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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시나 소설의 경우처럼 서예나 그림에서도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선생의 철학과 사상을 대변하는 작품 속의 인물로는 신화(神話)의 주인공이나 불타(佛陀)가 대부분이지만 고대사에 등장하는 단군(檀君)이나 동명왕(東明王), 최치원(崔致遠)이나 원감국사(圓鑑國師), 김시습(金時習)이나 허균(許筠)에 이르기까지 선생의 창작에 자극을 줄 만한 탁월했던 사유(思惟)의 인물과 시대를 달리하며 이 땅의 정신세계를 지배했던 공간, 즉 서낭당, 사당, 절간, 서원, 향교, 누정(樓亭), 종택(宗宅) 등이 작품 속에서 형상화됨으로써 한국미의 근원적인 핵심에 대한 질문을 준엄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필흔(筆痕)과 도흔(刀痕)으로 상상을 현실로, 신화를 진실로 일깨워준 선생의 전시 작품을 나름 두루 살펴보았다. 한마디로 선생의 창작 활동은 ‘빛이 쓴 글씨’, ‘빛살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혼성과 변주를 통하여 서예 창작에 현대미술의 옷을 입힌 창의적 발상(發想),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을 빛살의 이미지로 밝힌 명쾌한 해석(解釋), 원시 종교의 신비로움을 신화적 상상력으로 마음껏 펼친 심수쌍창(心手雙暢)의 열정(熱情) 등이 하모니를 이루러 새로운 장르를 개척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결과물은 감성을 일깨우고 이성을 정화하는 생명력 넘치는 작품으로 남아있다.
선생은 장르 콤플렉스에 젖어 있는 학계와 서예계에 새 바람을 일으켜, 작교개도(作橋開道)한 ‘열린 작가’, ‘깨어있는 작가’이다. 이제 선생이 완공해 놓은 빛살 좋은 튼실한 다리를 많은 사람이 건너가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새 뜻을 펼치길 바랄 뿐이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고백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이 있다. 근원(近園) 김양(金洋東) 선생님께서는 필자에게 서예의 길과 학문의 길을 열어주신 은사님이다.
그렇다고 곡학아사(曲學阿師)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오히려 제자이기 때문에 제현(諸賢)보다 가까이에서 좀 더 친숙하게 뵙고 느낄 수 있겠다는 자부심과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준 선생님의 배려 덕분에 감히 키보드 앞에 앉았다. 전공도 국문학으로 같고, 서예와 전각은 물론 미학이나 문자학과 같은 배움의 방향도 동질성이 있다. 그렇다면 동주공제(同舟共濟)의 관계라 하면 나의 지나친 주제넘음일까.
영광스러운 석재문화상(石齋文化賞) 수상과 초대전(招待展)이란 큰 경사에 돈수(頓首) 하례(賀禮)를 올리며 붓을 거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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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호
자모의 조합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글자 11172자를 일일이 디자인해야. 파생시켜서 폰트를 만든다.
정보습득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서체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서체가 완성되면 통일성과 디자인적인 균형을 검토한다.
완성된 서체는 ttf. otf 파일로 생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