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한번 벗어 볼까
창밖의 나무
한 해 동안 세상으로부터 받은 모든 영화
꽃과 잎, 열매까지 내려놓고
빈 몸으로 서 있다
방안의 달력
한 해 동안 눈길 손길로 받아온 모든 사랑
밑줄과 동그라미, 메모까지 내려놓고
마지막 한 장마저 떨고 있다
시계는 고장이 나도
시간은 고장 나지 않는 법
인생은 짧아도
깨달음은 길겠다
허물만 켜켜이 쌓아 온 지난 삶
다가올 癸巳年 뱀띠해엔
어디
허물 한번 벗어 볼까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