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을 품어온 해인(海印)의 소망일레라.
가야산 홍류동 계곡 지칠 줄 모르는 물결 따라
고려인의 갈맷빛 보리심(菩提心)
오늘도 소리 없이 휘감겨 드는데
팔만 사천의 번뇌 씻고자
천수(千手)로 지킨 붓이여 칼이여
마음 샘물 길으며
끝 간 데 없이 번지는 먹빛
나뭇결 따라 법문 따라 불꽃 튀는 칼날
마침내 탄생한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
장엄한 꽃 한 송이여
강화도 선원사에서 합천 해인사까지
산하 논밭 두루 거쳐
해인삼매의 길목 끝에 자리 잡고
천 년을 시들지 않고 피어온
지혜여 자비여
고려의 하늘빛이 그토록 처연했거늘
옥구슬로 빚은 호국의 염원
경판에다 알알이 새겨둔 채
밤새 잠 못 들고 뒤척인 시간
살청(殺靑)을 드나드는 여린 바람 한 줄에도
뼛속 깊이 스민
팔만 가지의 소망
생시로는 정녕 가 닿을 수 없는 거리인가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