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해인> 2012. 11월호 - 시월상사十月相思



시월상사十月相思

 

구절초 향기 가득 찬 시월의 하늘

가을바람에 꽃씨 되어 날아가는

내 영혼에도 가끔은 분서갱유焚書坑儒가 필요하다

망중상사忙中相思 시월十月, 하늘연달 어느 오후에

 

누추한 밥상에 오른 어부의 청어 알보다 더 많은

근심과 지끈거리는 두통을

생선뼈 골라내듯 한 가닥씩 덜어낸다

 

이상한 일이다

덜수록 더 많아지는

지울수록 더 강렬한 빛으로 나타나는

잊을수록 더 질긴 철심으로 뇌리에 꽂히는

이 황홀한 아픔의 단풍상사丹楓相思여

 

난사향蘭麝香이 온몸을 휘감아 돈다

 

적당히 큰 것은 눈에 들어오지만

아주 큰 것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우주와 같이

당신의 큰 사랑도 그러하더이다

 

                                                        수월 권상호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