舞葉(무엽)
수월 권상호
지난 계절의 애환을
장엄한 빛깔로 펼쳐 보이고
마지막엔 回歸(회귀)를 위한
쾌락 극점에 다다랐을 때
네 이름은
봄꽃보다 아름다운 가을단풍이었다.
내 晩年(만년)도 저와 같으렷다.
가으내 버티던 나뭇잎 하나
마침내 興(흥)춤으로 떨어진다.
내 삶의 끝자락도 저와 같으렷다.
영롱한 아침이슬보다
더 찬란한 저녁노을을
날마다 보아온 너였기에
잔명에 대한 애착의 옷을
거침없이 벗어 던지누나.
* 주)
하루 중에는
아침 이슬보다 저녁놀이 더 아름답다.
일 년 중에는
봄의 꽃보다 가을 단풍이 더 아름답다.
그렇다면 평생에서는
靑春(청춘)보다 노년(老年)이 더 아름다우리라.
혹여 老慾(노욕)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삶의 유혹(誘惑)과 죽음의 공포(恐怖)에서 벗어나고자
오늘도 뒷산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