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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작품은 무엇을 먹고 사는가
권상호
자연은 신의 작품이고, 예술은 인간의 작품이다. 작품은 작가의 창작물이지만,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하나의 독립된 유기체적 성격을 지닌다. 이는 곧 작품은 무생물이 아니라 생물로 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무릇 작품이 유기체로서 생명을 가지고 있다면, 작품은 무엇을 먹고 살아남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작품은 ‘이야기(story)’를 먹고 자란다고 본다. 작품의 주식은 그 작품에 대한 관심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문제는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킬 때, 작품의 부모라 할 수 있는 작가는 창작에 얽힌 ‘이야기 DNA’를 심어주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이야기는 어떠한 의미일까. 남이 모르는 내용을 일러주는 이야기라기보다, 작가가 겪은 일이나 마음속으로 느낀 바를 털어놓는 이야기이어야 한다. 작가의 창작 배경과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숨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작품에 생기가 돌게 된다. 서제와 서체 선택에 관한 이야기라도 좋다. 적어도 도록에는 명사들의 화려한 축사나 비평보다 이러한 이야기가 기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란 긴 터널을 뚫고 오랜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들렀다. ‘한겨울 지나 봄 오듯’이란 신선한 타이틀의 특별전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국보 제180호인 <세한도(歲寒圖)>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세한(歲寒) - 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이란 시적인 부제도 마음에 들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대형 더블 스크린에 나타난 흑백 영상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바람과 파도가 몰아치는 풍광을 통하여 귀양지 제주에서 겪는 추사의 고독과 절망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침내 눈앞에 나타난 실물 세한도... 역관 이상적의 세한(歲寒)의 송백(松柏) 같은 마음을 붓끝으로 긁어낸 자취, 이어지는 16인의 발문, 추사 사후에도 <세한도>를 극적으로 잘 지켜온 후학들의 의지, 고(故) 석포(石圃) 손세기(1903~1983) 선생의 장남 손창근(93세)님의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까지 이어지는 이야기... <세한도> 자체는 전지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그림이지만 이 작품이 간직한 이야기는 장대한 서사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다. 그림이든 글씨든 명품이라면 기교보다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작품은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공감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끈질긴 생명력까지 얻게 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의 서예와 문인화계는 어떠한가. 출품 사이즈의 제약으로 형식에 얽매이고, 남의 눈을 현혹하기 위한 기교에 치중하고 있지는 않는가.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떤 계기나 상황에서 그만의 아이디어로 창작했다는, 작품 배경에 대한 이야기는 도무지 알 수 없다. 작가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깜깜이다. 영화나 노래의 경우, 그 자체보다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가 더 재미있을 때가 많다. 하지만 서예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현실을 인정하고 내일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가 끝나면 이야기 가방을 매고 뜻 있는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하여 ‘라이브 서예 버스킹(busking)’이라도 떠나야 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과 외교부가 지난 1월 14일 발표한 ‘2020 한류 현황’을 보면 지난해 글로벌 한류 팬이 사상 처음으로 1억 명을 넘어섰다. BTS와 영화 ‘기생충’이 견인한 新한류 열풍이라 생각한다. 한식, 한글. 다음은 ‘한서(韓書, KC, Korean Calligraphy)’이다. 한서의 정체성(identity)과 한서의 이야기에 대하여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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