵌 것이 너무도 오래되어 기억조차 멀군요. 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가까이 계신데도 한번 들리지도 못했습니다. 항상 마음 한 구석에 먹냄새를 느끼며 선생님 생각을 합니다. 학생들에게 짧은 글이나마 가르치면서(요즘은 대학생들에게 대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처럼 끝없이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강해집니다. 대학원 졸업을 하면서 논문을 쓰긴 했지만 쑥스러운 마음에 감히 남들에게 내놓기가 부끄러워 한권 직접 드리지도 못했습니다. 부족한 것이지만 수일내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질책 바랍니다.
늘 변명만 하는 못난 제자로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제대로 보기초차 힘듭니다. 늘 선생님의 노력하는 모습을 닮아가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이 잘 따르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자세로 학교 생활을 하려하고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선생님의 뜻에 크게 어긋나지 않게 살아 온 것에 그나마 감사하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박진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