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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추천
(내가 작품을 추천한다는 건 이래저래 건방진 일이다.
어쩌다 나는 건방지게 되었을까?.)
무진기행(김승옥, 소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학계에서는 그의 탁월함을 인정한다. [서울,1964년 겨울]도 유명하지만 무진기행이 더 유명하다. 이 소설을 읽으면 안개속에서 삶의 방식을 찾아가는 것 같다. 진실이 보일 듯 말 듯 하면서도 결국 삶의 진실을 찾은 것 같은 느낌이다. 손에 잡히는 건 없지만....
화인열전1,2(유홍준, 평전): 대중미술을 활성화시킨 유홍준의 미술(문화)관련책은 모두 읽어볼만 하다. 그 중에서 화인열전은 조선시대 대표화가 8명을 선정하여 그 화가의 삶과 그림에 대한 세세한 안내 및 그 당시의 역사적 배경 등을 잘 설명하고 있다.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그림에 대한 설명에서 찾을 수 있다. 단순한 그림의 주제설명이 아니라 왜 그 그림이 평가를 받고 있고, 화법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화가와 역사적 배경까지 세심하다. 유홍준과 같은 저자가 몇 명만 더 있으면 대중들의 문화수준은 선진국 수준이 되지 않을까?
죄와 벌(도스토예프스키, 소설): 내가 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든 매개체 중의 하나다. 이 소설이 어렵다고 한다면 1/3만 읽어도 될 것이다. 주인공이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는 장면을 읽을 때는 내가 죽이는 것처럼 실감나고 긴장감이 돋아 오른다. 작가는 실제 살해경험이 있는 건 아닐까?
입 속의 검은 잎(기형도, 시): 내가 기형도를 조금만 일찍 알았다면 내 삶은 긍적적이든 부정적이든 새로운 삶이 되었을 것이다. 즉 삶에 대해서 한층 치열했을 것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 한없이 허무주의에 빠진다. 그러나 책을 덮고 나면 삶에 대한 치열성을 느낀다.
33세의 팡세(김승희, 수필): 그녀는 진작 저 세상에 있어야 할 사람이다. 얼굴을 봐도 그렇고 글을 읽어도 그렇고 그의 삶을 봐도 자살이 하나의 취미였듯이 저승에 가깝다. 그녀의 글을 읽으면 예사롭지 않다. 과장하자면 저승사자가 쓰는 글 같다.
젊은 날의 초상(이문열, 소설):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가의 고답적인 사고방식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근에야 알았다. 그러나 작품은 작품이다. 이 책은 내 인생에서 젊음을 추억할 때 늘 같이 할 것 같다.
잔인한 도시(이청준, 소설): 흰 머리가 인상적인 이 작가는 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지만 대중적이지는 못하다. 그의 작품 자체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 재미도 없고 몇 장을 넘겨야만 소설의 시간이 흐를 정도로 느리다. 책을 덮으면 내 가슴 한켠에서 음식의 건더기처럼 뭔가가 남아있을 듯 하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러나 저러나 책의 줄거리는 잘 남지 않는다.
태백산맥(조정래, 소설): 나는 3권 초과되는 장편은 엄청 싫어한다. 그러나 삼국지와 태백산맥은 예외다. 이럴 때 예외라는 것이 쓸모있다. 소설같기도 하고 역사책 같기도 하고 여느 소설처럼 의미없는 줄거리가 아니다. 살벌한 가운데서도 인간주의적인 모습이 어디에나 담겨져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비리를 밝히자면 이 소설의 배경은 내 고향이다.
행복한 책읽기(김현, 잡문): 작고한지 오래 되었지만 현존하는 김윤식과 평론에서는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쌍두마차였다. 독후감 형식이지만 단순한 독후감이 아니라 자신의 사상을 펼치는 또 다른 사상서다. 그의 단명이 늘 아쉽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박일문, 소설): 독일 극작가 브레히트의 시 제목과 같다. 운동권들에게 남겨진 뒷모습들은 오히려 절망에 가깝다. 독재, 비민주와 싸울 때가 행복한 건 아닐까? 그 당시 이렇게 독특하게 쓰인 소설을 처음 접했다. 이 작가는 지금 뭐하는 걸까? 몇 년전에 [장미와 잠자는 법]이라는 책을 냈는데 기대가 컸는지 맘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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