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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자료

노원신문 45- 새 이야기 (3)

새 이야기 (3)

- 雌雄(자웅)을 겨뤄 볼까 -

도정 권상호

  남자와 여자, 누가 더 잘 생겼을까. 한결같이 ‘여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동물의 모양을 보면 수놈이 암놈보다 훨씬 화려하다. 수놈 공작의 그 눈부신 꽁지깃, 수꿩과 수탉의 그 화려한 깃털, 수사자의 늠름한 갈기와 수사슴의 화려한 뿔……. 이는 암놈 위에 힘으로 군림하는 위엄의 상징인가, 아니면 암놈으로부터 선택받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의 거추장스러움인가. 수놈의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 덕분에 英雄(영웅)이란 말은 있으나 英雌(영자?)란 말은 없다. 물론 남성을 맥 못 추게 하는 女傑(여걸)이야 곳곳에 깔렸지만……. 오잉?

  두 팀의 勝負(승부)나 强弱(강약)을 가릴 때, ‘雌雄(자웅)을 겨루다.’라고 말한다. (암컷 자)와 雄(수컷 웅) 두 글자에 각각 隹(새 추) 자가 붙은 것으로 볼 때 원래는 새의 암수를 가리켰으나, 지금은 동물의 암수는 물론 인간 실력의 優劣(우열)을 따질 때에도 사용되는 말이다.

  글자 모양으로 봐서 雌()가 암컷인 것은, 교미할 때 자리[(이곳 차)]를 지키고 앉아 있는 놈을 암컷으로 봤기 때문이다. (이 차)의 갑골문을 보면 야하게도 암놈이 엉덩이[()]를 둘러대고 가만히[(그칠 지)] 앉아 있는 모습이다. 암놈이 수놈에게 굴복하여 엎드린 모습은 雌伏(자복)이고, 수놈이 작업을 끝내고 씩씩하게 보란 듯이 날아가는 모습은 雄飛(웅비)이것다. 얼쑤.

  () 자가 수컷인 것은 힘을 상징하는 불룩한 것[()]이 밑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팔뚝 굉) 자는 수놈의 힘센 팔과 거시기를 뜻한다. 근육이 불룩하게 솟아 오른 팔뚝을 뜻하는 글자는 肱(팔뚝 굉)이다. [()] 안에서 손과 거시기로 굉장한 힘을 쓰는 자가 宏(클 굉)이다. 의미를 알고 보니 宏壯(굉장)하다. (능할 능) 자와 熊(곰 웅) 자에도 힘을 상징하는 () 자가 붙어 있지 않은가. 雄大(웅대), 雄壯(웅장), 雄志(웅지), 大雄殿(대웅전)이로다. 허걱.

  <莊子(장자)>에 한 번에 구만 리를 나는 鵬(붕새 붕)이 있기는 하지만. 새의 왕은 역시 鳳凰(봉황)이다. (봉황새 봉)은 수놈이요, (봉황새 황)은 암놈이다. ()과 風(), ()과 光()의 발음이 통하는 것으로 볼 때 鳳()은 바람을 다스리고, ()은 빛을 다스린다. ()과 風()은 凡(돛 범, 무릇 범)을 머리에 이고 있다. ()은 안에 皇(임금 황)이 들어 있어서 왕이나 천자를 상징한다. 鳳凰(봉황)은 상상의 새로서 기린, 거북, 용과 함께 四靈(사령)으로 불리는데, 이는 전설상의 네 가지 神靈(신령)한 동물의 뜻이다. 鳳鳴朝陽(봉명조양)은 봉황새가 아침볕을 받아 운다는 뜻으로, 천하가 태평할 길조(吉兆)를 이르는 좋은 말이다. 좋다.

  까마귀의 암수는 구별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誰知烏之雌雄(수지오지자웅)’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詩經(시경)> 소아(小雅)장에 나오는 말로서, 선악과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경우에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여야 정치판이 혹시 그렇지 않은지. 얼라.

  말은 鸚鵡(앵무)새요 사랑은 鴛鴦(원앙)이다. 앵무새는 아름다워 새장에 들기 쉽고, 원앙은 琴瑟(금슬) 좋아 衾枕(금침)에 들기 쉽다. (앵무새 앵)과 鵡(앵무새 무)는 각각 嬰(갓난아이 영)과 武(굳셀 무)에서 발음이 왔다. (원앙 원)은 수컷으로 (누워 뒹굴 원)이 붙은 걸로 볼 때 사랑나누기 좋은 분위기요, (원앙 앙)은 암컷으로 앙앙거리며 애교를 떨고 있음이 분명하다.

  빛깔은 翡翠(비취)요 노래는 黃鳥(황조)이다. 翡翠(비취)를 우리말로는 물총새라고 한다. (물총새 비, 수컷)의 非(아닐 비)는 음을 나타낸다. (물총새 취, 암컷)는 卒(군사 졸)에서 음이 왔다. (취할 취) 자도 마찬가지이다. 翡翠(비취)는 또한 비취옥을 가리키기도 하는데, 짙은 초록 빛깔로 사랑받는 보석이다.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는 黃鳥(황조), 黃鶯(황앵) 또는 黃(황리)라고 한다. 단어마다 黃(누를 황) 자가 붙어 있는 점은 꾀꼬리의 색깔을 규정짓고 있고, (꾀꼬리 앵)에는 熒(빛날 형) 자가, (꾀꼬리 리)에는 麗(고울 려) 자가 붙어 있는 점은 꾀꼬리의 빛나고 고운 목소리를 규정짓고 있다.

  그러고 보니 너무나 유명한 고구려 2대 유리왕의 ‘黃鳥歌(황조가)’가 있구나. 첫 왕비가 세상을 떠나자, 새로 맞이한 두 여인의 爭寵(쟁총)!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왕의 心事(심사). 때아닌 늦가을의 세찬 비와 천둥소리. 날이 차다. 유리왕 신세 되지 말고 꾀꼬리의 사랑 노래로 월동 준비 하자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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