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한국문학신문> 라이브 서예 칼럼14- 한옥 그리고 한지

한옥, 그리고 한지

-살며 사랑하며, 삶의 보람을 안겨주는 사람의 집 한옥-

도정 권상호

 

  매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 세종로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는 특별한 서예 마당을 펼친다. 연전에는 청계천 장통교 일원에서 선보였던 먹 잔치였다. 서울시 후원, 한국예술문화원 주관의 행사로 광장에다 광목을 넓게 펼쳐놓고 시민과 더불어 붓글씨를 즐기는 서예 퍼포먼스이다. 나는 이를 ‘라이브 서예’라 이름 붙였다. 서예를 홍보하는 데 목적이 있지만, 시민으로서는 붓글씨를 통한 자기표현의 즐거움을 맛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많은 국외 관광객들이 들르기도 하는데, 이들에게는 한글의 예술성과 과학성을 알리고, 한국의 전통예술의 하나인 서예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좋은 문화적 추억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기회[chance]가 오면 도전해[challenge] 보세요. 당신의 운명이 확 바뀔[change] 겁니다.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cha-cha-cha)! 붓글씨[calligraphy] 체험의 기회[chance]로다!

  “성공하고 싶습니까? ‘준비+기회[chance]=성공’입니다. 붓 잡을 기회[chance]를 놓치지 마세요.

  “한글은 인류가 꿈꾸던 최고의 글자입니다. 여기서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 ‘ㄱ’에서 ‘ㅎ’까지, ‘ㅏ’에서 ‘ㅣ’까지 합창으로 불러 주세요. 그러면 제가 붓으로 써 보이겠습니다. …… 이것은 자음도(子音圖), 저것은 모음도(母音圖)입니다. 어떻습니까? 지구에서 가장 쉽고도 간단한 글자지요!

 

  라이브 서예는 한국의 이미지 제고를 위한 대안 중의 하나라고 확신한다.

  지난 5 29일의 라이브 서예는 선거 유세 판과 어울려 소란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날따라 미국, 중국, 일본 등지의 많은 외국 관광객들이 찾아와 붓질의 즐거움을 나누었다. 그런데 뜻밖에 영국의 노신사 한 분이 붓글씨를 써 보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한국인보다 한옥을 더 사랑하는 ‘순수한옥 지킴이’라는 별명을 가진 데이비드 킬번(67)씨였다. 그의 아내 최금옥(55)씨도 함께했다. 킬번씨가 큰 붓을 잡고 쓴 내용은 'Hanok(한옥)'이었고, 그의 아내가 추가한 내용은 ‘사랑해요’였다. 한글 홍보에 한옥 홍보도 꼭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했다.

  이리하여 그날의 주제는 자연스럽게 ‘한글, 한옥’으로 하였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글, 한옥, 한지, 한복, 한식, 한방, 한약, 한우, 한반도, 한국 등과 같이 ‘한()’ 자가 붙는 우리 것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잊고 지내던 아름다운 추억을 되찾은 듯 열심히 메모까지 했다.

  ‘한()’은 삼한(三韓)시대부터 쓰였지만 본뜻과는 관계없이 ‘크다, 많다’라는 뜻이 있는 형용사 ‘하다’에서 왔다. ‘한()’은 또한 ‘하늘, 하나, 함께’의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즉 한자 한()은 순우리말 ‘하다’의 관형사형, ‘한’의 음차였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韓國)이라 하면 ‘큰 나라, 하나뿐인 나라, 함께 사는 나라’의 뜻을, 한옥(韓屋)이라 하면 ‘큰 집, 하나뿐인 집, 함께 사는 집’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한옥은 초가집, 너와집까지 포괄하지만 대개는 기와집만을 떠올린다. 서민의 집은 대개 초가집이고, 양반의 집은 기와집인데, 외형으로 보면 기와집은 지체 높은 양반이 살아서 그런지 지붕과 용마루가 하늘을 받들고 있는 형상이요, 초가집은 고개를 떨어뜨리고 땅을 감싸는 듯한 모습이다. 게다가 초가집은 비바람 때문이겠지만 새끼줄에 꽁꽁 묶여 있어서 구속받은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한옥 밖에는 몇 그루의 나무와 우물이 있고, 한옥 안에는 맑은 공기와 은은한 햇살이 있어서 참 좋다. 한옥은 주변의 흙, , 나무 등으로 만든 친자연적인 집이다. 그래서 무너지거나 불에 타더라도 폐기물 하나 나오지 않고 깨끗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집이다.

