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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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
내 나이와 엇비슷한
느티나무 한 그루 서 있다.
별말이 없이 지내다가
늙어가면서 수다가 늘었다.
오늘은 내가 혼났다.
너는 무얼 쫓아 그리 바쁘게 쏘다니느냐고.
돈이 좋아서
명예가 좋아서...라고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했다.
셀 수 있는 돈은 돈이 아니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명예는 명예가 아니야... 라고
하늘도 술에 취해 별빛을 잃은 밤에
나는 주(酒) 보퉁이가 된 채
흐린 눈에 꺼져가는 불을 붙인 적이 있지.
이 늦은 나이에 이제는 알 듯하다.
너는 가만히 있어도
바람이 찾아와 세상 이야기 들려주고
가지로는 하늘과 대화하고
뿌리로는 땅속 세계와 속삭임을.
오늘은 해 질 녘 가을 햇살에
내 그림자 길게 밟고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느티나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