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癌(암) 예방을 위한 라이브 서예<?xml: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도정 권상호
우리말의 구조는 재미있다. ‘앓다 - 아프다’, ‘곯다 - 고프다’, ‘싫다 - 슬프다’의 구조처럼 규칙적인 면이 재미있다. 마찬가지로 ‘몸이 앓으면 아프고, 배가 곯으면 배가 고프고, 마음이 슬퍼하면 슬프다’란 관계를 절묘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프다는 말의 한자는 ‘痛(아플 통)’이다. 그리고 아파서 드러누운 사람은 ‘疾病(질병)’에 걸린 사람이다. 疾病(질병)은 ‘疾(병 질)과 病(병 병)’이란 두 글자가 합쳐진 단어이다. 그런데 이 두 글자는 의미상 확연한 차이가 있다. 疾(질)은 이 글자 안에 있는 矢(화살 시)가 있는 것으로 보아 화살 등의 외적 요인에 의해 ‘몸 밖에서 들어온 질병’을 가리킨다면, 病(병 병)은 안에 丙(남녘 병) 자가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병원균 등의 내적 요인에 의해 ‘몸 안에서 생긴 질병’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疾病(질병)에 속하는 모든 글자는 ‘疒(병들어 기댈 녁)’이 붙어 있다. 疒(역)은 ‘평상(爿) 위에 병들어 드러누워 있는 사람(亠)’의 모습이다. 人(인)을 亠(두)로 바꾸어 쓰고 있는데, 본인이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을 본인이 깔고 누워 있는 형국이다.
그러면 현대인에게 가장 무서운 병은 무엇일까. 아마도 이구동성으로 ‘癌(암)’이라고 답할 것이다. 癌(암)에 걸리면 현대 의학으로서도 치료가 쉽지 않으니 환자의 심정은 暗澹(암담)하기 마련이다. 癌(암) 자 안의 嵒(암)은 산 위의 바위를 뜻한다. 곧, 몸 안에 바위가 들어 있으니 얼마나 고치기 어려우며 그 아픔은 심하리오.
암은 산 위의 바위를 없애야 할 만큼 치료가 힘든 병이기 때문에 ‘예방’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리하여 정부는 국가암정보센터(www.cancer.go.kr)를 두고 ‘암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10월의 마지막 날, 암세포도 화들짝 놀랄 만큼 깔끔한 가을 하늘이었다. 이른바 티 하나 용납할 수 없는 蒼空(창공)이랄까. 새롭게 단장한 용산역 복합청사 앞에서, 보건복지부 후원, 국가암정보센터 주관으로 서울 용산역 앞 광장에서 ‘국민 암 예방 수칙 실천’을 위한 ‘라이브 서예’를 펼쳤다.
이날 행사는 전 국민의 암 예방 실천 생활화를 위한 ‘국민 암 예방 수칙 실천’ 캠페인으로, 빨간 카펫 위에 길이 10m의 대형 광목을 깔고, 그 위에 ‘국민 암 예방 수칙 실천을 다짐합니다.’라는 글귀를 큰 붓으로 쓰는 일이었다. 하늘과 땅에 맹세한다는 의미에서 붓대 양쪽으로 毫(호)를 붙였다. 그리고 붓의 이름을 天地鋒(천지봉)이라 명명했다. 어느 한 쪽으로 글씨를 쓰면 그 반대쪽은 하늘에 쓰는 셈이 된다. 얼쑤. 천지봉은 아래쪽에서 먹물을 튀길 때, 위쪽은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처럼 하늘을 가른다. 쓰는 사람은 신명 나는 일이고, 보는 사람은 흥을 돋우는 일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암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고심 끝에 '암' 자의 'ㅇ'은 붉은색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그리고 암세포의 확장 위험성은 미친 듯이 나선형으로 붓을 돌려 나감으로 표현했다. 또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붓을 돌려 나간 것은 생을 좀먹는 암의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15자를 한 치의 오차 없이 딱 맞게 쓰자 모두 갈채를 보내왔다. 바위를 보면 김대성에게는 불상이 이미 그 속에 들어 있었고, 로댕에게는 조각 작품이 이미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나는 종이나 천을 펼쳐 놓으면 길이를 재지 않더라도 이미 그 속에 내 글씨와 그림이 그려 있으므로, 그대로 따라서 쓰고 그리면 된다. 이른바 정확한 눈대중으로 써 내려가면 되는 것이다. 라이브 서예 내용을 사진 기사로 보도해 준 여러 현장을 취재 기자들께 감사한다. 포근하고 깨끗한 가을 낮의 먹 잔치였다.
행사장 한편에 마련된 ‘손도장 찍기’ 공간에서는 많은 시민이 손에 물감을 묻혀 손도장을 찍으며 암 예방 생활화를 다짐하고 있었다.
에피소드 하나. 성공적인 홍보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라이브 행사 직전에 우선 봉화(담배)를 올리는 의식을 혼자서 조용히 치렀다. 그러고 나서 붓 잡고 행사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놀랍게도 국민 암 예방 수칙의 첫째가 ‘금연과 간접흡연 방지’가 아닌가. 허걱. 가끔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경계심을 높일 필요도 있구나.^^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 담배를 피우는 일은 殺身成仁(살신성인)의 수준이다. 왜냐하면, 몸을 태워서 국가에 세금을 내기 때문이다.
둘째, ‘채소와 과일을 충분하게 먹고, 다채로운 식단으로 균형 잡힌 식사하기’
셋째, ‘음식을 짜지 않게 먹고, 탄 음식을 먹지 않기’,
넷째, ‘술은 하루 두 잔 이내로만 마시기’
다섯째,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하기,
여섯째, ‘자신의 체격에 맞는 건강 체중 유지하기’
일곱째, ‘B형 간염 예방접종 받기’
여덟째, ‘성 매개 감염병에 걸리지 않도록 안전한 성생활 하기’
아홉째, ‘발암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작업장에서 안전 보건 수칙 지키기’
열째, ‘암 조기 검진 지침에 따라 검진을 빠짐없이 받기’
등을 권고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 암 예방의 중요한 항목으로 믿고 있던 ‘웃음’과 ‘스트레스 안 받기’가 열 개 항목에서 빠져 있었다. 아마 물질적인 원인만을 찾은 게 아닌가 하고 웃으며 짐을 꾸렷다.
온라인에서도 암 예방 수칙 실천 캠페인 참여가 가능하다. 국민 암 정보 캠페인 홈페이지(http://campaign.cancer.go.kr)에서 신상정보 없이 이름만 입력하는 것으로 가능하며, 서명 후, 트위터ㆍ페이스북, me2day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서도 지인들에게 알릴 수 있다. 암, 그렇고말고……. 나는 나와 가족의 건강을 위하여 ‘국민 암 예방 수칙’을 실천할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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