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의 긴장을 풀지 않는 열정
- 金完淑 碩士學位請求展에 부쳐
靜庵 선생님과의 첫 인연은 선생께서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예전공 석사과정에 입학하면서부터이다. 이미 知命의 나이에, 30년 가까운 書歷, 게다가 중어중문학을 전공한 자로서 서가협 초대작가이기도 한 상황에서 10대의 순수와 20대의 열정으로 서예를 더 穿鑿하기 위해 입학하겠다는 것이었다.
입학 이후 강의 중에 느낀 점은 수험생과 같은 熾烈한 학구 자세와 활화산과 같이 꺼질 줄 모르는 창작 의욕이었다. 과제를 빠짐없이 해 옴은 물론 매주 책 한권을 모두 쓰는 全臨 수준이었다. 그리고 강의시간이나 MT 등의 자리에서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힘으로 주위를 압도하였고, 동료들을 도와주고 포용할 줄 아는 균형감각을 잃지 않았다.
정암 김완숙 선생은 오랜 서력으로 北碑, 南帖에 두루 능하지만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杜度, 張芝, 二王으로 이어지는 南帖 쪽에 서 있다. 다시 말하면 行草書에 능하다는 얘기이다. 특히 초서에 발군의 실력을 갖고 있다. 智永, 孫過庭, 顔眞卿, 張旭과 懷素, 蘇軾과 黃庭堅, 明末淸初의 王鐸과 傅山에 이르기까지 임서해 보지 않은 것이 없다. 한글에 있어서는 봉서체를 중심으로 익혀 국한문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다. 1990년도에 당대 초대의 대가 月汀 鄭周相 선생 문하에 들어가 공부한 것도 오늘의 정암을 만들어 내는데 큰 근원이 되었다고 본다. 게다가 전각은 사곡 이숭호 선생, 한학은 인석 윤의원 선생께 공부를 했으며, 우리 대학원에서 이론을 바탕으로 한 창작 실기를 겸했으니 錦上添花이다. 2006년에는 서령인사예술평전회에 입선, 2008년에는 베이징아트페스티벌 참가 등으로 이제는 국제적 감각도 길렀으니 발효된 글씨가 나올 때도 됐다.
이번 전시회는 작가가 오랜 동안 수련해 온 글 중에 行草書 大作들의 모음전이라 할 수 있다. 全臨한 8작품에다 전임 관동별곡, 전임 금강경, 전임 장한가 등 창작 작품만도 10작품이나 되는데, 모두 대작이다. 전시벽의 25m는 족히 채울 분량이다. 의지와 땀이 일궈낸 저비용 고효율의 모범적인 졸업작품전이다.
초서가 서체 중에서 가장 이루기 어렵기 때문에 草成最難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인내와 열정으로 공심하여 이제는 자신의 목소리와 筆律이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 개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운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자칫 가볍고 柔弱하기 쉽기 때문에 선생은 틈틈이 篆刻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음으로서 필획에 筋骨을 더하였다. 앞으로 좀 더 자신의 개성을 찾아가는 방법으로서, 다양한 서체로의 變容 및 應用을 통하여 시대성이 드러나는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나가길 바란다.
선생이 가진 작가적 속성은 단순함과 강열함이다. 복잡한 인간적 사념에 사로잡히면 작품 세계도 번잡해 진다. 그런데 김선생님의 지금까지의 형편은 결코 단순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았다. 개인적 성장 과정의 아픔은 물론 가정적으로도 전후 소설의 주인공처럼 많은 아픔을 지니고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삶의 거름이 되어 오늘의 筆花를 피울 수 있었던 것이다. 고욤나무에 접붙여 감나무 되고, 능금나무에 접붙여 사과나무 된 격이다.
정암선생은 83년 불법에 귀의하여 법문 공부와 청년 지도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내외적 아픔을 지니고도 무료 가훈쓰기등의 봉사활동에는 적극적이다. 정부종합청사, 청계천 등지에서도 현장 서예봉사활동을 통하여 이 사회에 산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옹골차고 튼실한 정암 선생의 글씨는 주인을 꼭 빼닮았다. ‘書如其人’이란 말은 정녕 정암 김완숙 선생을 두고 한 말인가 보다.
아마 이번 전시회를 정암선생이 모시고 있는 자모께서 보신다면 이런 탄사를 보내실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 자식하나 제대로 키웠구나!”
慕心과 母心으로 慈堂을 잘 모시길 바란다.
이 길이 愛己愛書의 길이라 믿는다.
참 수고 많으셨어요.
2008. 12.
지도교수 권상호
권상호
1.관동별곡전문 : 국한문 혼서 판본체 172- 90
2 상 동 : 한문 행초 143- 89
3 상 동 : 한글 흘림 153- 90
4.금강경 전문(5165자) : 행초 340- 126
5.장한가 (840자) : 행초 386-200
6.부모은중경 중 6은과 10은(80자) :289- 240
7. 의상조사 법성계(210자) :전서 314-90
8. 상 동 : 한글 흘림 318-29
9. 줄탁동시 :전각(한문) 90-60
10. 귀한 인연이길 :전각(한글) 80- 25
임서작품 (이태백신시 한 수) 44-200
1.회소천자문 116-90
2. 왕희지 상난첩 56-200
3. 안진견 쟁좌위고 61-200
4. 소식
5.황정견(이태백억구유시중) 55-200
6. 왕탁 행서오율한 수 44-200
7. 서보 58-200
8. 봉서 7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