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聲四達(청성사달)
- 청렴의 명성이 사방에 퍼지길 -
도정 권상호
6월은 蹴球(축구)의 대제전, 2010년 FIFA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 응원으로 잠 못 이루는 달이었다. 한국이 16강에 들었으니 이제는 축구도 경제만큼 선진국에 든 셈이다. 그리고 7월 1일은 제5대 민선 지자체 단체장 당선자들이 就任(취임)하는 날이다. 새로운 4년의 엄숙한 직무 수행을 위하여, 공약 실천을 위하여, 대민 봉사를 위하여 맡은 자리에 나아가는 중요한 날이다.
재미있는 것은 蹴球(축구)라는 말의 蹴(축) 자 안에 就任(취임)의 就(취) 자가 들어 있다는 사실이다. 蹴(축)은 골문을 향하여 발로 공을 차며 나아가는 것이요, 就(취)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자부심을 품고 나아가는 것이다. 蹴̀(축)은 ‘足(족)+就(취)’의 형태로 이루어져, ‘발[足]이 나아가다[就]’에서 ‘차다’의 뜻이 되고, 就(나아갈 취)는 ‘京(경)+尤(우)’로 이루어진 글자이다. 京(경)의 고문 형태는 ‘반석 위에 지은 큰 집’의 모양인데, 여기에서 ‘서울, 크다, 높다’의 의미로 확장되고, 尤(우)의 고문 형태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 모양에서 ‘더욱’ 잘하라는 의미로 확장되었다.
따라서 就任(취임)이란 말에는 국민의 힘으로 선출한 지방자치단체장이 責任(책임) 완수를 위하여 일터로 나아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당선자보다 낙선자가 훨씬 많은데, 낙선자의 공약도 긍정적으로 검토하여 좋은 점은 수렴하길 바란다.
축구든 선거든 반드시 거기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승자에겐 박수를 패자에겐 배려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희망은 실천의 기회를 주고 시련은 단련의 기회를 제공한다. 승자에게도 시련이 있을 수 있고, 패자에게도 희망이 있을 수 있다. 게임은 게임이고 선거는 선거일 뿐, 사람도 나라도 자연도 그대로이다. 21세기라는 피할 수 없는 시간적 배경, 지구라는 바꿀 수 없는 공간적 배경에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사랑은 나눔에서 의미가 있고, 마음은 뭉침에서 의미가 있으며, 정보는 공유에서 의미가 있고, 문화는 소통에서 의미가 있다.
官廳(관청)이란 벼슬아치, 곧 官吏(관리)들이 근무하는 큰집을 일컫는다. 道廳(도청), 郡廳(군청), 區廳(구청), 檢察廳(검찰청), 敎育廳(교육청), 國稅廳(국세청), 警察廳(경찰청)이라고 할 때의 廳(청) 자는 ‘관청’이란 의미인데, 이 글자는 관청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잘 깨우쳐 주고 있다. 곧, ‘广(집 엄)’ 안에 ‘聽(들을 청)’ 자가 들어 있는 까닭은 발음도 /청/이지만 국민의 소리를 잘 들으라는 뜻에서이다.
서예 퍼포먼스 라이브 서예를 주창하는 소생은 이번 6월 중에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 기원 및 지자체 선거 당선을 축하하는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
이번 주 라이브 서예의 소재를 무엇으로 할까 하고 고심하던 차에, 조선 순조 때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계몽 도서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구절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 책은 지방 관리들의 폐해를 없애고 지방 행정의 쇄신을 위해 옛 지방 관리들의 잘못된 사례를 들어 백성을 다스리는 도리를 설명하고 있다.
淸聲四達 令聞日彰 亦人世之 至榮也.
(청성사달 영문일창 역인세지 지영야)
청렴하다는 소리가 사방에 퍼져
아름다운 소문이 날마다 늘어나면,
이 또한 인생의 지극한 영광이다.
이 글에서 淸聲(청성)이란 ‘淸廉(청렴)의 名聲(명성)’을 말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물질적 풍요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이 국가 청렴도이다. 청렴도는 높이고, 부패지수는 낮추어야 진정한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청렴한 사회가 되어야 民(민)과 官(관)이 좋은 생각으로 좋은 만남을 가질 수 있다.
관리의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으면 가난해도 좋다. 물론 부자라면 더 좋지만. 적어도 우리 선조는 가난 속에서도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갖고 도를 즐길 줄 알았다. 安貧樂道(안빈낙도)가 그것이다. 그 지혜를 우리가 배워야 한다.
그리고 民(민)의 입장에서도 지나치게 자신 또는 소속 단체의 주장만을 내세우지 말고, 일단 선출한 단체장의 비전 제시와 리더십을 믿고 따라야 한다. 이것이 긍정의 미학에서 오는 발전 에너지이다.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말씀하시오. 듣겠소. 가르쳐 주시오. 잊지 않겠소. 부탁하시오. 그대로 하겠소.”
어떤가. 민과 관의 상호 신뢰 속에 꿈이 영그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흉금을 헤치고 유창하게 희망을 노래하자.
서예에서 한 획을 그을 때, 起筆(기필), 行筆(행필), 收筆(수필)의 세 과정을 거친다. 이는 일의 시작, 과정 및 마무리에 비유된다. 새로 출발하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의 임기 동안 행복이란 이름의 한 획을 멋지게 긋기를 기원한다. 의욕적으로 일하다가 보면 더러는 난관에 부딪히기도 하리라. 하지만 水魔(수마)를 겪지 않은 조약돌이 어디 있으며, 火魔(화마)를 겪지 않은 도자기가 어디에 있으랴.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