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 ‘심사굴’ 2012년 9월호
노마드(Nomad)
수월 권상호
여름 고비사막
모래바람에 밀려 한 명의 노마드가 걸어간다.
생살로 드러난 대지
하얀 햇빛 아래 오로지 홀로이다.
아득한 시간 너머 가뭇없이 펼쳐지는 석양빛 조각들
그대가 오지 않는 상황에서
아름다운 것은 일절 없어라.
쉼 없는 자기 부정으로
모래알 같은 삶 속에 오아시스는 포기해야 한다.
전갈처럼 밤이슬을 먹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살아있는 것은 정직한 아픔이다.
생각하는 것은 황홀한 외로움이다.
육체는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이다.
정신은 부패하기 쉬운 음식물이다.
하여 그대, 입안에 맴도는 슬픈 시(詩) 한 알...
지칠 줄 모르고 절망의 벽을 타고 넘는 초록 담쟁이 한 줄기의 아련한 추억
목까지 차오른다.
햇빛을 피해 결코 돌아가거나 회피하려 하지 않는
사막 위 낙타의 정면 대결하는 용기와 진정성을 배워야 한다.
그 긴 다리로 무거운 짐을 진 채 걸어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고요한 북천(北天)의 밤
북극성처럼 반짝이는 안심입명(安心立命)의 경지...
분별도 경계도 없는 마음의 자유,
풋잠엔 듯 다가와 벙그는 미소
바로 그대!
*安心立命이란 불교에서 모든 의혹과 번뇌를 버려 마음이 안정되고, 모든 것을 하늘의 뜻에 맡기는 일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