  서예를 즐기는 나는 한옥 재료 중에서 한지를 가장 사랑한다. 문에는 물론 벽과 천정에도 바르던 한지, 노란 콩기름을 발라 방바닥에 바르는 질긴 한지, 더러는 한지로 옷을 짓고, 가구를 만들고, 이불로도 사용했던 한지, 책을 만들어 한민족의 얼을 지켜냈던 한지. 이 한지를 사용하므로 우리는 하늘의 기운인 햇살, 바람과 더불어 살맛나게 살아가는 것이다. 햇살과 공기가 적당히 드나들어 필터 역할을 하는 한지 덕분에 한옥은 살아 숨 쉬는 집이 되는 것이다. 지기(地氣)를 받아 지은 한옥이 천기(天氣)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죽은 집이 되고 만다. 하늘과 땅이 만나 생()을 낳는 한옥이다. 살며 사랑하며, 삶의 보람을 안겨주는 사람의 집 한옥이다.

  더러는 한옥의 불편함을 얘기하는데, 실은 약간의 불편함에서 동방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 탄생했던 것이다. 신발을 댓돌 위에 가지런히 벗어 놓고, 고개를 적이 숙이고 문지방을 조심스레 넘는 데서부터 예절이 생겨났다. 우리가 편리 위주의 서양식 아파트에 살고부터는 예절도 함께 무너지고 말았다. 이웃집의 도마 소리와 책 읽는 소리, 애 우는 소리가 들릴 때는 정()도 묻어났는데, 철문과 페어글라스로 꽉 막힌 아파트에서는 옆집에서 누가 죽어도 모른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집에서 태어나 집에서 살아가다가 집으로 돌아간다. 살아서는 양택(陽宅)에서 지내고, 죽어서는 음택(陰宅)에서 보낸다. 태어나기 전에도 어머니 몸속의 작은 우주인 자궁(子宮)에서 우주인처럼 유영하면서 살았다. 자궁은 작지만 종족 보존을 위한 절대적인 집이다. 집에서 태어난 우리는 공부도 집에서 하고 결혼도 집에서 하며 애도 집에서 낳고 직장 생활도 대부분 집에서 하며 끝내 죽음도 집에서 맞이한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선사주거지에 가보면 집의 어원이 ‘짚’에서 오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하게 한다. 밖에서 보면 짚으로 이은 지붕(짚웅, 집웅, 집우)만 보인다. 집을 뜻하는 한자 家(집 가), (집 실), (집 궁), (집 택), (집 우), (집 주) 등에는 공통적으로 원시 움집 모양의 (집 면) 자가 붙어 있다. 발음이 //인 것은 집이 비바람이나 한서(寒暑), 짐승, 해충 등으로부터 피해를 ‘免(면할 면)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이 외에 屋(집 옥)은 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와[] 쉬는 곳이요, (집 당)은 신을 숭상[]하는 곳[]으로, 당집을 가리킨다.

  이번 주말에는 구불구불 자란 동신목(洞神木) 느티나무가 지키고 있는 고향을 찾아 볼까나. 구불구불 굽은 개울 따라 난 방죽 길을 더듬어 마을 어귀를 돌아들면 구불구불한 토담에 에둘린 고향 집이 아련히 보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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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권상호
家(집 가)에 豕(돼지 시)가 들어 있는 것은 가축의 시작이 돼지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室(실)은 사람이 밖에서 돌아와 이를[至] 곳을 가리킨다. 본뜻은 방이었으나 나중에 ‘집’의 뜻으로 확장되었다. 溫室은 본디 ‘따뜻한 방’의 뜻이다. 식물을 겨우내 보호하기 위해 지은 집이란 뜻은 나중의 일이다.




