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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자료

노원신문 57- 나무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



나무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나

 

도정 권상호

  겨우내 동면하던 나무들을 일깨우는 봄바람이 일고 있다. 청명 지난 따스한 햇볕에 혹여 나무들도 춘곤증에 빠질까 하여 오후가 되면 여지없이 바람이 불어온다. 그 많은 가지 끝을 흔들어 뿌리까지 일깨운다. 물과 자양분이 줄기를 타고 가지 끝까지 오르면 나무들은 꽃으로 새잎으로 눈을 환히 뜬다.

  우주 만물을 이루는 다섯 가지 원소인 木(), (화), (), (), ()가 운행함을 五行(오행)이라 하는데, 이 중에서 木()이 봄에 해당한다. 그래서 오늘은 나무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한자를 통하여 살펴볼까 한다.

  (나무 목)은 나무의 상형이다. 위로부터 나무의 가지, 줄기, 뿌리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木工(목공), 木手(목수), 草木(초목), 木材(목재), 山川草木(산천초목), 緣木求魚(연목구어), 合抱之木生於毫末(합포지목 생어호말)이로다.

  그런데 (아닐 불)은 木()의 우듬지를 잘라서 더는 자라지 못하는 모양이다. 여기에서 ‘아니다’라는 부정의 의미가 나온다. ()의 갑골문 모양에도 나무의 줄기와 뿌리만 그리고 있다. 不安(불안), 不便(불편), 不當(부당), 不足(부족), 不惑(불혹), 不可避(불가피), 不立文字(불립문자), 不問可知(불문가지)로다.

  () 자가 둘이 모이면 (수풀 림)이요, 셋이 모이면 (나무 빽빽할 삼)이 된다. 山林(산림), 密林(밀림), 原始林(원시림), 酒池肉林(주지육림)이로다. 森嚴(삼엄), 森林浴(삼림욕), 森羅萬象(삼라만상)이로다.

  (뿌리 근)은 나무의 뿌리를, (나무 끝 초)는 나무의 가지 끝을 가리킨다. ()의 艮()은 ‘끝, 한계’를 뜻한다. 눈의 끝은 眼(), 언덕의 끝은 限(한계 한), 마음의 끝은 恨(한할 한) 등이 그렇다. 나뭇가지의 끝은 가늘게 서로 닮았기 때문에 梢(나무 끝 초)에는 肖(닮을 초) 자를 붙였다. 나뭇가지의 끝은 梢()이지만 벼 줄기의 끝은 稍(벼 줄기 끝 초)이다. 根本(근본), 根幹(근간), 根源(근원), 事實無根(사실무근), 末梢神經(말초신경)이로다.

  나무의 뿌리를 뜻하는 글자가 또 있다. (밑 본)이 그것이다. 이 글자는 나중에 나무에 한하지 않고 ‘사물의 근본(根本)’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 本質(본질), 本部(본부), 根本(근본), 資本(자본)이로다. 나무의 가지 끝을 나타내는 글자도 또 있다. (끝 말)이 그것이다. 이 글자는 나중에 나무에 한하지 않고 ‘시간의 끝, 사물의 끝’이란 뜻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週末(주말), 年末(연말), 末尾(말미), 本末顚倒(본말전도)로다.

  (아닐 미)는 나뭇가지가 무성하여 앞이 보이지 않음에서 부정의 뜻이 나왔다. 未來(미래), 未熟(미숙), 未決(미결), 未完(미완)이로다. 

  (어두울 매)는 해가 떠올라도 무성한 가지에 가려서 어둡다는 뜻이다. 三昧(삼매)란 불교에서 잡념을 떠나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경지를 가리킨다. 曖昧(애매), 蒙昧(몽매), 三昧境(삼매경), 讀書三昧(독서삼매)로다.

  (줄기 간)은 나무의 줄기를 뜻한다. ()은 乾(하늘 건)을 향해 쭉 뻗은 줄기[()]를 가리킨다. 나무의 幹(줄기 간)은 가지에 물과 영양소를 공급하고, 사람의 肝(간 간)은 온몸에 피를 공급한다. 根幹(근간), 幹枝(간지), 幹部(간부), 幹事(간사), 幹線(간선)이로다.

  가지를 뜻하는 글자로는 (가지 지)(가지 조)가 있다. ()는 줄기에서 갈라져[(가를 지)]나온 가지요, ()는 枝()에서 쭉쭉 뻗은[()] 곁가지를 뜻한다. 그러나 지금은 條()가 ‘條目(조목), 법규’ 등의 뜻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條件(조건), 條例(조례), 條約(조약), 金科玉條(금과옥조)로다. 나무의 가지는 枝()이지만 사람 몸의 가지는 (사지 지)이다. 肢體(지체), 四肢(사지)로다.

  나무를 뜻하는 글자로 (나무 수) 자도 있다. ‘木()+(세울 주)’로 구성되어 樹立(수립), 紀念植樹(기념식수)의 예에서 보듯이 ‘세우다’의 의미가 강하게 들어있다. 針葉樹(침엽수), 月桂樹(월계수), 風樹之嘆(풍수지탄)이로다.

  <管子(관자)>에 나오는 ‘三樹(삼수)’로 문을 닫을까 한다. 一年之計莫如樹穀(일년지계막여수곡) 1년의 계획으로는 곡식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고, 十年之計莫如樹木(십년지계막여수목) 10년 계획으로는 나무를 심는 것 만한 것이 없고, 終身之計莫如樹人(종신지계막여수인) 평생의 계획으로는 사람을 기르는 일 만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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