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의 志節(지절)을 닮은 사군자(四君子)
도정 권상호
신묘년 설날을 맞아 성현군자(聖賢君子) 덕담으로 시작해 볼까. 성현군자란 성인(聖人)·현인(賢人)·군자(君子)로 크게 나뉜다. 성인은 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완벽하며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을 가리킨다. 현인은 성인 다음가는 사람으로 인(仁)과 지(智)가 특히 뛰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군자는 또 그 다음가는 사람으로 배움이 많고 덕을 이룬 사람을 말한다. 한 글자로 표현하면 성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본성이 밝아 모든 것을 아는 성(性)이요, 현인은 배워서 알고 행하는 교(敎)이며, 군자는 학식은 있으나 부귀를 탐내지 않는 사람으로 사(士)라 할 수 있다. 성인은 하늘이 내린 사람이고, 현인은 존경받는 사회 지도급 인사이며, 군자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선인(善人)의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겠다.
성현군자에 이르는 덕목으로 지(知)·인(仁)·용(勇)이 있다. 배워서 안(知) 후에야 인(仁)을 가려서 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知)를 앞세우고 인(仁)을 다음으로 하였다. 배워서 안다는 것은 성(性)의 이치 곧, 성리(性理)를 밝히는 일이다. 성현군자의 도(道)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도중에 그만두면 안 되므로 용(勇)을 마지막으로 놓았다. 사전에는 지인용(智仁勇)으로 쓰여 있는데, 지(智)는 지(知)에서 나온 글자로 같은 의미이다.
‘성현이 나면 기린이 나고 군자가 나면 봉이 난다.’라는 말이 있다. 올해는 기린과 봉황이 나타나 국태민안(國泰民安)하고, 남북통일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좌우지간 성현군자가 이 땅에 쑥쑥 쏟아져 나와 남북갈등, 동서갈등, 좌우갈등, 빈부갈등을 확 씻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그런데 천하에는 영웅호걸(英雄豪傑)도 많았으니, 이들은 인의예지보다는 기(氣)가 뛰어난 사람, 지(智)·인(仁)보다는 용(勇)이 앞선 사람들이었다.
놀랍게도 식물 중에서도 군자가 있으니 사군자(四君子)가 그것이다. 사군자란 하고많은 초목 중에서도 매(梅), 난(蘭), 국(菊), 죽(竹) 등의 네 가지를 가리킨다. 사군자에서 군자의 의미는 난(蘭)의 경우 고결한 인품(人品)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나머지는 주로 인의예지 중에서 의(義)에 무게를 두고 지조(志操)와 절개(節槪)를 상징하고 있다. 자연을 무척 사랑했던 동양의 문인(文人)과 고사(高士)들은 사군자를 소재로 하여 시를 짓고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지절(志節)을 드러내곤 하였다.
여기서는 선인들의 시조 영물시(詠物詩)를 통하여 사군자의 본성과 그 상징적 의미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권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