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새해 벽두의 신문 광고란에는 각 기업들의 한 해 설계가 담긴다. 기업이 내거는 한 해의 슬로건과 고객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한 줄의 카피 문구, 한 장의 사진에 녹아 있는 것이다.
올해는 새정부 출범에 따른 정치.사회적 변화, 불안한 국내외 경제 상황을 염두에 둔 내용이 많아졌다. 또 일방적인 구호보다 쌍방향적인 생활 속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형식에서도 구태의연한 새해 인사를 벗어나 참신한 파격을 시도한 곳이 많다.
올해 각 기업들이 신년 광고에서 가장 많이 내세운 메시지는 화합이다.
삼성은 올해 신년 광고에서
'함께 가요,희망으로'
라는 말로 한 해의 기원을 표현했다. 지난해
'기대하세요, 좋은 소식'
이라는 말로 나라 밖의 왕성한 활약을 암시했던 것에 비해 올해는 '함께 가요'라는 문구로 국내에서 모두가 같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이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의 김현철씨는 "올해 우리 사회의 화두는 화합"이라며 "지난해 대선을 통해 두드러진 계층 간. 세대 간의 차이를 없애고 모두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말했다.
SK에서도 화합에의 기원을 주제로 삼았다. '함께 나누는 행복'이 SK의 슬로건이다.
'눈물 흘리는 사람, 마음 아픈 사람이 없기 바란다'
는 문구로 SK는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을 내보였다. 실제로 SK는 올해 소외계층을 돕는 사회공헌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일 예정.
'화합'과 함께 기업들이 광고를 통해 강조하고 있는 또 하나의 메시지는 '사랑'이다. 생활 속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가족이나 아이들의 모습이 클로즈업되는 것도 이 때문.
'사랑해요 LG'
등의 문구를 유행시키며 '사랑'을 기업의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워 왔던 LG는 올 신년 광고에서 아예 '연인이 되겠다'며 나섰다.
'365일 늘 기분 좋은 연인이 되겠습니다'
는 것이 LG의 새로운 슬로건이다.
연초에 가장 공격적인 신년 광고를 선보인 기업은 교보생명이다. 교보생명은 전 월드컵 국가대표팀 히딩크 감독을 내세워 획기적인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현재 생명보험 업계 2,3위를 다투는 교보생명은 올해를 기점으로 확고한 업계 2위를 굳히고 1위에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의 세 배에 달하는 광고비를 책정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교보생명의 새 슬로건은 '사랑'. 동반자. 조연. 버팀목 등의 보험사들이 흔히 쓰는 말 대신 '사랑'이라는 말로 타사와 차별화 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기존의 광고에 카피 문구만 바꿔 신년 인사를 했다. 하지만 올해는 신년 광고를 따로 제작했다.
'대한민국 2003 맑음 맑음'
이라는 문구 아래 한국 주재 세계 특파원에게 던지는 말의 형식을 빌려 '서울에 계신 특파원 여러분, 대한민국은 지금 새로운 나라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기쁨에 넘쳐 있다고 타전하십시오'라고 했다.
KTF도 파격적인 광고로 눈길을 끌었다. 화면 한가운데 '無限'이라는 큰 글자를 부각시켰다. 기술의 한계, 사고의 한계를 없애겠다는 메시지다.
이처럼 각 기업이 파격적인 광고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해 초 BC카드가 신년 광고를 통해
'부자되세요'
라는 말을 유행시킨 것이 자극이 됐다고 분석한다.
KTF 관계자는 "기존의 일회성 신년 광고 형식을 벗어나 파격적인 내용으로 일반인의 눈길을 끌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라고 말했다.
박혜민 기자<
acirfa@joongang.co.kr>
03.01.03일자 중앙일보에서 부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