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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을 넘어 초겨울로 접어들고 있다.
마당과 거리에는 온통 낙엽들이 진을 치고 있다.
너나없이 ‘비질’에 바쁜 계절이다.
소음이 많은 도시 생활이라 쓱쓱 하는 비질 소리마저 그립다.
추워지는 날씨에 몸은 옴츠려 들고,
길어지는 밤을 지키며 서생(書生)은 독서와 ‘붓질’에 바쁜 계절이다.
지금은 플라스틱 빗자루를 많이 사용하나
원래는 싸리비를 많이 사용했고,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필기구는 볼펜이지만
전통적으로는 양호필(羊毫筆)이 주종이었다.
그렇다면 비질과 붓질의 차이는 무엇일까?
‘빗자루로는 쓸고, 붓대로는 쓴다’라고 한다.
또 비질은 쓰레기나 낙엽 따위를 지면(地面)에서 쓸어 내는 행위이지만,
붓질은 지면(紙面)에 먹 씨앗을 뿌리며 시문이나 그림을 창작하는 행위이다.
빗자루를 잡고 쓰는 비질은
불필요한 것을 없애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붓대를 잡고 쓰는 붓질은
필요한 것을 생기게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비질은 외면의 청결을 위하여 버리는 행위라면,
붓질은 내면의 풍요를 위해 쌓는 행위라 할 수 있다.
비질과 붓질은 방법에서도 서로 다르다.
비질은 빗자루의 방향과 90도가 되게 옆으로 쓸어야 효과가 있지만,
붓질은 붓대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효과가 있다.
운필법에 비유하자면
비질은 편봉(偏鋒)이거나 측봉(側鋒)을 사용하지만,
붓질은 중봉(中鋒)을 귀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크게 구분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비질’ 대신에 ‘운전(運轉)’을,
‘붓질’ 대신에 ‘운필(運筆)’을 대입시켜 생각해 보기로 하자.
자동차를 모는 것을 운전이라 하고, 붓을 놀리는 것을 운필이라 한다.
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운전면허증이 필요하듯이,
붓을 운필하기 위해서는 운필 면허증이 필요하다.
놀랍게도 운전과 운필은 너무나 유사하다.
굴절코스(L)와 곡선코스(S)는 각각 전(轉, 굴림)과 절(折, 꺾음)에 해당하고,
방향전환코스(T)는 역입(逆入) 또는 회봉(回鋒)에 해당한다.
주행은 제(提, 끌고 가기)이고, 멈춤은 돈(頓, 일단 멈춤)이다.
경사진 길이나 미끄러운 길에서 1단 기어로 무겁게 가는 것은
안(按, 누르며 끌기)이라 할 수 있다.
달리다가 빨간 신호등을 만나 일단정지 하더라도 자동차 시동은 꺼지지 않듯이,
제(提)하던 붓이 돈(頓)을 했을 때도 붓의 움직임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돈(頓)은 붓에 탄력을 주어 붓과 종이의 압력을 극대화한다는 뜻이다.
곧 먹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것이 돈(頓)의 요령이다.
운필에 의한 호(毫)의 궤적(軌跡)은 평면 위에 나타나지만,
실제 붓의 움직임은 환상적인 입체 쇼이다.
완급(緩急)은 기본이고 끊임없는 상하 운동으로
물속을 드나드는가 하면,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한다.
획(劃)을 점점 굵게 쓰고자 하면 물속에 잠기듯 ‘안(按)’으로 하면 되고,
획(劃)을 점점 가늘게 쓰고자 하면 하늘로 비상하듯 ‘절(折, 꺾으며 들기)’로 하면 된다.
삐침이나 파임은 바로 절(折)의 결과물이다.
붓은 잠수함이 되기도 하고, 드론이 되기도 한다.
붓의 입체적인 움직임과 닮은 동물 중에 가마우지가 있다.
가마우지는 물속은 물론 하늘에서도 자유롭다.
세월이 좋아져서 지필묵(紙筆墨) 삼우(三友)만 있어도
쉬이 서예를 즐길 수 있다.
값진 갑진년이 꼬리를 감추고 있다.
가마우지 닮은 붓을 타고 영혼을 노래하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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