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奉別蘇判書世讓(봉별 소판서 세양) - 黃眞伊
月下梧桐盡(월하오동진) 달 아래 오동잎 다 지고
霜中野菊黃(상중야국황) 서리 속에 들국화 누렇네
樓高天一尺(누고천일척) 누대는 높아 하늘과 한 척인데
人醉酒千觴(인취주천상) 사람은 취하여도 술은 천 잔이네
流水和琴冷(유수화금냉) 흐르는 물은 거문고 소리에 어울려 차고
梅花入笛香(매화입적향) 매화꽃은 피리 소리에 들어 향기롭다
明朝相別後(명조상별후) 내일 아침 서로 이별한 뒤에
情與碧波長(정여벽파장) 정은 푸른 물결과 더불어 길어질 것이네
〈감상〉
이 시는 판서 소세양과 이별하면서 지은 시이다.
이별하는 밤, 달 아래 오동잎이 다 지고 서리 속에 들국화가 누렇게 피었다. 이별하는 장소인 누대는 높아 하늘과의 거리가 한 척이라 하늘에 닿을 듯하고, 사람은 이별주에 취하여도 오가는 술잔은 천 잔이나 되어 끝없이 주고받는다. 흐르는 물소리가 거문고 소리와 어울려 늦가을이라 차갑게 들리고, 매화의 향기는 피리 소리에 감돈다. 내일 아침이면 서로 이별할 것이지만, 서로를 그리워하는 정은 푸른 물결과 더불어 끝없이 길게 이어질 것이다.
이 시는 소세양(蘇世讓)이 황진이와 만나 30일을 살고 이별하는 날 황진이가 작별로 「봉별소판서세양(奉別蘇判書世讓)」이라는 시를 지어 주자 감동하여 애초의 30일만 산다는 장담을 꺾고 다시 머물렀다고 하는 시로,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膾炙)되었던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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