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은 대지의 피부이다.
때론 흙먼지로, 더러는 흙탕물로, 가끔은 흙더미로 화장을 한다.
그 많은 흙의 이미지 중에
도예가 빈정경 선생은 오늘도
천변만화하는
흙의 무한한 형상성을 추구하기 위하여
적당히 물기를 품은 흙덩이를 안는다.
흙이 물과 결혼하면 토양을 이루어 삼라만상을 길러내고
흙이 불과 결혼하면 그릇을 이루어 삼라만상을 담아낸다.
빈정경 선생은 후자를 택했다.
흙은 불과 운명적으로 만나는 순간
자신의 몸을 화들짝 낮춘다.
낮춤으로서 옥으로 변한다.
그렇다. 인간도 낮춤으로 높아지는 것을.
빈정경 작가는 뜰의 화초를 매만지듯
언제나 손작업만을 고집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 끝에는 언제나 손만두, 손송편 같은
구수함이 묻어 있다.
그의 그릇에는 언제나 옥빛 찬란한
구수한 흙냄새가 흐른다.
금새 불로 일궈낸 그의 그릇에
맑은 첫새벽 샘물을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