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길에서 삶길을 묻다
붓길은 학교요, 병원이자, 안식처이다.
붓길에서 삶의 방법을 배우고
붓길에서 자주 다니다가 보면 건강도 지키거나 찾을 수 있으며
붓길에서 머물면 그 이상 편안한 자리는 없다.
붓길을 걷는 사람은
길을 떠날 때나 쉴 때나
언제나 샤워를 한다.
가끔은 미친 듯 산발(散髮)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일을 마치면 자신을 깨끗이 할 줄 안다.
붓길을 걷는 사람은
반드시 서야만 걸을 수 있음을 안다.
그래서 매일 서는 연습을 한다.
붓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언제나
화선지처럼 밝고 순수하거나
먹빛처럼 영원히 변함이 없다.
붓길은 걷는 사람은 언제나
가운데보다 가장자리에 선다.
변두에 서야 가운데가 잘 보임을 알기 때문이다.
붓길은 흥(興)에서 출발하여
한(恨)을 거쳐
무(舞)에서 마무리한다.
시흥(始興)리에서 출발하여 종무(終舞)리에서 푹 쉬자.
놀며, 쉬면서도 가끔은 손맛, 눈맛, 코맛을 즐기자.
귀맛까지 즐길 수 있다면
그댄 이미 입신(入神)의 경지에 노니나니.
일과 삶에서 지친 그대여
가끔은 붓길에서 인생길을 묻자.
끊어진 길 이어내고, 사라진 길 찾아내고,
없는 길은 만들며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