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歲十月之望, 步自雪堂, 將歸於臨皐, 二客從予過黃泥之坂。 (시세시월지망, 보자설당, 장귀어림고, 이객종여과황니지판。) 그 해 시월 망일(望日)이었다. 설당(雪堂)에서 나와 임고정(臨皐亭)으로 돌아가기 위해, 나는 두 사람의 객(客)과 함께 황니(黃泥) 고개를 넘고 있었다.
霜露旣降, 木葉盡脫, 人影在地, 仰見明月, 顧而樂之。 行歌相答。 (상로기강, 목엽진탈, 인영재지, 앙견명월, 고이락지。 행가상답。) 벌써 서리가 내려앉아 있었다. 나뭇잎은 모두 떨어져 있었다. 대지 위에 어른대는 사람의 그림자, 고개를 들어보니 둥두렷 밝은 달! 사위를 둘러보다 문득 즐거워진 마음에 걸으며 노래를 부르니, 객(客)들도 함께 따라 불렀다.
已而歎曰: “有客無酒, 有酒無肴; 月白風淸, 如此良夜何?” (이이탄왈: “유객무주, 유주무효; 명백풍청, 여차량야하?) 그러나 잠시 후 탄식이 흘러나왔다. “귀한 손이 오셨건만 마실 술이 없구나! 마실 술은 있다하되 안주거리 없구나! 하얀 달에 맑은 바람, 이리도 좋은 밤을 어인 수로 보낼까나!”
客曰: “今者薄暮, 擧網得魚, 巨口細鱗, 狀似松江之鱸。 顧安所得酒乎?” (객왈: “금자박모, 거망득어, 거구세린, 상사송강지로。 고안소득주호?) 그러자 한 객(客)이 말하였다. “오늘 어스름 저녁 무렵 그물을 올려보니 물고기가 잡혔더이다. 주둥아리 커다랗고 비늘은 잘디 잘은, 그 형태가 영락없이 송강(松江) 명물 농어와 닮았더이다. 헌데, 술은 어데서 구한다지요?”
歸而謀諸婦, 婦曰: “我有斗酒, 藏之久矣, 以待子不時之須!” 於是, 攜酒與魚, 復游於赤壁之下。 (귀이모저부, 부왈: “아유두주, 장지구의, 이대자불시지수!” 어시, 휴주여어, 부유어적벽지하。) 다시 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함께 상의해 보았다. 그러자 아내가 말했다. “영감께서 불시에 필요할 때가 있지 싶어, 오래 전에 술 한 말 숨겨둔 게 있지요.” 그리하여 술과 물고기를 가지고 다시 적벽 밑으로 유람을 나갔다.
江流有聲, 斷岸千尺; 山高月小, 水落石出; 曾日月之幾何, 而江山不可復識矣! (강류유성, 단안천적; 산고월소, 수락석출; 증일월지기하, 이강산불가부식의!) 강물은 소리내어 흐르고 있었다. 절벽은 깍아 질러 천척(千尺) 높이로 솟아있었다. 까마득한 산에 하염없이 작은 달, 줄어든 강물에 드러난 바위들... 도대체 해와 달이 몇 번이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강산(江山)이 변한 걸까!
予乃攝衣而上, 履巉巖, 披蒙茸, 踞虎豹, 登虯龍, 攀栖鶻之危巢, 俯馮夷之幽宮; 蓋二客不能從焉。 (여내섭의이상, 리참암, 피몽용, 거호표, 등규룡, 반서골지위소, 부풍이지유궁; 개이객불능종언。) 나는 옷소매를 걷고 육지에 올랐다. 가파른 바위를 타고 올라갔다. 무성한 수풀을 헤치고 지나갔다. 포효하는 호랑이 바위, 꿈틀대는 이무기 괴목(怪木)위에 걸터앉아 보기도 하였다. 이윽고 아찔한 나무 끝 송골매 둥지 위에 기어올라가, 강속 어딘가 깊이 숨어있을 하백(河伯), 풍이(馮夷)의 용궁을 내려다보았다. 두 객(客)은 나를 따라오지 못했다.
劃然長嘯, 草木震動, 山鳴谷應, 風起水涌, 予亦悄然而悲, 肅然而恐, 凜乎其不可留也! (획연장소, 초목진동, 산명곡응, 풍기수용, 여역초연이비, 숙연이공, 름호기불가류야!) 휘- 익, 길게 소리를 질러보았다. 초목이 부르르 떨자, 골짜기 안에 산의 울림이 맴돌더니 홀연 바람이 일어나고 물결마저 춤을 추었다. 나는 슬며시 슬퍼졌다. 문득 숙연해져 두려운 생각마저 들었다. 시릴 정도로 맑고 차가운 느낌에 더 이상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反而登舟, 放乎中流, 聽其所止而休焉。 (반이등주, 방호중류, 청기소지이휴언。) 몸을 돌려 다시 배에 올랐다. 강 한복판에 배를 띄우고 파도가 치는 대로 물결이 멈추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時夜將半, 四顧寂寥。 (시야장반, 사고적료。) 때는 바야흐로 한 밤중, 사방을 둘러보아도 적막과 고요함뿐이었다.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 戛然長鳴, 掠予舟而西也。 (적유고학, 횡강동래, 시여차륜, 현상호의, 알연장명, 략여주이서야。) 그 때였다. 저 동녘에서 한 마리의 학(鶴)이 강을 가로질러 날아오고 있었다. 날개는 수레바퀴, 까만 치마에 하얀 상의를 걸친 듯... 꺼억, 길게 울더니 내가 탄 배를 스쳐지나 서쪽으로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須臾客去, 予亦就睡。 (수유객거, 여역취수。) 잠시 후, 객들은 떠나가고 나는 잠이 들었다.
夢一道士, 羽衣翩僊, 過臨皐之下, 揖予而言曰: “赤壁之遊, 樂乎? ” (몽일도사, 우의편선, 과림고지하, 읍여이언왈: “적벽지유, 락호? ”) 꿈을 꾸었다. 우의(羽衣) 도복(道服)을 입은 한 도사가 표표(飄飄)한 자태로 임고정 밑을 지나와서 홀연 읍(揖)을 하며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적벽의 노님이 즐거우셨소이까?”
問其姓名, 俛而不答。 (문기성명, 면이부답。) 그 이름을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 대답도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嗚呼噫嘻! 我知之矣, 疇昔之夜, 飛鳴而過我者, 非子也耶? ” (“오호희희! 아지의의, 주석지야, 비명이과아자, 비자야야? ”) “아하, 그렇구료! 이제 알겠소이다! 지난 밤에 길게 울며 내 옆을 스쳐 날아간 그 학(鶴)이 바로 그대가 아니시오?”
道士顧笑, 予亦驚悟。 (도사고소, 여역경오。) 도사가 고개 돌려 빙그레 웃었다. 나는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開戶視之, 不見其處。 (개문시지, 불견기처。) 창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으나, 그는 종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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