  가죽을 뜻하는 한자에는 피(皮), 혁(革), 위(韋)의 세 종류가 있는데, 갑골문 시대에는 이 세 글자가 모두 보이지 않는다. 금문시대에 와서야 이 세 글자가 나타났는데, 피(皮)는 손(又)으로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장면이다. ‘피’가 흐르니까 ‘피’라고 발음했을까? 革은 금문에서 皮와 매우 닮아 있다. 위에 두 뿔과 아래의 꼬리가 보이고, 가운에 口는 양손으로 잡고 있는 모습이다. 그리고 韋의 위 아래에는 가죽을 가운데에 두고 빙빙 돌며 밟는 모습이다. 따라서 皮는 짐승의 가죽을 벗기는 모습니다. 다 벗긴 가죽은 革이요, 밟아서 다룬 가죽은 韋이다. 衛(지킬 위) 圍(둘레 위) 葦(갈대 위)는 화살을 지고 있는 병사들이 늘어선 것 같은 ‘갈대 위’자이다.
  韓은 한
 雗

노대홍 강의 중에서.
한(閑) 문을 닫아놓고, 낮의 모습 나무그늘 나무평상에서 쉬고 있는 모습. 한담설화(閑談屑話): 가벼운 이야기. 한화휴제(閑話休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물외한인(物外閒人)=방외(方外)인
한(閒) 밤에 문을 닫아놓고 달 구경을 하고 있다. 경치가 눈에 들어오면 한가하다. 밤의 모습
한(漢) 진흙 근. 유방의 고향. 진흙 강. 한강(漢江). 사내. 은하수. - 한문(漢文), 한자(漢字). 은한(銀漢)=은하수(銀河水) 한라산: 은하수를 끓어 당김.
한(韓) 중국에서도 전국시대에 있었다. 해돋을 간(왼쪽+인(人)). 가죽위(군사). 해돋는 쪽은 우리나라. 군사들이 성을 에워싸고 잘 지키는 나라. 수, 당 100만 대군, 거란족을 물리침. 세계적으로 연구대상의 나라. 우물의 난간대의 의미도 있다. 한화(韓貨)-해외에서 가치가 있다. 한산저(韓山紵)=저(苧). 한(韓)류(柳)이(李)두(杜): 앞의 둘은 문장에서, 뒤의 둘은 시에서 날린 사람.
한(限)
한(寒)
한(翰)
한(恨)
한(旱)
한(汗)
한(澣)
한(罕)
한(悍)
한(瀚)

합(合) 위는 모을 집. 밑에는 입(말). 반드시 모여서 대화를 가져야 의견을 모을 수 있다. 합병증(合倂症)? 보합세(保合勢)
항(抗) 겨룰 항. 손 수와 목 항(높다)으로. 손으로 멱살을 잡고 있다. 겨루고 있는 중. 대항(對抗). 항(抗)수(手): 손을 들다. 항고심(抗告審). 항소심(抗訴審). 삼심제.
항(航) 배주(작은 배) + 목 항(높다). 기항(寄港) =기항(航). 난항(難航). 순항(順航)
항(港)는 항구항. 물 수(水)에 거리(길) 항(巷). 항도(港都)는 항구 도시. 항도(港圖). 향항(香港) 성항(星港)
해(害)는 해할 해=어지로울 개에다 입구(말). 갈로 읽기도
위해(危害). 음해(陰害). 저해(沮害).
해(海) 물이 매양 변함이 없는 곳. 넓다, 크다, 많이 모이다. 1852미터를 해리(海里). 1/60도. 해발(海拔). 해태(海苔)는 김이다.
해(解) 풀 해. 앞은 뿔 각. 위는 칼도. 밑에는 소우. 칼로 뿔을 자르고 소를 풀어헤치다. 갈라놓다. 해부하다. 해독(解毒)독을 풀어 없앰. 해독(解毒). 해독(解讀). 해석(解析). 해석(解釋): 자신의 논리에 따라서 풀이하고 설명하는 것을 해석(解釋)이라 한다.
핵(核) 씨 핵. 나무 목+돼지 해. 지지의 맨마지막. 따라서 끝을 가리킨다. 나무가 자라서 마지막으로 하는 일을 씨를 맺는다. 핵산(核酸). 핵단백질(核蛋白質)
다닐 행(行) 자축거릴 촉+겨우걸을 촉. 항렬 항. 겨우 걸을 촉(사람이 사람을 업고 있다.). 행사(行事). 행사(行使), 행적(行績), 행적(行蹟). 수행(遂行)
요(夭) 요절(夭折).
행(幸) 다행 행. 위는 일찍 죽을 요. 아래는 거스릴 역. 거스릴역. 행기(幸冀)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다. 행신(幸臣). 행행(行幸). 천행(天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