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 한 편의 悲歌 (지난 겨울에 편집해 놓았던 내용을 지금 올린다.) 대학시절 은사이셨던 大餘 金春洙(80)님께서 새 시집을 내셨다. 근현대 시사에서 최고령 시인의 작품집으로 기록된다. 시집은 인간 존재의 허무함과 있는 것의 덧없음을 노래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슬픔은 담담하다. 세상은 바뀌거나 진보하지 않는다는 비극적 인식이 자유를 가능케 했다는 역설 때문이다. 그리고 사모님과 사별한 애틋함이 배어 나온다. 읽기에 수월해졌다. 여기 한두 편을 소개한다. * 제18번 비가 공자가 仁을 말하고 노자가 天地不仁을 말할 때 개가 달 보고 짖어대고 지구가 돌고 도는 것을 보고 있을 때 밤 아홉시 뉴스 시간에 KBS 화면에 虛有선생이 자유를 말할 때도 한 아이가 언제까지나 울고 있다. 엄마 배고파. * 제20번 비가 하늘에는 눈물이 없다. 하늘에는 구름이 있고 바람이 있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린다. 하늘에는 고래가 없고 우산오이풀이 없다. 하늘에는 우주의 그림자인 마이너스우주가 있다. 하늘에는 밤마다 억만개의 별이 뜬다. 사람이 살지 않아 하늘에는 눈물이 없다. * 제22번 비가 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 사랑하고 싶은데 너는 내곁에 없다. 사랑은 동아줄을 타고 너를 찾아 하늘로 간다. 하늘 위에는 가도 가도 하늘이 있고 억만 개의 별이 있고 너는 없다. 네 그림자도 없고 발자국도 없다. 이제야 알겠구나 그것이 사랑인 것을. === 욕심 버리면 슬픔까지 투명해 진다 === 삶을 정리하는 노시인의 메시지 앞에서 시들이 스스로 일어서 독자에게 흡착된다. 시의 행간에는 투명하고 깊은 슬픔이 놓여 있다. 그 앞에 잠깐 멈추어 보라. 몸이 열리고 생이 웃을 것이다. 권상호 2002/12/11 [슬프고 외롭고 심심해진 老시인] 金春洙 (1/6) 월간조선에서 target=_blank>http://monthly.chosun.com/html/200105/200105310062_1.html 꽃과 정 그리고 너와 나 target=_blank>http://cosmos.changwon.ac.kr/~joky1/김춘수.html 김춘수의 문학세계 target=_blank>http://munsu.new21.org/munin/1-김춘수의문학세계.htm 인간 김춘수 target=_blank>http://bgs.hs.kr/dapsa/kyungnam/27-kimchunsu.htm
권상호
김춘수 [金春洙, 1922.11.25~2004.11.29]
본관은 광산이며, 경상남도 충무시 동호동에서 태어났다.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1943년 니혼대학[日本大學] 예술학과 3학년에 재학중 중퇴하였다. 통영중학교와 마산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65년 경북대학교 교수, 1978년 영남대학교 문리대학 학장을 역임하였다.
1981년 제11대 전국구 국회의원 및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86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1946년 광복 1주년 기념 시화집 《날개》에 시 〈애가〉를 발표하였으며, 대구 지방에서 발행된 동인지 《죽순》에 시 〈온실〉 외 1편을 발표하였다. 1948년에 첫 시집 《구름과 장미》를 내며 문단에 등단한 이후, 〈산악〉·〈사〉·〈기(旗)〉·〈모나리자에게〉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주로 《문학예술》·《현대문학》·《사상계》·《현대시학》 등의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였고, 평론가로도 활동하였다.
초기 경향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영향을 받았으나,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실을 분명히 지시하는 산문 성격의 시를 써왔다. 그는 사물의 이면에 내재하는 본질을 파악하는 시를 써 '인식의 시인'으로도 일컬어진다.
시집으로 첫 시집 외에 《늪》·《기》·《인인(隣人)》·《꽃의 소묘》·《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김춘수시선》·《김춘수전집》·《처용》·《남천(南天)》·《꽃을 위한 서시》·《너를 향하여 나는》 등이 있으며, 시론집으로 《세계현대시감상》·《한국현대시형태론》·《시론》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한국의 문제시 명시 해설과 감상》(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1958년 제2회 한국시인협회상과 1959년 자유문학상·대한민국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문화훈장(은관) 등을 수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