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불 그리고 바람이어라
수월 권상호
물은
몸이 파열되는
낙하의 아픔으로 태어나
파문(波紋)이란 상처를 안고
미적거리며 아래로 물러간다.
불은
빛으로 붙는
상승의 화신으로 태어나
잿빛 상처를 남기고
부르르 떨며 위로 솟구친다.
바람은
밀고 당기는
밀당의 넋으로 태어나
필그림(pilgrim)의 발자국을 남기고
본체만체하며 설핏 옆으로 스친다.
여백의 내 삶도
물처럼 흐르다가
불처럼 마지막 숨을 토하고
허접한 붓자국 남긴 채
바람처럼 사라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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