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호색 戀歌(연가)
탑신에 매달린 풍경소리처럼
그 목소리 청아하고
그 자태 영롱하여
중생은 물론
날새와 짐승까지 성불할 것 같구나.
육안으로는 헤아리기 힘든
나노만큼의 작은 물방울에도
깊은 밤 망월(望月)의 원(願)과
설운 한숨이 맺혀 있다.
지구처럼 빨리 돎으로
차라리 느끼지 못하는,
팽이처럼 자신을 아프게 굴림으로
코를 박고 살아온 지난날들
언제부턴가 새벽안개처럼
소리 없이 다가와서
커다란 기쁨 주머니 하나 달아준 너
그 뜨거운 정열의 대지 속에
그리움의 씨앗이 묻혀 있을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박꽃 흔들리고
달무리 지던 어느 날 밤
지혜의 호숫가에 앉아
상현(上玄)의 호위 아래
상현(上弦) 등불 걸어두고
지고지선의 현악기를
온밤 내내 뜯고 켜리.
첫새벽에 이르러 안개 옷 걸치고 조올다
아침 햇살 받으면
현호색, 너는 나비 발레리나 되어
허공을 가른다.
사랑의 노래
마지막 낙인은 언제나 해인(海印).
수월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