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旦洛東過 설날에 낙동강을 지나
金泉至甑山 김천 증산(면)에 이르렀다.
禪房詩墨樂 선방에서 시묵을 즐김에
妙馥帶吾顔 오묘한 향기 내 얼굴 두른다.
朝陽姸展陛 아침 햇살 섬돌에 아름답게 펼쳐졌는데
衆鳥聽東皐 동쪽 언덕엔 뭇새 소리 들린다.
山麓不勞汗 산기슭에서 수고롭게 땀 흘릴 일 없으니
形端撫筆毫 모습을 단정히 하고 붓을 어루만진다.
瑞雪滿千岫 서설은 온 산봉우리에 가득한데
安居修道庵 수도암에서는 안거 중이다.
讀經烏盍覺 독경 소리를 까마귀라고 어찌 깨닫지 못하랴
但似法輪探 다만 법륜(불법)을 탐하는 것 같다.
朝陽已領庭 아침 햇살 이미 뜰을 점령하였는데
鳴鳳聲東皐 동쪽 언덕엔 봉황의 울음소리.
山麓無勞身 산기슭엔 수고로움 없으니
形端撫筆毫 모습을 단정히 하고 붓을 어루만진다.
瑞雪滿千峯 서설은 온 산봉우리에 가득한데
安居修道庵 수도암엔 안거 중이라.
群烏參說經 무리 까마귀 때때로 설법에 참여함은
聊只輪回探 애오라지(부족하나마) 윤회를 탐해서라네.
* 수도암에는 매일 오후 까마귀 떼가 몰려와 놀다가 가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